Serio

(例大祭3) 묘유동해도卯酉東海道 ~ Retrospective 53 minutes

東方Project/공식앨범
01. 히로시게36호 : ヒロシゲ36号 ~ Neo Super-Express
02. 53분간의 푸른바다 : 53ミニッツの青い海
03. 죽취비상 : 竹取飛翔 ~ Lunatic Princess
04. 피안귀항 : 彼岸帰航 ~ Riverside View
05. 아오키가하라¹의 전설 : 青木ヶ原の伝説
06. 우좌신궁의 흰 깃발 : お宇佐さまの素い幡
07. 달까지 닿아라 불사의 연기 : 月まで届け不死の煙
08.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 쿄토 : レトロスペクティブ京都
09. 락드 걸 ~소녀밀실 : ラクトガール ~ 少女密室
10. 천년환상향 : 千年幻想郷 ~ History of the Moon
11. 가장 맑은 하늘과 바다 : 最も澄みわたる空と海

¹후지산 자락에 있는 수해(樹海)

(C67) 몽위과학세기夢違科学世紀 ~ Changeability of Strange Dream

東方Project/공식앨범
111

111
01. 동제 : 童祭 ~ Innocent Treasures
02. 화서의 꿈 : 華胥の夢
03. 상하이홍차관 : 上海紅茶館 ~ Chinese Tea
04. 보이지1969 : ヴォヤージュ1969
05. 과학세기의 소년소녀 : 科学世紀の少年少女
06. 영야의 대가 : 永夜の報い ~ Imperishable Night
07. 밤이 내려온다 : 夜が降りてくる ~ Evening Star
08. 인형재판 ~사람형상을 희롱하는 소녀 : 人形裁判 ~ 人の形弄びし少女
09. 꿈과 현실의 경계 : 夢と現の境界
10. 환상기계 : 幻想機械 ~ Phantom Factory
11. 유현의 단풍나무 : 幽玄の槭樹 ~ Eternal Dream

(C65) 연태야야행蓮台野夜行 ~ Ghostly Field Club

東方Project/공식앨범
01. 밤의 덴데라 들판을 가다 : 夜のデンデラ野を逝く
02. 소녀비봉클럽 : 少女秘封倶楽部
03. 동방요요몽 : 東方妖々夢 ~ Ancient Temple
04. 고 명계사 : 古の冥界寺
05. 환시의 밤 : 幻視の夜 ~ Ghostly Eyes
06. 마술사 메리 : 魔術師メリー
07. 달의 요조 : 月の妖鳥、化猫の幻
08. 과거의 꽃 : 過去の花 ~ Fairy of Flower
09. 마법소녀십자군 : 魔法少女十字軍
10. 소녀환장 : 少女幻葬 ~ Necro-Fantasy
11. 환상의 영원재 : 幻想の永遠祭

(C62, C63) 봉래인형蓬莱人形 ~ Dolls in Pseudo Paradise

東方Project/공식앨범
01. 봉래전설 : 蓬莱伝説
02. 이색연화접 : 二色蓮花蝶 ~ Red and White
03. 앵화지연총 : 桜花之恋塚 ~ Japanese Flower
04. 메이지17년의 상하이앨리스 : 明治十七年の上海アリス
05. 동방괴기담 : 東方怪奇談
06. 에니그마틱 돌 : エニグマティクドール
07. 서카스레바리에 : サーカスレヴァリエ
08. 인형의 숲 : 人形の森
09. 사랑포션의 마녀 : Witch of Love Potion
10. : 리인카네이션 : リーインカーネイション
11. U.N.오웬은 크녀인가? : U.N.オーエンは彼女なのか?
12. 영원의 무녀 : 永遠の巫女
13. 하늘을 나는 무녀의 이상한 매일 : 空飛ぶ巫女の不思議な毎日

공식앨범 목록

東方Project/공식앨범
공식 동방프로젝트 제작서클은 상하이앨리스환락단上海アリス幻樂団이고 따라서 동방프로젝트의 공식 앨범이라 함은 이 상하이앨리스환락단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들을 말한다. 현재까지 나온 공식 앨범은 다음과 같다.

01. (C62, C63) 봉래인형蓬莱人形 ~ Dolls in Pseudo Paradise
02. (C65) 연태야야행蓮台野夜行 ~ Ghostly Field Club
03. (C67) 몽위과학세기夢違科学世紀 ~ Changeability of Strange Dream
04. (예대제3) 묘유동해도卯酉東海道 ~ Retrospective 53 minutes
05. (예대제3)요악단의역사幺樂団の歴史1 ~ Akyu's Untouched Score vol.1
06. (C71) 요악단의역사幺樂団の歴史2 ~ Akyu's Untouched Score vol.2
07. (C71) 요악단의역사幺樂団の歴史3 ~ Akyu's Untouched Score vol.3
08. (C70) 대공마술大空魔術 ~ Magical Astronomy
09. (C73) 요악단의역사幺樂団の歴史4 ~ Akyu's Untouched Score vol.4
10. (C73) 요악단의역사幺樂団の歴史5 ~ Akyu's Untouched Score vol.5

복종에 관한 행동의 연구.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사회과학/심리학
심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이미 이것이 무슨 실험인지 다들 알 것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이 실험은 (비인도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결과의 심각성과 파급 때문에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논문이 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심리학 교재와 관련 대중서에는 모두 이 실험이 올라가있다.

밀그램의 연구계획은 당시까지도 그 영향력이 남아있던 2차 대전의 전쟁범죄war criminal의 행위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해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시기 나치NAZI 치하에서 자행된 수많은 잔학행위는 문명의 야만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드러내었다. 밀그램은 이에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이 명령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밀그램은 "사람들은 권위자가 명령할 때 그것이 평소 가지고 있던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더라도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적인 가설로부터 이를 실제로 실험해보기로 했다.


실험방법

이 실험을 위해서 밀그램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했다.



방은 둘로 나뉘고 여기에 사람들이 배치된다. 상단 그림에서 E는 실험자experimenter이다. 그는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T가 선생teacher으로 그의 앞에는 30개의 스위치가 있고 각각의 스위치에는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의 전압이 15볼트씩 차이를 두고 표기되어 있다. 스위치에는 묶음별로 '약한 충격', '중간 충격', '위험:심각한 충격'을 적어서 실제 그 전압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험성을 알려준다. 이 버튼을 누르면 건너편 방에 있는 L, 즉 학습자learner에게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이 장치들은 사실 가짜로,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피험자들에게 전압이 가해진다고 믿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그리고 이 연구의 피험자는 신문에 낸 광고:기억에 대한 연구(study of memory)에 참여할 자원자 모집을 보고 자원한 40명의 남성으로 구성되었다(미국에서는 심리학 관련 실험을 할 때 자주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어 자원자를 모집한다). 이들은 20세에서 50세의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직업군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피험자 개개인에게는 45달러씩을 지불하였으며 그 돈은 실험실을 방문한 대가이고 실험 자체와는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하여 실험중 돈의 보상과 관련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개개의 피험자와 별도로 두명이 더 들어가는데 한명은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로 그는 학습자의 역할을 받게 된다. 다른 한명은 실험자의 역할을 받아 선생 역할의 피험자에게 명령을 내린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이 연구는 학습에 대한 처벌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라고 (거짓으로)알려주고, 다른 한명의 가짜 피험자(말했듯이 그는 사실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이다)와 제비뽑기를 통해 선생 역할과 학습자 역할을 정한다. 이 제비뽑기도 조작된 것으로, 진짜 피험자는 항상 선생 역할이 되고 가짜 피험자는 학습자 역할이 되도록 설정되어있다.

이제 학습자는 옆방으로 가서 피험자가 보는 앞에서 의자에 묶이고 전선으로 몸을 감는다. 이 전선들은 옆방의 전기충격기와 연결되어있고 학습자는 묶여있지만 선생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a, b, c, d로 표기된 4개의 버튼에는 손이 닿을 수 있다.

선생은 단어쌍의 목록을 읽어주며 학습자가 그것을 제대로 기억하는지 확인한다. 선생은 만약 학습자가 틀리거나 무반응을 보일 때 마다 점차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실험자에게 지시받는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점차 강화되는 전기충격에 학습자는 점차 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120볼트에 이르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선생에게 항의한다(방에는 인터폰이 있다). 150볼트에 이르면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 공포에 질린 학습자는 벽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일부 대사에서는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도 있다).

물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것은 아니다. 학습자는 다만 그러한 행동을 연기하도록 요청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험자들에게는 그것이 연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일련의 상황에서 몇명이나 되는 선생들이 최고충격의 전기충격을 학습자들에게 가할 것인가?


실험결과

이 실험의 결과를 말하기 전에, 잠시 이를 예측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자. 밀그램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 이 실험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보도록 하였다. 높게 예측한 사람조차 기껏해야 3%정도가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리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40명 중에서 26명은 실험자의 명령에 따라 최고의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들이 거리낌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밀그램은 당시 선생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두었다.

"나이가 지긋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업가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있게 실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나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는 말을 더듬거리고 볼을 실룩거리며 희망을 잃고 폭발 일보직전이 된 신경 쇠약증세를 보였다. 그는 계속하여 귓불을 잡아당기고 몸을 꼬으며 주먹으로 이마를 치고는 "오 하느님! 제발 중단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충실히 그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p.377)."

선생들은 전기충격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 학습자가 고통스러워 할 때 뒤쪽의 실험자를 돌아보며 실험의 지속 여부를 물었다. 실험자가 사무적인 태도로 재개를 명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험자에게 분노를 표하기도 하고 동시에 전기충격을 받는 학습자를 걱정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속하여 전기충격을 가했다.


추가실험

본래 밀그램은 미국에서 우선 실험을 한 뒤에 독일로 가서 한번 더 비슷한 실험을 행하려 했다. 독일인들이 특별히 권위적인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놀라운 결과를 본 밀그램은 이를 포기했다. 독일까지 갈 것 없이 이미 미국에서 충분히 권위의 위력을 보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복종의 강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요소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계속 진행하였다. 학습자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선생이 복종할 확률은 가장 높아졌다(93%). 학습자와 선생이 같은 방에 있는 경우엔 복종률이 반대로 30%까지 떨어졌다. 이로서 선생과 학습자가 정서적, 신체적으로 거리가 가까울수록 권위에 대한 반발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밀그램은 명령을 내리는 자, 즉 권위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것 또한 복종을 약하게 한다는것을 발견하였다. 실험자가 더 가까이 있을 수록 복종률은 올라갔고 실험자가 방 바깥에서 전화로 피험자에게 명령하는 경우의 복종률은 가장 낮았다(21%).

또한 선생들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였을 경우 대부분이 45볼트 이상의 충격은 가하지 않았다.

장평지전長平之戰

중국中國/춘추春秋전국戰國
배경 - 패도覇道의 시대

전국시대

 전국시대 중기 진 효공秦 孝公이 상앙의 변법을 시행한 이래, 진 혜문왕秦 惠文王이 파촉지역을 점령하면서 진의 국력은 크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국력의 신장과 함께 진의 동진이 가속화되면서 특히 그 공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있던 삼진三晉(한韓, 조趙, 위魏)은 무제한으로 진격해오는 진군을 막느라 사력을 다 해야 했다. B.C. 275년 위염魏冉이 이끄는 진군이 위나라를 침공하여 수도 대량大梁까지 쇄도하자 한나라의 구원군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이 패배하여 온溫지역을 빼앗겼다. 이듬해에는 호상胡傷을 지휘관으로 하는 진군이 위군 15만을 참살하고 남양南陽을 할양받았다. 이러한 진의 승리는 동방제후국들을 경악시켰고 그들에게 다시 한번 합종의 맹약을 맺어야 할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그러나 소진蘇秦의 합종合從책은 이미 그 효용성의 부족함이 입증되어있었다. 진군의 교묘한 이간책에 말려 상호 신뢰가 부족하였던 연합군은 거의 대부분 제풀에 무너졌다. 장의張儀 이래 추진된 연횡連衡책은 원교근친遠交近親의 방법론으로 현실화되어 연합군을 갈라놓았으며 이 정책은 이후 진 소양왕秦 昭陽王(혹은 진 소왕이라고도 한다) 시기, 범수范睢에 의하여 원교근공遠交近攻책으로 발전하였다. 이 뛰어난 외교정책으로 인하여 합종연합군은 계속하여 붕괴되었고, 모든 국가를 동맹에서 떨어뜨려 각개격파하려는 진의 의도는 거의 대부분 완벽하게 성공하였다.

 이처럼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진에 대응할만한 국가는 초楚와 제齊 뿐이었으나, 춘추시대 진晉과 함께 남북의 패권을 겨루던 초나라는 전국시대에 이르자 국토는 넓지만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있었다. 장의의 외교로 인하여 합종에서 분리된 초나라는 이후 진의 강력한 공세에 계속하여 동천하여 도망가고 있었으며, 초 회왕楚 懷王시기에는 국왕이 진에게 납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진에 대응할 국가로는 동방의 대국 제만이 남게 되었다. 제 민왕齊 閔王의 통치기에 이르러 제의 국력은 진 소양왕이 제나라에 함께 제왕帝王의 칭호를 쓰도록 권할 만큼 강력해져있었다.

 실제로 제나라 또한 동방열국들의 패주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이 시기 제나라에게는 분명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으며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제나라는 제초위 연합군을 형성하여 송宋을 정벌하면서 열국들을 지휘할 권한이 있음을 과시하려 하였다. 하지만 제나라의 짧은 전략적 안목은 주변 국가들을 향한 무모한 외교적 언행으로 표출되었고 이는 결국 제의 몰락을 불러왔다.

 B.C. 284년, 제에 국토의 1/3을 빼앗긴 바 있던 연燕은 제에 복수하기 위해 오랜 기간을 준비, 진, 조, 한, 위에 제안하여 악의樂毅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5국 연합군을 일으켰다. 이 막대한 공세로 인하여 반년만에 제나라의 70여개 성이 함락당하였고 제 민왕은 초에서 파견한 지원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비록 전단의 선전으로 인하여 빼앗긴 성들을 되찾고 제나라를 다시 세우긴 했으나 이미 진과 겨루던 초강대국으로서의 면모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이리하여 전국 말에 이르러 진에 대항할 강국은 거의 모두 경쟁에서 탈락하였다. 승냥이와도 같은 진나라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없어보였다. 진군은 더욱 가열차게 동방으로 침공하고 있었다.


발단 - 장평으로의 길

 진의 동진에 있어서, 가장 먼저 걸림돌이 되는것은 삼진三晉이다. 춘추시대에도 진 목공秦 牧公의 동진시도를 좌절시킨것은 진晉나라였고, 전국초에도 가장 먼저 칠웅으로 발돋움한 위의 견제로 인하여 진의 동진시도는 끊임없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진 혜문왕 이후 삼진은 진의 파상적 공세를 막는데에 온 국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진의 국력은 강화되어있었다. 진 소양왕 42년(B.C. 265)이후 진군은 한나라에 대대적 공세를 감행하여 소곡少曲, 고평高平을 점령하고 이듬해 형성陘城 주변의 9개성을 추가로 점령하였다. 3년째에 이르러 무안군 백기白起가 태향산 동남의 남양南陽을 공격함으로서 수도 신정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의 남부지역과 북부의 상당을 연결하는 지역은 야왕성野王城만이 남았다. 이로서 진의 전략적 목표가 명백하게 드러났으며, 실제로 다음 해 진군은 야왕성을 점령하여 황하를 기준으로 한나라를 남북으로 분단시키는데 성공한다.

 한나라는 이러한 진의 공세에 맞설 힘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미 100여년 가까운 진의 공세로 인하여 국력이 크게 손상되고 있었고 이궐지전伊闕之戰에서 위와 한의 24만 연합군이 백기에 의해 섬멸당하면서 국가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왕은 분단된 북쪽의 상당군을 진에 할양하는 조건으로 평화협상을 청했다. 상당군의 주민들은 남쪽의 한나라 본토로 피난가려고 했으나 그 사이를 막은 진군에 의해 그럴수도 없었다. 진국 지배하에 들어간 지역 주민들이 당하는 가혹한 통치는 이미 타 지역에도 널리 알려져있었다. 상당군수가 투항을 거부하자 한왕은 새로운 군수를 임명하여 보냈으나 그는 항복 명령을 거부하고 조나라에 투항해버린다.

 당시 조는 삼진 중에서 유일하게 진과 맞설 힘이 남아있던 국가였다. 다른 두 국가(한, 위)와는 다르게 진의 직접적인 공격에서 비껴나가 있었는데다가, 조 무령왕이래 북방의 이민족으로부터 최초로 기마병을 전장의 주연급 조연으로 도입하여(기병 자체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였으나 그것을 전장에 적극 활용한것은 조나라가 최초였다) 군사력을 크게 강화하는 한편, 재상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의 두 명콤비로 인하여 국력과 전투력이 크게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조나라는 화씨지벽 사건(조 혜문왕趙 惠文王이 화씨의 벽이라는 보물을 손에 넣자 진 소양왕이 그것을 뺏으려 한 적이 있었다)과 민지岷池 회동에서 진에 맞선 적이 있었으며(혜문왕과 소양왕이 서로 상대에게 탄주를 하게 하면서 그것을 사관에게 기록하게 했다), 그 뒤에도 진의 동진을 지켜보며 저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따라서 상당군이 투항해오자 조 효성왕趙 孝成王이 크게 반겼음은 물론이다.

 상당군수는 원래 군민을 이끌고 조나라에 투항하려 했다. 그러나 조 효성왕은 군민은 물론, 상당군 자체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상당군은 조의 코앞이다. 주는 떡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국 조나라가 동원령을 내려 남하하여 염파를 사령관으로 한 조군이 상당으로 진공하자 진소양왕은 분통을 터뜨렸다. 진왕은 엄청난 피를 흘리고 얻으려 한 영토를 눈앞에서 타국에 넘겨줄 만큼 너그러운 자가 아니었다. 마침내 진나라 지도부도 장수 왕흘王訖(혹은 王齕)에게 20만의 병력을 주고 공격을 명령했다. 이로서 전국시대 최대의 전투, 장평지전長平之戰의 막이 오른다.


양측 군대

진_청동검 당시 각국의 병사들은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다만 약간의 차이는 있는데 이를테면 위나라는 중무장보병을 주력으로 한 반면, 진군은 경무장보병을 주력으로 썼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무장이나 전투방법, 편제등은 비슷했는데 이는 긴 전란기 동안 어느 한쪽이 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편제를 도입하면 상대방도 즉시 그것을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의 기술은 매우 뛰어난 경지에 도달해있었다. 현대에 발견된 당시의 무기는 녹슬지 않도록 크롬으로 도금되어 처리되었는데 이는 20c에 들어서야 독일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비록 당시 무기는 청동으로 만들어졌지만 현대의 중탄강과 비슷한 강도를 지녔고 14가지 이상의 금속이 사용되어 뛰어난 살상력을 발휘했다.

 병마용에서 발견된 토기 등을 볼 때 당시 중국은 철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것으로 추측되나 그 철기의 제련능력이 청동기의 그것과 비하여 상당히 부족하였다고 보인다. 당시 철은 주철이 대부분이었고 주로 농기구에 사용되었으며(무기로 쓰기도 부족한 청동을 농기구에 쓸 수는 없는 노릇..) 무기 등은 주로 청동으로 만들어진것으로 추측된다. 철기는 한대漢代에 들어서야 보편적으로 도입된다.

 한편, 위에서도 말했듯이 진군의 경우 상당히 단순한 갑옷을 착용하였는데, 병마용갱에서 발견된 병사들은 주로 몸의 앞가슴부터 배까지와 뒷등 부분만을 보호하고 있다. 당시 진나라에 중무장 갑옷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사기史記」에 따르면 100만에 이르는 병사에게 보급할 갑옷을 생산할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병마용에서 경무장 보병이 많이 발견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것이 진나라 군대의 전투력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하지는 않은 듯 하다.「사기史記」와 「한비자韓非子」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있다. "전쟁터에서 진나라 군사는 가슴을 내놓고 맨팔일 뿐아니라 심지어 갑옷도 벗어버린다." "그들은 맨머리에 맨팔로 용감하게 앞으로 나간다. 6국의 군대는 진나라 군대와 비교하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그들은 왼손에 사람의 머리를 잡고, 오른 팔에는 포로를 끼고 자기의 상대를 쫓아가서 죽인다." 이처럼 경무장이 진군의 전투능력에 부담이 된거같지는 않다. 오히려 진의 군대는 당대의 최강군으로 라인배틀은 물론 난전과 공성전에도 능했으며 야전 축성 능력에서도 상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병마용_궁병

 당대 최첨단의 무기로는 석궁도 있었다. 상단 궁병은 발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다(지금은 없지만 원래는 저 병사의 손에 석궁이 들려있다). 사정거리는 무려 600보에 달했다고 하니 대략 300m를 범위 내에 둔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말릉의 전투에서 참모 손빈의 계략에 의해 위군이 전멸당한 예가 있는데 방연이 이끄는 선봉대 1만이 미리 준비하고있던 한군의 쏟아지는 화살에 순식간에 괴멸상태에 이른것을 보면 그 능력을 짐작할 만 하다.

석궁에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 일반 활의 경우 짧아도 3개월에서 반년의 연습이 필요한 반면 석궁은 훨씬 짧은 훈련기간으로도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었으며 이것은 중국 궁병의 대량 육성에 한 축이 된다. 이후로도 석궁은 계속하여 발전하게 되었으며 대규모의 궁병이 밀집한 적군에게 공격을 가하면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병마용_기병

 한편, 병마용에는 기병의 모습도 보인다. 이미 진 목공秦 牧公시기부터 기병을 사용한 기록은 있으나 그것을 본격적으로 사용한것은 조 무령왕趙 武靈王이 처음이었다. 조나라는 북방으로부터 유목민족의 공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가였기에 기마병의 효용성을 가장 빠르게 인식했고 이 북방의 오랑캐胡로부터 호복胡服을 도입하여 호복기사騎射를 육성함으로서 중국사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기병이 등장한다. 이들은 보병이 주력화된 시기에 별동대로서의 역할을 했는데, 특히 그 돌파능력으로 보병의 전열을 파괴하는데에 최고의 능력을 보였다. 다만 당시에는 페르시아말과의 교배가 있기 전인지라 말의 크기가 작았으며 게다가 등자도 없었기에 대규모로 훈련된 병사를 육성하거나, 혹은 전쟁의 주력 역할까지 하지는 못했던것으로 추측된다.


양측 지휘장수

진군秦軍

백기白起
 진국 미현 출생으로 16세에 입대한 이후 진나라 통일전쟁의 핵심으로 활약한다. 초나라에 3번 진공하여 합쳐 35만의 초군을 격멸하였으며, 이궐지전을 포함하여 한군과 위군 30만을 섬멸하였다. 또한 장평지전을 포함하여 조나라 군대를 무려 60만이나 참살하였다. 37년간 전장에서 활약하며 70여개의 성을 점령하고 165만의 적군을 섬멸하였다.
 진나라의 섬멸전 교리를 크게 발전시켜 추격섬멸전과 포위섬멸전을 완성하여 중국사상 가장 섬멸전을 잘 이끈 장군으로 평가받으며 야전축성을 통하여 공격보조수단으로서의 기지를 잘 사용하였다. 초에 대한 공격에서는 수공을 통하여 적군을 몰살시키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능력과 발전한 공사기술의 활용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 장군이다. 군공이 뛰어나 무안군이라는 봉호를 받았으며. 크고 작은 전투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아 불패전신의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한단지전에 대해 승기가 없다며 지휘봉 잡기를 거부하다가 진 소양왕의 분노를 사 결국 죽음을 당한다.


조군趙軍

조괄趙括
 진군을 격퇴한 조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의 아들로서 어렸을때부터 이미 병법서를 연구하여 이론에서는 누구도 따르지 못했다. 한번은 아버지(조사)와 병법을 두고 토론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를 오히려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실제로도 인격적으로 그다지 완성되지 못하였다.

아버지 조사가 큰 군공과 높은 직위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받은 은상을 모두 부하들에게 나누어주었던데 반해 조사는 하사받은 금화를 자기 집에 감추고, 이익이 될만한 토지와 가옥을 사들이는데 바빴다.

실전에서 큰 공을 세운 적도 없으면서 소년 시절부터 병법을 배워 군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자기를 당할 자가 없다고 교만해 했으니 장군에 임명될 때 어머니가 조왕의 앞에 나서서 그를 장군으로 임명치 말아달라고 할 정도였다.

또한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독선적인 면이 있어 선임자를 대신해 장군이 되었을 때, 군령을 모두 바꾸고 군대의 벼슬아치들을 모조리 교체시키고 자신의 방법을 고집했다.

이처럼 그는 편협하고 크게 볼 줄을 모르는 자였다. 아버지 조사는 그에 대해 이렇게 혹평했다.

"전쟁은 죽음이다. 괄은 그것을 모르고 쉽게 말로 이야기한다. 그를 장군으로 삼으면 조군은 파멸당할것이다."

장평의 대전을 앞두고 조 효성왕에 의해 등용되어 조군의 총지휘를 맡는다.


염파
 인상여와 함께 조나라의 전성기를 이끌던 장군.

장평의 전투 이전부터 이미 진나라를 상대로 여러차례의 크고작은 전투를 벌였던 백전노장이다. 민지의 회동때는 진에 의한 조왕의 무력납치를 대비하여(이미 진 소양왕은 초나라와의 회동에서 초 회왕을 납치한 전례가 있었다) 조군을 이끌고 회동장소 주변에 주둔해있기도 했다.

진왕과의 담판 등에서 공을 세운 인상여가 수많은 군공을 세운 자신보다 높은 상경의 자리에 오르자 이를 시기한 적도 있으나 이후 인상여의 관용에 크게 후회하며 용서를 빌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문경지교刎頸之交로 유명하다.


전개

 왕흘이 진군을 이끌고 상당군에 도착했을땐 이미 군민들이 모두 피난간 후였다. 왕흘이 급히 추격했으나 염파가 이끄는 조군은 빠르게 남진, 장평에 도착하여 군민을 모두 접수하고 진의 침략을 천하에 알렸다. 이렇게 되자 진군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적진 깊숙이 들어온 꼴이 되었고, 연합군(보통 무산되기는 했지만 합종연합군의 공격은 자주 진을 위기에 빠뜨렸다)이 언제 몰려올지도 모르는 불안한 처지에 빠졌다. 게다가 염파는 애초에 장기전을 각오한 듯 장평에 군영과 보루를 세우고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 진군은 조나라의 몇차례 기습에 반격하여 승리하기는 했지만 조군에게는 작은 타격밖에 되지 않았다. 진군은 빠른 결판을 내기 위하여 계속하여 맹공을 펼쳤으나 2개월간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조군이 꿈쩍하지 않자 사기와 예기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군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염파는 근거리에서 본토의 보급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왕흘은 먼 거리에서 온데다가 적지에 있었고, 게다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합종연합군의 공격을 걱정해야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진의 재상 범수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몇차례의 실패로 인해 그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좁아져있었고, 이번 상당군의 공격도 범수가 주도하였기에 만약 여기서 패배한다면 재상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범수는 이러한 대치상황의 타개를 위해서 방어전을 주장하는 노장 염파를 제거하기 위한 계책을 짜내었다. 조나라에 퍼져있던 진의 첩보조직을 통하여 염파에 관한 온갖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한편 조에서 파견된 강화사절 정주鄭朱를 정중하게 대하고 대대적으로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회담을 체결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초와 위의 합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모략을 꾸몄다.

 동시에 범수는 그의 정적에 가까웠던 백기를 장평에 지휘관으로 보내도록 한다. 이때 장평에 배치된 진의 병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10만에서 20만 사이로 추측된다. 보급상의 어려움과 적지에 놓여져있다는 패널티까지 포함하면 진의 승산은 희박했다. 하지만 여기에 백기가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백기는 이미 초나라에서 적의 십분지일의 병력만 지닌 상태에서 역으로 적군을 몰살시킨 바 있었다). 때문에 무안군 백기가 장평에 파견되었다는건 일급 기밀로 취급되었으며, 진의 군영에서는 백기의 이름을 입밖에 내는 자를 바로 사형에 처하여 비밀을 지켰다.

 한편 조 효성왕은 염파의 소극적 전법에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루창樓昌의 건의를 받아들여 평화사절을 보내기는 했었지만 그것은 조나라가 불리해서가 아니라 유리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유리한 상황에서 몇차례의 패배(비록 조군에게는 미미했다 해도)를 당하였고, 공세로 나가기는 커녕 보루를 쌓고 방어전을 펼치는 염파는 조왕에게 조바심을 내게하였다. 이런 타이밍에 범수가 조나라에 흘린 유언비어는 조왕의 불편한 심기를 더욱 자극하였다.

진나라의 첩보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염파를 모함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진군는 다른 것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름높은 명장 조사의 아들인 조괄이 조나라의 총대장으로 임명되는 것만은 두려워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마침내 조왕은 미끼를 물었다. 염파를 불러들이는 한편 젊은 패장 조괄을 임용하여 전선에 파견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인사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염파와 함께 조나라의 양대 버팀목이었던 인상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거문고를 타는 이가 만일 안족(雁足)을 거문고 줄에 고정시켜 버린다면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확실히 조괄은 그 아버지의 병법을 계승받았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으나, 그것은 학문적인 것일 뿐 일단 실전에 임했을 때는 임기응변하는 지휘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조괄의 어머니도 조왕에게 청원하여 말하기를

"지난 날 제 남편도 장군에 기용되었지만 조금도 교만하지 않았고, 왕으로부터 받은 은상(恩賞)을 모두 부하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제 아들인 괄(括)은 장군에 임명되어 열병을 할 때 오직 뽐낼 줄 밖에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사하신 금화도 모두 자기 혼자 가졌고 그것으로 토지와 가옥을 마구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아들이 어찌 아비의 뒤를 계승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왕은 조괄에게 조군의 지휘권을 맡겼다. 이를 들은 조괄의 어머니는 왕에게 패배하더라도 자신의 가문에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다.

 물론 조왕이 단순한 유언비어에 혹하여 수십년간 조에 충성한 염파를 불러들였을리는 없다. 조괄을 전선에 보내면서 20만의 추가 병력을 함께 전선에 파견한 것을 볼 때 기존에 장평에 있던 군대와 합치면 물경 45만에 이르는 대병력이 된다. 아무리 총력전이 발전한 전국시대라 해도 이처럼 막대한 인력을 전선에 오래 붙들어놓는다면 조나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당시 한단의 조나라 지도부는 애초에 대치하고 버티는 장기전이 아닌, 빠른 결판을 작정하고 뛰쳐나왔다고 봐야한다. 이전부터 계속되는 진의 한, 위 침공에 대응하여 양국을 구원하는 전투를 펼치던 조나라는 이 차에 모든 국력을 기울여 진군을 괴멸시킴으로서 당분간 진이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상실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염파는 이러한 단판 야전에 반대하는 사령관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노장 염파를 불러들이는 한편 당시 공격작전을 주장하던 조괄을 지휘관으로 보냈다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미 조나라는 B.C. 270년에 한나라의 구원요청을 받고 조사趙奢(위에서 소개했듯 조괄은 이 사람의 아들이다)를 사령관으로 한 구원군을 보내 진군을 대파한 적이 있었고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대전에 나선것이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관중의 호랑이는 한동안 함곡관 뒤의 우리에 갇혀있어야 할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왕흘로부터 군대를 인수받은 백기는 과감한 공격을 주장하는 조군의 신임 사령관을 염탐하기 위하여 우선 탐색전으로 1만여의 병력을 보내었다. 조괄은 즉시 대응하여 다수의 병력을 출격시켰고 이에 패전한 진군은 진채로 돌아온다. 백기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조군 총사령관으로 부임하자마자 승리하여 더욱 기세등등해진 조괄은 압도적인 병력과 가까운 보급선 등을 믿고 진채를 거두어 진격하기 시작한것이다. 애초 조괄은 백기만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하게 조왕 앞에서 공언하고 왔었다. 왕흘쯤은 어렵지 않게 패배시킬 수 있으리라(조군에서는 진군의 사령관이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무안군은 조군의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다. 조의 사령관이 변경된 사항부터 그 변경된 사령관의 성격과 그가 행할 전술을 모조리 궤뚫고 있던 진군은 조의 공격에 대비하여 보루를 길게 쌓아놓고 있었고, 보병이 주축이던 조군은 단단하게 축성된 진의 보루 앞에서 크게 시간을 허비했다. 이 때 백기는 조군 깊숙히 끌어들이며 3만여의 별동대로 조군의 후방을 차단한다. 조군은 진군을 무리하게 추격하다보니 전열이 흩어져 통일된 명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열히 흐트러진 틈을 타서 약 5천의 진나라 기병이 강력한 충격력을 바탕으로 조군의 방진을 흔들었으며 조군의 전열은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틈을 타서 잘 훈련된 진군의 경무장보병이 출격하여 조군을 계속하여 난타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조군의 명령체계는 이미 붕괴되어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예군이라 해도 명령체계와 전열이 무너지면 제대로 싸울 수 없다. 조군에게는 참담한 패배가 이어졌으나 조군은 아직 우세한 병력이 있었으며 진군이 아무리 정예라 해도 수가 훨씬 많은 적군을 완전히 궤멸시킬 수는 없었다. 이 틈을 타 조군은 급히 후퇴하기 시작했으나 이번엔 후방에 포진한 별동대의 공격에 좌절하였다. 포위당한것을 인식한 조괄은 즉시 현지에 보루를 쌓으면서 대치하였다.

 백기가 전선에서 전선하는 동안 후방의 진 소양왕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친히 하내까지 행차한 소양왕은 15세 이상 60세 미만의 장정들에게 1계급의 하사를 약속하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본래 진에서는 조나라가 총동원력을 내려가며 공격해올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포위망에 몰아넣었지만 현재까지의 병력 수는 조나라가 훨씬 많았으며 만약 조나라가 추가적인 병력을 동원하여 포위망의 외피를 뚫는데 성공한다면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될 것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군대가 먼저 도착하여 포위망을 견고하게 다진다면 반대로 조나라가 패배할것이다. 본래는 적의 목을 베어와야 1계급을 하사했지만 편법에 가까운 방법을 통하여 병력을 모집한것은 그것이 전장밖의 전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동원력 싸움에서 진군은 승리했다. 비록 후방과의 거리가 길었다고는 하나 진나라의 뛰어난 행정체계는 그 보급로의 패널티를 덮고도 남을 위력이 있었다. 상앙의 변법이래 진나라의 동원능력은 칠웅중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조나라는 사실상 국가의 모든 여력을 다 동원한 뒤였다. 진나라는 순식간에 대군을 편성하여 전선에 보낸 반면 조나라에서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한편 조괄은 진군의 포위망을 뚫기 위하여 계속하여 진군을 난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벽과도 같은 진나라의 포위망은 그야말로 강철의 원환과도 같이 조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포위상태가 1달 반을 지나자 조나라 군영의 비참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식량이 다 떨어지고 시체를 뜯어먹을 지경이 되자 조괄은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으나 그러한 시도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따. 결국 조괄이 자신을 따르는 병사로 결사대를 조직하여 진군을 돌파하다가 화살에 맞고 전사하자 수십만의 조군 전원은 묵묵히 영채를 열고 항복하기에 이른다. 역사상 최악의 패배였다.

 포로들의 운명은 가혹했다. 사기에서는 진군이 포로들을 계곡으로 몰아넣고 입구를 막아 모두 생매장했다고 한다. 열국지에서는 포로들이 한밤중에 참살당했다고 한다. 다만 사기의 기록이 보다 신빙성 있어보인다. 어느쪽이건 간에 40만에 이르는 포로들이 모두 학살당한것은 분명해보인다. 어째서 백기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소양왕 등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다만 몇가지 추측해볼 수는 있다. 첫번째로 포로의 수가 진군보다도 훨씬 많아졌다. 그 엄청난 포로를 함양(진나라 수도)으로 압송하다가 반란이라도 나면 수습하기 곤란한것이다. 둘째로는 식량이다. 이전에 파촉을 공격하여 성도 평야지대를 얻기는 했으나 40만에 이르는 포로를 먹여살릴만한 식량은 진나라로서도 큰 부담이었을것이다.




파급 - 한단지전

 장평지전의 결과는 백기가 살려보낸 200여명의 병사들을 통해 조나라에 알려졌다. 차마 말하기도 힘든 참혹하고도 엄청난 패배에 조나라는 국가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진다. 마음을 추스릴 여유도 없었다. 불패전신의 군대는 조나라 도성 한단으로 진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백기는 이 기회에 조나라를 멸하려고 한것으로 생각된다. 200명의 병사를 일부러 살려서 보낸것은 심리전의 일종이리라). 당장 대응하지 않으면 조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지경이었다. 조나라는 소대蘇代를 진에 보내어 당시 재상이던 범수를 설득, 한과 조가 진에 땅을 바치는 조건으로 강화를 맺게 되었다. 백기는 조나라를 멸망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분노했지만 진의 군령은 절대적이다. 무안군은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조왕은 강화조약을 수행하지 않았다. 진나라에 땅을 할양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남은 여력을 짜내어 국방을 강화하여 진의 다가올 침공에 대비하고자 했다. 이전 한과 위가 겪은 운명(계속하여 땅을 바치고 강화를 요청하는)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평에서의 재앙은 이미 열국에 알려지고 있었다. 승냥이와도 같은 진의 침략성이 다시 증명되었고, 다음의 전쟁에서 진군의 침공을 장기간 버텨낼 수만 있다면 합종연합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강화조약이 불이행되자 B.C. 259년 진나라가 다시 조에 침공하였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백기는 진군의 지휘권을 받기를 거부하였다. 그는 조나라를 멸망시킬 기회는 장평지전 직후였으며, 현재는 이미 조나라와 그 주변국이 진의 공격에 대비하여 방어를 공고히 했으므로 공격하여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하였다. 진왕은 듣지 않고 왕릉王陵을 사령관으로 하여 조나라 도읍 한단을 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조나라는 장평지전에서의 패배로 인한 공황상태를 오히려 반진의 기치로 전환시켰다. 진의 공세 앞에서는 상하좌우가 없었으며 모두가 그 학살자들을 막기 위하여 싸웠다. 장평의 패배는 조나라에게 있어서 단결을 위한 촉매로 작용하였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견고한 한단성을 기반으로 진군의 공세를 계속하여 패퇴시켰다. 소양왕의 계속된 명령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백기가 계속하여 지휘권을 받기를 거부하자 이번엔 왕홀을 지휘관으로 임명했으나 역시나 한단성을 함락시킬 수는 없었다.

 공격 2년째인 B.C. 257년, 진나라는 증원군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미 국제여론은 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있었다. 전국사공자중 일인인 평원군이 초 고열왕楚 考烈王으로부터 지원군을 얻어내는데에 성공하고 또 다른 전국사공자이던 위의 신릉군 또한 적극적으로 조나라를 구원함으로서(신릉군은 위왕의 호부를 훔쳐내고 사령관 진비晉鄙를 살해하여 위군의 지휘권을 뺏은 뒤 그것으로 조나라를 지원하였다) 초와 위의 군대가 한단에 도착하여 조군과 연합, 공세를 펴서 진군을 패퇴시킴으로서 조나라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한단지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조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았다. 장평에서 잃은 40만의 장정은 조나라로서는 국력의 거의 전부를 기울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상 최악의 손실은 결코 복구될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진군의 공세는 늦춰지지 않았다. 비록 한단지전에서 패퇴했지만 얼마 뒤 군사를 재정비하여 한과 조를 다시 공격하여 합쳐 13만의 병력을 참수함으로서 그 국력이 건재함을 과시한것이다.


의의 - 신시대의 여명

 B.C. 770년, 주 평왕周 平王이 낙읍洛邑으로 천도하면서 시작된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발전을 구가했던 시기다. 이 시기 수많은 영웅과 장군, 그리고 사상가와 정치인이 등장하였다. 이 시기 사상과 정치뿐 아니라 군사력에도 커다란 혁신이 일어난다.

 춘추시대까지만 하여도 3만의 병력이면 천하의 패권을 지닐 수 있었다. 양대 강국이던 진과 초도 5만의 병력만으로 패자의 자리에 올랐다. 천승지국, 만승지국이라는 말은 그러한 시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병마용_보관보병 병거가 주력인 시대에서 보병이 주력인 시대로, 그리고 귀족이 이끌던 전쟁에서 총력전으로 변하면서 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국시대 후기에 이르면 수십만의 병력이 몇년에 걸쳐서 전선에 투입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 시기 전쟁양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예로 전투교리의 변화가 있다. 춘추시대에 쓰여진 손무의 병법서에는 궁박한 적을 공격하지 말라거나, 혹은 성에 대한 공격은 최대한 피하라는 등의 내용이 쓰여져있었다. 자국보다 더욱 강대한 국가와 싸우려한다면 손무는 '싸우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초, 그의 자손이라는 손빈의 병법서에는 성에 대한 공격, 혹은 자국보다 더욱 강력한 적을 상대로 싸우는 방법도 함께 기술해야 했다. 이것은 손빈이 손무보다 더 호전적이라서가 아니라 시대가 전투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전쟁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강대국의 병탄시도에 맞서서 싸우지 않으면 멸망할 수 밖에 없던것이 전국시대였다.

 전국말에 이르러 진의 노장군 왕전이 진왕에게 아뢴 다음의 말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말해준다.

 "예와 지금은 싸우는 방법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적을 무기로 치되 되도록 중상을 입히지 않게 함을 명예로 삼았고, 죄를 꾸짖어 항복을 받는 것을 최고로 쳤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제환공은 단 3만명으로 천하의 패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로지 힘만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서로 죽고 죽이며 땅을 빼앗는 시대입니다. 예전엔 천승의 전차만으로도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린 소년부터 백발이 성성한 사람까지 군적에 올라있습니다..."

 군사력이라는것은 단순히 농민에게 창칼을 쥐어준다 하여 성립하는것이 아니다. 장정의 동원능력, 그리고 그들에게 먹일 식량의 생산(농업기술)과 국가의 토지/인구 장악력이 그 뒷받침을 충분히 해줘야한다. 또한 장정들에게 최소한의 군사훈련을 시행해야한다. 또한 적군에게 효율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살상력 있는 무기와 축성기술의 발전도 함께 요구된다. 적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첩보조직의 형성과 유지능력도 필수 사항이다.

 장평지전은 이처럼 발전한 전쟁기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적을 속이는 반간지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첩보조직, 또한 막대한 병력의 동원과 이를 지원할 풍부한 경제력, 그리고 그 군대를 움직이는 전투교리등을 통하여 백기의 군대는 장평의 조군을 철저하게 파멸시켰다.

 어떠한 발전이 이루어지면 시대정신이 그 발전을 억누르거나 혹은 발전이 시대를 변화시킨다. 그러나 전국시대는 시대정신 그 자체가 곧 혁신이었던 시대였다. 유례없는 강국들의 등장과 대군의 출현은 그러한 시대를 반영하였다.

 B.C. 3세기경, 전국시대도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대륙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흐름은 하나의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의 이행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껏 없었던 시대, 당대까지 대륙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신시대의 여명이 서서히 그 막을 올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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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장평의 전투로부터도 수년이 지난 어느날, 조의 수도 한단에서는 조희趙姬가 남편을 다시 본다는 생각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남편이 떠나버린 뒤 젊은 그녀는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었지만 그런 고생도 이걸로 끝이었다. 진으로 가면 조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

 들떠있는 어머니에 반해 아들은 차분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출발은 다음날이었다. 그동안 사귀어왔던 연나라 아이(그도 인질로 잡혀있는 몸이었다)와 작별인사를 나누었고 방을 깨끗하게 치웠다. 이제 이 아이가 다시 이곳에 올 일은 없는듯 보였다.

 어린 정政은 문득 하늘을 보았다. 함양에서 그가 무엇을 보게 될 지, 무엇을 하게 될 지에 관하여 아직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어슴푸레하게 떠오르는것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조희의 일행은 한단을 출발했다. 진이 천하를 통일하기 30여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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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사이트
http://blog.naver.com/goliath_777?Redirect=Log&logNo=110022500824
http://giant.x-y.net/sagi/sa_orgl/sagi_orgl.htm
http://blog.naver.com/ilsutory
http://blog.daum.net/shanghaicrab
http://www.yeolkook.net/

비둘기의 미신. 스키너(B.F. Skinner)

사회과학/심리학
심리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자 중 하나로 스키너가 있다. 그가 심리학 세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며 오늘날까지도 심리학계에 논쟁거리가 되는 수많은 떡밥을 투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급진적 행동주의 학파로 거의 모든 행동을 함수화하여 조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간단히 말해 어떤 행동이건 보상과 처벌로 학습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이를테면 여러분의 애완견이 지정된 곳에 배변을 하면 간식을 주는 방법으로 배변습관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강화라고 한다). 가족들의 식사중에 식탁주변을 멤돌며 애절한 눈빛으로 먹이를 구걸하는 애완견들의 행동 등도 마찬가지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애완견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강화) 학습하게 된 것이다.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강아지가 식탁 주변을 멤돌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한 구걸에 대해 음식을 주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x라는 행동을 넣으면 y라는 보상이 나오는 함수와도 같다. 스키너는 인간의 수많은 고도화된 의식과 행동조차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함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인간을 그 외의 동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이러한 학설에 대해 수많은 인본주의자들은 상당히 불쾌한 입장을 보였고, 지금까지도 스키너의 학설은 논쟁거리로 존재한다.

스키너는 기존에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영역(이를테면 음악이나 그림)을 비둘기나 고양이와 같은 하등 동물들에게 학습시키는 실험을 통하여 이러한 반론들에 반박했다.

본문에서 다룰 내용은 이러한 스키너의 실험 중 하나로, 흔히 인간의 고유영역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미신적인 행동을 비둘기도 하게 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흔히 말하는 문지방을 밟고 서있으면 복이 나간다거나, 혹은 운동선수가 경기에 출장하기 전에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 등이 이러한 미신적 행동에 포함된다. 실제로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에 대해 마치 충분한 인과가 적용된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실험방법

흔히 스키너의 상자라고 불리는 장치가 이 실험에 사용되었다. 음식을 주는 접시를 빼고는 텅 비어 있는 심플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실험자는 언제 음식을 줄 지 결정할 수 있었다.

스키너는 여기에 8마리의 비둘기를 넣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것과 관계없이 15초 간격으로 소량의 음식이 접시로 떨어지게 장치했다. 즉 비둘기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음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비둘기들은 실험이 행해지기 며칠 전부터 통상보다 적은 음식을 주어 배고픈 상태가 되게 하였다.

결과

8개의 사례 중 6번의 경우에 매우 명백한 행동이 생겼다. 이러한 행동들은 다음과 같다.

1. 새장 안에서 시계의 반대 방향으로 두세번씩 돌았다.
2. 새장의 한쪽 모서리의 위쪽 안으로 머리를 연거푸 들이민다.
3.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기 밑에 머리를 두었다가 반복해서 들어올리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4. 두마리는 머리와 몸을 옆으로 흔드는 동작을 하였다.
5. 바닥을 건드리지 않고 바닥을 향해서 쪼거나 스치는 것으로 불완전하게 조건형성되었다.

비둘기들의 이러한 행동은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는 이것이 먹이의 제공과 관련이 있는듯이 행동했다.

스키너는 이어서 먹이의 배분 간격을 늘이면 어떻게 될 지를 실험했다. 머리를 까딱이는 비둘기에게 주는 음식의 간격을 1분까지 천천히 늘인 결과 비둘기는 더욱 독특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둘기의 움직임은 더 활동적이 되었으며 발동작이 현저하여 1분의 시간동안 마치 춤을 추듯이 깡총깡총 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비둘기의 이러한 미신적 행동을 소거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미신적인 행동이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미신적인 행동을 발생하게 한 강화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1분으로 배분 간격을 늘여 미신적 행동이 강화된 춤추는 비둘기는 완전히 행동이 소거되기까지 1천번 이상의 반응이 기록되었다.

커뮤니티 운영론 외전

사회과학/인터넷
"어느 곳에서나 임금은 그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두 집단,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자는 더욱 많이 받으려 하며 사용자는 최소한으로 주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분쟁에서 어느 쪽이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따르게 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용자들은 수가 적기 때문에 쉽게 담합할 수 있으며, 또한 법률적으로도 사용자들의 담합은 정당하거나 최소한 금지되지 않는데 반해 노동자들의 단결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

모든 분쟁에서 사용자들은 더욱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이는 대부분 일 주일도 버티지 못하며 한 달을 버틸 사람은 그다지 없고 일 년을 버틸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

노동자들의 자기방위적 단결은 언제나 시끄러우며 ...... 어리석고 방종스럽게 행동한다. 이럴 경우 사용자들은 즉각 노동자들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그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제정된 가혹한 법규를 시행하라고 요구한다.

Adam Smith,《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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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론은 필자가 여러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운영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집필한 것이다. 일의 맥만 잡는다면 해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커뮤니티의 운영진들이 그 글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한다. 절대적으로 운영진에게 해법을 이야기하는게 목적이며 운영진에게 높은 기대를 걸다보니 정작 그 운영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영진들에게 이러한 운영이 옳다고 납득시키는것도 어려우나, 옳다고 인식한 뒤에도 이를 실재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이야기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현실과의 타협이라 명명하며 한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운영진들에게 고결한 품격과 뛰어난 인격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것은 어떤 면에선 과다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필자로서도 어쩔 수 없던 바이다. 커뮤니티라는것은 그 속성상 운영진이 아니면 도저히 어떻게 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흔히 말하는 오프라인의 세계에서라면 심각한 차별과 불합리한 정책, 혹은 공정치 못한 판결 등이 벌어지고 있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적하며 분노할 것이다. 심지어 지배층이 그 통치의 공정성을 상실하면 프랑스와 수많은 역사상의 중국 왕조등에서 그러하였듯이 사회구조를 파괴하려는 무력적 시도까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오프라인의 세계에서도 민중들이 사회체제의 파괴에 성공한 예는 그다지 없(으며 새로운 사회체제를 창출해낸 예는 더욱 드물)다..

심지어 온라인의 커뮤니티에서는 더더욱 그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들 공동체는 전적으로 운영자가 모든 권한을 지닌다. 경찰조직도 필요치 않고 군대도 요구되지 않는다. 그저 운영진으로서 가지는 권한만으로 모든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가입한 인터넷 팬카페를 불과 몇명의 운영진이 팔아치우는 기가 막힌 일까지 벌어진다.

이는 커뮤니티를 기존 소유권의 개념으로 정의하는게 불가능해지면서 생긴 문제이다. 커뮤니티의 주인이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커뮤니티의 운영권을 지닌 자인가? 커뮤니티가 제공되는 서버의 주인인가? 아니면 커뮤니티 내에 올라온 모든 컨텐츠의 소유권을 지닌 자인가? 우리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컨텐츠를 제공하는것은 이것을 운영진에게 주려고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다른 사람이 함께 공유하여 즐기기를 기대하는 것이다(덤으로 글쓴이를 칭찬해주면 좋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컨텐츠에 대한 접근 권리를 설정하는것도, 이 컨텐츠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것도 결국은 운영진이다. 이러한 컨텐츠에 접근하려면 글쓴이에게 물어봐야 하는게 아니라 운영진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저작자에게 속해야 하는 권리조차도 운영진이 행사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을 볼 수 있다.

물론 저작자가 컨텐츠를 투고하였을 때 운영진에게 어느 정도 관리의 권한을 맡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한편으로 이러한 권한을 주지 않았을 때 생길 혼란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들 운영진들이 그만한 권한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검증을 받았느냐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지배층이 없는 사회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구하는것은 지배층이라는 존재를 소멸시키는게 아니라 마땅히 걸맞는 자가 그 지배층에 올라가서 바른 통치를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요구는 대부분 묵살되며, 심지어 일부 평회원들조차도 부당한 지배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운영진들은 이들 평회원의 지지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증명받으며 가혹한 정책을 계속하여 밀고나간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은 결국 보다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으나 그 부분엔 방법이 없다.

커뮤니티 운영론 (2)

사회과학/인터넷
③중기 커뮤니티
전기 커뮤니티 단계가 간부회원층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 목적이었다면 중기 커뮤니티는 평회원들을 필요한 방향으로 이끌어 전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것이 중요 목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이것은 전기 커뮤니티에서도 해야 할 일이며, 또한 커뮤니티가 중기 커뮤니티의 단계에 이른다 해도 전기 커뮤니티에서 하던 일을 멈춰선 안된다. 요컨데 양자를 적절히 이용하는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이용 능력은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이미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시작하기전에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인식해야하는것은 '대다수 신입회원에게 악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여러분들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만들거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신입회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들이 커뮤니티를 나쁘게 만들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이 있겠는가? 물론 안티 사이트가 있다거나, 이전에 무슨 좋지 않은 트러블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다수의 경우에는 그것이 하면 안되거나 혹은 좋지 않은 일임을 인식하지 못한것이 주요 원인일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자 여러분께서 해야될 일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그리고 커뮤니티와 그 하부의 각 게시판 내에서 무엇이 적절한, 혹은 적절치 않은 행위인지를 전달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규칙을 전달 할 것인가? 이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공식적formal인 공지이며 다른 하나는 비공식적informal인 분위기, 관습이다.

1. 공지사항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

공지사항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① 회원들이 아는것이 도움이 된다 판단되는 정보를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② 운영진이 결정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①번의 경우는 이벤트나, 혹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베스트글 등을 말한다. 이런 공지는 일종의 단발성 공지일 경우가 많은데, 정보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동하고 만약 그 가치가 인지자원 소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더 이상 공지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는것은 ②번인데,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커뮤니티의 공식적인 이용안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다루며 커뮤니티 내에서 운영진이 지니는(그리고 나아가 회원들이 따라야 할)가치관을 제시하는 공지이기 때문이다.


아마 운영자들은 가급적 많은 이용정보를 회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아무리 내용을 많이, 길게 써놓는다 해도 대다수 회원은 이러한 공지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며 오랜 시간을 소모하여 읽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원들에게 알리고자 작성하는 공지가 그 본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운영진이 해야 할 일은 전달해야 하는 정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혼재되어 회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정작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혹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운영진은 모든 회원들이 모든 게시판의 이용법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자. 혹시 커뮤니티 내에서 여러분들은 모든 게시판을 다 한번씩 둘러보시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주로 이용하는 게시판이 있고 그 게시판들을 주로 다른 게시판들은 가끔 둘러보는 정도이다.

이것은 하나의 중대한 힌트를 준다. 특정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 게시판 이용법을 알려주어야하는가? 역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시판 이용법은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우나 그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그다지 띄지 않는곳에 공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게시판마다 공지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일일이 그것을 클릭해서 보려고 하지 않으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해당 게시판 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회원들이 볼 수 있는, 혹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인지량의 수는 제한되어있으므로 공지는 필요한 곳에 최소한 만큼만 존재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별다른 의미도 없는 내용들이 카페 전체 공지로 띄워지는것은 굉장한 인지공간적 손실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게시판을 클릭했을 때 공지의 수가 3개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것은 무엇이 회원들에게 공지로 전달되어야 할 정보냐는 것이다. 커뮤니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지로 전달하려고 해선 안된다. 말했듯이 그것은 굉장한 낭비이며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이는 간단히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운영진이 게시판에 써야 하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해서 가장 세심한 부분부터 서술하려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책 한권을 쓸 수가 있다(결코 농담이 아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되는 부분조차 언어화하려고 하니 생기는 문제인 것이다.


2. 회칙(법法)은 어떠해야 하는가.

커뮤니티에서 회칙이란 당위이다. 회칙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지켜질 수 없는 회칙은 애초에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회칙은 실제 집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하며 동시에 회원들이 가능한한 어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기는 자가 늘어나고, 법의 권위가 없어지며, 이것은 법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운영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행하지도 못하는 어렵고 빡빡한 회칙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운영이야 말로 회칙의 권위를 파괴하는 가장 큰 범죄이다. 지켜지는 것과 지켜지지 않는것이 혼용되어 올라가 있으니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이것이 회칙을 무조건 지키기 쉽게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회칙의 각 항과 각 호에서 시행하는게 진정 '문제를 방지(혹은 필요한 요소를 촉진하게)할 수 있는지를 수십번 다시 생각해야한다.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목적이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답건 간에 그 회칙이 실제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회칙의 원래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보복적 성격의 법. 요컨데 형법과 같은 처벌법은 시행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해야한다. 그 보복적 성격은 어디까지나 범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것이며, 따라서 범죄의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형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 글에서 말하는 범죄의 방지라는건 범죄를 아예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은 마치 헌법과도 같이 해석의 여지가 넓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실의 성문법이 엄청나게 두꺼운 법전에 빼곡히 기입된 내용과 수많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과 해석에 계속하여 의문을 주고 있음을 상기하라. 이처럼 두꺼운 현실법도 그러할진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날림으로 만든 법이 이보다 더 정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쓸데없이 정밀하게 만들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틈새가 넘치게 된다.

지적할것은 법이 아무리 빼곡하게 되어있어도 쓰레기 같은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많다는 것이다.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이러한 쓰레기 같은 판정을 내려놓고 그 근거로 이전에 정한 법전을 들이댄다. 법이란게 어떻게 되어있어도 판결을 내리는 자들이 인격적으로 덜 되어 있으면 쉽게 아전인수격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법을 만들기 전에 인치人治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커뮤니티법은 기존의 관습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지 법 자체가 주가 되어선 안된다. 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암묵적인 합의는 생긴다. 커뮤니티에서의 법은 그러한 관습적 합의를 구성하거나 보충하는 요소이지, 그 자체가 곧 합의로서 기능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물론 이는 법을 통하여 합의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다). 한국 법전 등에서는 성문법을 중심으로 관습법이 보충하지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것은 수백명의 법관과 교수들이 달라붙어서 저나마 의견을 내고, 하물며 거대한 사법기구가 존재하며 웹상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커다란 이익이 대립하기에 그나마 가능한것이다. 그런 오프라인의 세계에서조차 그러한 빽빽한 성문법으로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인터넷은 오죽하겠는가?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행정력과 집행력은 현실에서의 그것보다 강하나 그 강제력은 현실에서의 강제력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회칙만으로 모든 문제를 판결하거나 해결하려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부동산 등을 거래할때 관련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막무가내로 상대와 1:1 거래를 진행하겠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한다면, 아니 알더라도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료를 지불해가면서 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 등을 확보하며 안전한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관련법에 신경쓰는 이유는 그러한 법을 모르고 일을 진행했을때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수천만원에서 수억을 날릴지도 모르는 거래가 아닌가?).


그러나 커뮤니티에서는 그렇지 않다. 회칙을 어떻게 정하건 간에 회원들은 그것을 항상 보려고 하지 않으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아무리 명시해놔도 꼭 어기는 회원이 생긴다. 심지어는 커뮤니티의 회칙상 위법임을 빤히 알고서도 '내가 여기서 영구 IP차단(혹은 강제탈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 회원도 있을 것이다(경우에 따라선 '난 유동 IP인데?'라거나, '세컨 아이디로 가입하면 되지'등으로 법을 완전히 조롱하는 일도 있다).

저러한 행위를 하면 분명 그 회원들은 커뮤니티에서 추방될 것이다. 그러나 저런 회원이 백에 한명만 있어도 회원수 1만짜리 커뮤니티에서 백여건 이상의 저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처벌이 회원 개개인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커뮤니티상의 법의 강제력은 심히 낮으며, 또한 그렇기에 커뮤니티 법에게 집행수단이 있건 없건간에 강제적 조항을 수백개를 박고 오타 하나에도 강탈을 내리는 혹형을 가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만약 이런 바보짓을 한다면 이야기지만 말이다).

물론 저러한 회원들을 그냥 놔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영진의 권위와 회칙의 당위를 무시하는 회원은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되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표준으로서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것은, 법적으로 금지시키는것만으로 효과가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서 사용하는 금지란게 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금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이 기존에 형성된 합의를 기본으로 보충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까닭이 이것에 있다. 이러한 관습의 강제력은 약하지만 반발을 주지도 않고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지키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필자는 조금 전에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보가 곧 관습적 합의를 말한다. 이러한 합의는 강요당하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고도 지켜지기에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쓰기 적합하다.

만약 법의 제정자들이 이러한 점을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면 법의 권위는 땅으로 추락할 것이다. 왜냐면 개나소나 법을 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위가 바닥을 해매는 법을 운영하면서 '법을 안지키다니!'라고 외쳐봐야 별다른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3. 게시판 분위기 유지

위에서 말한 게시판에서 정보를 추출한다는게 어떠한 의미인가? 회원들이 게시판을 이용하실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것은 엄밀히 말해 게시판 공지보다도 현재 게시판에 보이는 글들의 성격이다. 위에서도 논하였듯이 이러한 합의는 공지나 운영진이 정한 회칙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이들과는 별도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DC-Inside의 갤러리가 회칙과 관습의 분리가 가장 심한 예이다.

이러한 관습적 합의는 그냥 게시판만 만들어두고 거기에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생긴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생겨나진 않는다. 따라서 운영진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적절한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강제로서만 성립할 수 있는것이 아니며, 강제는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한 한 요소로서만 작용해야지 그 자체만으로 게시판을 제어하려 해서는 안된다.

운영진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그 개입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일을 처리해야 하며 대다수 회원들이 저도 모르게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위해 적절한 행위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① 간단한 모범.

여기서 말하는 모범은 뭔가 도덕적인 일을 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표창을 받거나 주위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으라는 의미로 하는게 아니라, 곧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의사소통 수단, 요컨데 기준의 제시이다. 이를테면 흔히 말하는 '예문'의 역할을 하는것이다.

물론 새로 게시판을 창설할 때엔 이용안내까지만 쓰고 손을 놓아도 괜찮긴 하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회원들은 글을 쓰기 전에 그 게시판에 맞는 주제인지 고민을 한다. 그들이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릴때 가장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공지가 아니라 기존의 글들이다. 공지가 잘 써져 있어도 스팸글들만 올라와있다면 그들 또한 게시판을 무시할 것이다. 관리가 되고 있는 게시판이라고 해도 공지와 게시판 내에서 허가된(그러니까 올라와있는) 글들이 다르다면, 일반적으로 후자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용 안내의 가이드라인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거나 회원들이 정말 헷갈릴까 걱정이 된다면 몇몇 간부회원들에게 미리 게시판에 알맞은 글을 쓰도록 부탁해보자('1빠!' 같은 글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러면 이후에 다른 회원들은 게시판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적절한 글을 쓸 것이다.


② 게시판 이용안내를 해당 게시판 공지에 둔다.

매우 쉬운 일이나 아쉽게도 매우 많은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다. 위에서 필자가 논했듯이, 공지가 없더라도 회원들은 게시판 내의 이미 허가된 글들을 기준으로 게시판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다(또한 이것이 오히려 공지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쉽다). 그럼애도 불구하고 공지는 필요하며, 관습이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기 쉬운 인터넷 환경에서 중요히 작용한다.

요컨데 갈등이 생길 때 운영진이 어떤 방침을 기준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회원들에게 공시하는 것은 이처럼 이용 안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해당 게시판을 담당하는 게시판지기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용 안내를 직접 쓸때엔 간결하면서도 쉽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50세 드신 분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쓸 수록 좋다. 또한 게시판에 맞지 않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글이 무통보 삭제/이동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게시판 이용 중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이 있다면 운영진에게 통보하기를 부탁한다는 말도 쓰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하는게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이드라인임을 유념하라.


③ 처벌자 목록을 고지해야할까?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처벌당한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올린다. 이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여러분이 한번 생각해보자. 각 신문과 언론에서 매일매일 범죄자, 전과자, 수감자들의 목록을 보도하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관해서 떠들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지 않길 바라는게 가능할까? 그렇진 않을것이다. 실제 범죄율이 높건 낮건 간에 범죄자들의 목록을 나날이 보도하면 그 보도를 보는 사람은 '이곳은 무법천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필자는 비밀주의로 처벌하라는게 아니다(실용적 측면에서 봐도 처벌자 목록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생각하긴 하지만 필자가 여러분에게 그걸 요구할 이유는 없다). 굳이 그 목록을 공개한다면 열람하고자 하는 사람,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두면 그만이다. 그것을 반드시 모든 회원들에게 고지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행위가 아니다.

아마 필자 생각에 저것을 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듯 하다.

하나는 일벌백계의 효과를 기대하는것이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 글쎄, 현실사회라면 일리가 있는 일이다. 이전 독재시기에 그렇듯이 군화소리가 나면서 이웃사람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면야 누가 입을 안다물겠는가? 비록 불만도가 오르고 사회는 흉흉하겠지만 공포조성의 효과는 충분히 얻을 것이다.

그렇지만 커뮤니티처럼 강제력이 약한 곳에서 그러한 일을 한다 해서 운영진이 원하는대로 회원을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처벌자 목록을 고지한다 해도 불만도가 오르는 효과 외에는 얻을 수 있는게 없을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커뮤니티의 운영진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합리화를 시키는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게 많은 사람들의 동조다. 실제로 처벌자에 관한 글을 올리면 개미 회원들은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분들 참 수고하시네요' 식의 말을 하면서 운영진들의 결정을 찬양할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합당한것도 아니고 합리화시켜주는것도 아니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이처럼 무작정 찬양하는 회원들이다. 이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력을 흐리고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며 거짓된것을 진실된것으로 혼란케 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어떤 커뮤니티의 운영자라면 한번 분란이 발생했을때 부당한 판결을 내리고 처벌을 공지해보길 바란다. 판결을 내린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 잘못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운영진의 결정을 찬양하는 회원이 있을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회원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회원들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운영진 자신에게 있다. 운영진이 자신의 행동을 회원들에게 공지하여 평가를 얻으려 하니 당연히 호불호가 나오지 않겠는가?


④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위에서 말한 모든걸 다 해도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드는 회원은 있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이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럴까? 커뮤니티에 테러를 가하려고? 아니면 운영진을 물먹이려고? 글쎄 대다수의 경우엔 이렇지 않다. 보통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일 뿐, 무언가 악의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그게 짜증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따라서 대다수의 경우 해당 회원을 처벌하지 않아도, 그 회원에게 좋지 않은 표현이었음을 인식시키면 이후 동일회원에 의해 그러한 문제가 재발하는 일은 없다(요컨데 반드시 처벌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인식시킬것인가? 필자의 답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보고있으라는것이다. 이러한 회원들은 다른 회원들에 의해 알아서 깨닫게 될 것이다.

단, 절대 주의해야하는 것은 운영진은 결코, 절대로 사적으로 저러한 회원과 관계되서는 안된다(그러니까 게시판에서 충돌한다던지). 왜냐면 이러한 사람들이 끼어서 한마디를 하게되면 순식간에 이지메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설령 그런게 아니더라도 운영진이 분란에 끼는 것 자체가 죄이다. 사람들이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 판결을 내린 자가 피고 내지는 원고의 이익과 무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원고이면서 판사가 되면 그런 권위가 유지되겠는가?

물론 운영진이 제대로 갈등의 최종역할을 한다면 회원들은 운영진을 찾아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판결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분란이 발생했을 때 당해 회원들이 운영진을 찾지 않고 스스로 무장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일단은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상급자가 양자 모두에게 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권한(요컨데 글 쓸 권한이나 리플을 달 권한)을 강제적으로 박탈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중재 등은 의미가 없으며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식으로 운영진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회원에 대한 제재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개 무리가 다른 사람들을 린치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된다. 올바른 행동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데도 린치한다면 당연히 죄이고, 준수하지 않았다면 운영진이 나서 제재하면 그만이다. 강제력을 운영진이 독점해야만 운영권이 갈등의 최종 해결방법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이 스스로 무장하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분위기를 여러분이 잘 만들어 놨다면 저런 분위기 흐리는 회원이 나돌아다녀도 웬만해선 커뮤니티 내의 사람들이 용인해줄 것이다. 키배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회원에 대해서는 운영진이 미리 제재를 가하는 것 또한 필요할 수 있다.


⑤ 처벌의 종류

성격이 상당히 모나서, 혹은 인지능력이 다소 부족해서 다른 평회원들에게 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계속하여 뻔뻔하게 행동하는 회원도 있다(이런 경우 꽤 겪어보셨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분위기와 암묵적 합의를 잘 잡아놓았다면 다른 커뮤니티에선 진작에 다굴당해서 쫒겨날 회원이 자 커뮤니티 내에선 생각보다 잘 돌아다니는걸 볼 수 있다.

아예 욕설을 퍼붓고 다닌다거나 하는게 아니라면 그냥 구경이나 하길 바란다. 특히 이 무신경한 회원들의 불유쾌한 농담 등에는 너무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유머에는 유머로 대응하거나 방관으로 일관하도록 하자. 물론 아예 게시판 곳곳에 오버하여 이용을 방해할 정도라면 (갱생시키려 해도 말리지는 않겠지만) 활동중지를 걸고 해당자에게 쪽지로 통보할것을 권고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가장 관대한 커뮤니티조차도 처벌에 관한 조항은 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쓰는 처벌의 규칙들을 보긴 했지만 필자 생각에는 다소 아쉬운 맛이 있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처벌종류를 제시한다.

1)주의 : 행정상 제재는 없다. 발효 즉시 소멸된다.
2)경고 : 전항보다 강력한 제재로써, 누적시 본조 ③항, ④항 ⑤항의 성립에 영향을 준다.
3)강등 : 회원의 등급을 기존보다 낮추어 권리를 박탈한다.
4)활동중지 :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킨다.
5)제명(접근차단) : 회원을 카페에서 탈퇴하도록 한다.

우선 1번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이전에 말했듯이 '악의는 없는'회원들에게 일깨워주는 용도이다. 경범죄가 일일이 전과로 남게 된다면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주의는 행정상 제재도 없고 공식적으로는 누적되지 않도록 발효 즉시 소멸된다. 주의는 쪽지 등의 발송을 통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주의만으로 다 되는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고와 같은게 필요한데, 상당수 커뮤니티에서는 그 경중을 가리지 않고 '*개 이상이면 강탈'식으로 하였다. 물론 이것이 불공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경중을 나누어서 1급경고 2급경고 식으로 하는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명확한 이후 처벌 수를 정하지 않고 '성립에 영향을 주는'정도로 하는것이 좋다 생각한다.

강등이라 함은 곧 권리의 박탈을 뜻한다. 왜냐하면 등급은 권리와 연계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1)장 참조]. 보통은 강등을 하면 다시 등업신청해서 올라올 수 있기에 커뮤니티에선 잘 쓰지 않는것 같다.

활동중지는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영구히 활동중지를 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강제탈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용도로 쓰기는 별로 좋지 않다 생각하니, 활동중지는 '잠시 생각해보는 기간' 정도로 하는게 어떨까 싶다. 최장 7일을 넘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생각한다.

강제탈퇴는 단일 커뮤니티 내에서만 보면 해당 회원에 대한 사형선고다. 가급적이면 그 시행을 자제하도록 하는것이 좋겠다.

이러한 제재를 한 뒤에는 쪽지로 간단한 이유와 내용을 통보하길 바란다. 이런 경우 주의를 주는 주체는 '운영진 A씨' 가 아닌 '운영진'이어야하며, 책임 소재는 운영진 내에서만 명확해야 한다. 즉, '운영진 A의 결정'이 아니라 '운영진의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간단히 말해 일반회원이 특정 운영자에게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도록 하라는 거다).


⑥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의 이익을 따라서

처벌은 주로 법을 따라서 하게된다. 그런데 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란게 있다. 요컨데 유죄임이 증명되지 않는 한은 무죄라는 뜻이다. 혹시 어떤 회원의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니면 처벌을 한 뒤에 회원들의 일부나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식의 말을 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은 판결을 부적절하게 내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처벌을 해야하는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 혹은 무거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가벼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의심스럽다면, 이 경우에는 피고의 이익을 따르는게 맞으며 그렇게 하는것이 온당하고 또한 적절하다. 회원들이 강경한 처벌을 요구할 때 조차(그런데 회원들이 이런 요구를 한다는게 이미 커뮤니티에선 막장이긴 하다) 만약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운영진은 가급적 처벌을 피해야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법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했듯이, 법이란 당위이며, 당위란 곧 정의이자 올바름이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법이다. 만약 이러한 구분을 하지 못한다면, 법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은 강제력일것이고 그것은 곧 폭력과 압제에 지나지 않다.


4. 등급제도

(1)장에서 다루었듯이, 등급은 일반적으로 권리와 많이 연계된다. 이를테면 준회원은 게시판을 열람할 권리는 있지만 글을 쓸 권리는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필자 생각엔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회원제를 시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혹시 커뮤니티 운영진 여러분께서는 본래 정회원제가 어째서 생긴것인지 아시는지? 인터넷 커뮤니티 초창기에 흔히 말하는 '스팸'이 많이 나돌아다녔었다. 이 스패머들은 다음 카페는 물론 네이버 지식IN 등 수많은 곳에 진출(?) 하여 활약(!) 하셨는데 이러한 스패머들을 막기 위하여 커뮤니티들에선 처음 가입한 회원을 '준회원'으로 설정하고 간단한 규약을 맞추어 등업하면 '정회원'으로 인정하여 스팸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다수의 스패머들이 '프로그램'이었기에 이것은 매우 적절한 수단이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것이 요즘 커뮤니티들이 쓰는 정회원제의 시초다. 물론 돈을 입금하면 정회원으로 올려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있긴 하지만 이건 다소 예외적인 경우이며, 본래 대다수 커뮤니티들은 저러한 간단하고도 공개적인 절차로 정회원제를 실시했다.

참으로 아쉬운것은 스패머들이 이미 많이 사라진 현재까지도 정회원제가 남아 크게 변질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회원제는 신입회원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되었고, 수많은 커뮤니티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할것을 요구하며 신입 회원들에게 온갖 복잡한 요구를 가한다(이것도 스패머들의 탓으로 돌려야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우울한 유산임은 틀림없다).

놀랍게도 이처럼 복잡다난한 요구를 시행하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들에게 '등업 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면 하는 말이 아마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 쉽잖아?'정도의 응답일 것이다. 글쎄 그렇게 따지면 학교도 쉽고 군대도 쉽고 직장도 쉬울것이다. 쉽다/어렵다로 따지는게 무리이니 질문을 바꾸어보자. '정말 이것이 필요한가?'

우선 이러한 복잡한 등업절차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지원하는 명분이 몇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요구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라 함은 무엇을 뜻하는가? 필자는 커뮤니티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크게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컨텐츠요, 다른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물론 상당수 커뮤니티에선 컨텐츠건 커뮤니케이션이건 딱히 나누지 않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다.

'자료만 받고 떠나지 말고 글을 쓰고 리플을 달아라'

이것이 다음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의미임은 분명하다.

1.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회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2.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니들이 컨텐츠를 제공해라'

만약 1번의 요구라면 정말 기가 차지 않을 수가 없다. 1번과 같은 논지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돈을 줄테니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철없는 졸부집을 연상케 한다. 묻겠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사교적인 교감인가 아니면 실제적 이해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인가?

의사소통이란 당연하게도 서로가 서로를 느끼는 것이며, 반드시 지식적인 것일 필요가 없다. 아마 이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무슨 뜻인지 모르고 요구하는것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하긴 한다.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적으로 논리적 모순에 지나지 않다[정말 알고도 이러한 요구를 말짱히 하는 사람들(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은 진정으로 성장 중 정체성 형성의 어딘가 장애가 발생했음에 틀림없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오도록 컨텐츠로 낚는거까지야 괜찮은 일이다. 말했듯이 처음 오는 회원들은 컨텐츠를 보고 찾아오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신입회원들의 뒤이은 행동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것은 이미 커뮤니티 내에 있는 기존의 회원들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린 일이지 신입회원들에게 강제로 요구한다해서 성립하는것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생각치 않고 이득을 내거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려 한다면 각각의 리플과 글에 소통의 의미가 부여되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그저 몇몇 회원끼리의 소통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얻기위해 공허하고 형식적인 말만 나오는 인형극으로 전락할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2번은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이러한 호혜주의의 원칙은 여러 시대, 다양한 공간에 걸쳐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있는 유래깊은 전통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컨텐츠는 아무리 나누어도 그 양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컨텐츠를 개방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가능한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것이 더욱 컨텐츠를 늘이는데에 도움이 된다. 만약 회원들이 컨텐츠를 거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아마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받으면 더이상 커뮤니티에 기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컨텐츠 저장고로만 볼 것이다.

물론 등급업의 조건으로 컨텐츠의 거래를 요구하는 종류의 커뮤니티에서도 수많은 회원들은 거의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에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것은 이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컨텐츠적 요구를 벗어나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만들수록 컨텐츠 또한 크게 증진된다(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컨텐츠에 대한 거래대상으로 제공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위에서도 말한 바가 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하면 컨텐츠의 증가량 또한 감소한다.

어쨌거나, 이처럼 등급절차를 간소화하면 운영진 여러분께서 등급업 문제로 격무에 시달릴 일도 없고 회원들도 만족할것이며 컨텐츠는 더욱 늘어나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져 모두에게 더욱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주 : 필자가 이 글을 썼을 때는 스팸 방지 기술이 크게 강력해진 때이다. 그러나 현재엔 그렇지 않음이 실망스럽다. 만약 스패머가 많다면 정회원제의 시행은 필요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컨텐츠의 호혜성 원리를 요구하며 컨텐츠를 찾아서 오는 평회원들에게 컨텐츠의 제공이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것은 성공할수도 없고 실제로도 실패한다.

신입회원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커뮤니티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전혀 알지 못하는 집단에 갑자기 투신하여 친하게 지내려 할리가 없는것이 아닌가? 컨텐츠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여 오는 회원이 대다수인것은 합리적이다 못해 당연한것이다.

혹시 여러분이 어떤 자료를 찾아서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분위기가 영 안좋고 컨텐츠를 찾아서 온 신입회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해보자. 이 경우에 가장 좋은 대처법은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그냥 원하는 내용을 찾고 쏙 빠져나가는게 상책이다. 존재 자체를 알리지 말아야 한다. 리플도 달지 말고 글도 쓰지 않는다. 그냥 볼 수 있는거만 보고, 정히 등급업이 필요하면 '형식적이고 공허한' 리플과 글을 달고 등업만 한다음에 역시 볼 수 있는거만 보고 나가게 된다. 이는 평회원들이 성격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이 상책이기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컨텐츠를 찾으러 오는 회원에 대한 공격은 글과 리플을 다는 회원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회원은 그냥 두는 역차별로 발현된다. 요컨데 강제적으로 활동을 하도록 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의미다(다만, 전기 커뮤니티에선 컨텐츠를 늘이기 위해 호혜주의를 사용하는 방법이 어느정도 먹힌다. 물론 이것도 기존에 컨텐츠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지만).

상당수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매우 불합리하고 당황스러운 제약을 회원에게 가하면서 오히려 회원의 탓을 하는것은, 컴퓨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컴이 고장났을 때 컴퓨터 탓을 하는것과 같은것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니 자신이 컴을 잘못 다룬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 회칙에 관해 다룰때 말했듯이, 회원을 금제함으로서 통제하려는 시도는, 금제만으로서 할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조건에도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