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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에 관한 행동의 연구.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사회과학/심리학
심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이미 이것이 무슨 실험인지 다들 알 것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이 실험은 (비인도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결과의 심각성과 파급 때문에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논문이 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심리학 교재와 관련 대중서에는 모두 이 실험이 올라가있다.

밀그램의 연구계획은 당시까지도 그 영향력이 남아있던 2차 대전의 전쟁범죄war criminal의 행위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해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시기 나치NAZI 치하에서 자행된 수많은 잔학행위는 문명의 야만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드러내었다. 밀그램은 이에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이 명령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밀그램은 "사람들은 권위자가 명령할 때 그것이 평소 가지고 있던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더라도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적인 가설로부터 이를 실제로 실험해보기로 했다.


실험방법

이 실험을 위해서 밀그램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했다.



방은 둘로 나뉘고 여기에 사람들이 배치된다. 상단 그림에서 E는 실험자experimenter이다. 그는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T가 선생teacher으로 그의 앞에는 30개의 스위치가 있고 각각의 스위치에는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의 전압이 15볼트씩 차이를 두고 표기되어 있다. 스위치에는 묶음별로 '약한 충격', '중간 충격', '위험:심각한 충격'을 적어서 실제 그 전압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험성을 알려준다. 이 버튼을 누르면 건너편 방에 있는 L, 즉 학습자learner에게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이 장치들은 사실 가짜로,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피험자들에게 전압이 가해진다고 믿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그리고 이 연구의 피험자는 신문에 낸 광고:기억에 대한 연구(study of memory)에 참여할 자원자 모집을 보고 자원한 40명의 남성으로 구성되었다(미국에서는 심리학 관련 실험을 할 때 자주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어 자원자를 모집한다). 이들은 20세에서 50세의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직업군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피험자 개개인에게는 45달러씩을 지불하였으며 그 돈은 실험실을 방문한 대가이고 실험 자체와는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하여 실험중 돈의 보상과 관련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개개의 피험자와 별도로 두명이 더 들어가는데 한명은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로 그는 학습자의 역할을 받게 된다. 다른 한명은 실험자의 역할을 받아 선생 역할의 피험자에게 명령을 내린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이 연구는 학습에 대한 처벌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라고 (거짓으로)알려주고, 다른 한명의 가짜 피험자(말했듯이 그는 사실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이다)와 제비뽑기를 통해 선생 역할과 학습자 역할을 정한다. 이 제비뽑기도 조작된 것으로, 진짜 피험자는 항상 선생 역할이 되고 가짜 피험자는 학습자 역할이 되도록 설정되어있다.

이제 학습자는 옆방으로 가서 피험자가 보는 앞에서 의자에 묶이고 전선으로 몸을 감는다. 이 전선들은 옆방의 전기충격기와 연결되어있고 학습자는 묶여있지만 선생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a, b, c, d로 표기된 4개의 버튼에는 손이 닿을 수 있다.

선생은 단어쌍의 목록을 읽어주며 학습자가 그것을 제대로 기억하는지 확인한다. 선생은 만약 학습자가 틀리거나 무반응을 보일 때 마다 점차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실험자에게 지시받는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점차 강화되는 전기충격에 학습자는 점차 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120볼트에 이르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선생에게 항의한다(방에는 인터폰이 있다). 150볼트에 이르면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 공포에 질린 학습자는 벽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일부 대사에서는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도 있다).

물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것은 아니다. 학습자는 다만 그러한 행동을 연기하도록 요청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험자들에게는 그것이 연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일련의 상황에서 몇명이나 되는 선생들이 최고충격의 전기충격을 학습자들에게 가할 것인가?


실험결과

이 실험의 결과를 말하기 전에, 잠시 이를 예측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자. 밀그램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 이 실험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보도록 하였다. 높게 예측한 사람조차 기껏해야 3%정도가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리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40명 중에서 26명은 실험자의 명령에 따라 최고의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들이 거리낌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밀그램은 당시 선생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두었다.

"나이가 지긋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업가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있게 실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나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는 말을 더듬거리고 볼을 실룩거리며 희망을 잃고 폭발 일보직전이 된 신경 쇠약증세를 보였다. 그는 계속하여 귓불을 잡아당기고 몸을 꼬으며 주먹으로 이마를 치고는 "오 하느님! 제발 중단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충실히 그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p.377)."

선생들은 전기충격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 학습자가 고통스러워 할 때 뒤쪽의 실험자를 돌아보며 실험의 지속 여부를 물었다. 실험자가 사무적인 태도로 재개를 명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험자에게 분노를 표하기도 하고 동시에 전기충격을 받는 학습자를 걱정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속하여 전기충격을 가했다.


추가실험

본래 밀그램은 미국에서 우선 실험을 한 뒤에 독일로 가서 한번 더 비슷한 실험을 행하려 했다. 독일인들이 특별히 권위적인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놀라운 결과를 본 밀그램은 이를 포기했다. 독일까지 갈 것 없이 이미 미국에서 충분히 권위의 위력을 보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복종의 강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요소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계속 진행하였다. 학습자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선생이 복종할 확률은 가장 높아졌다(93%). 학습자와 선생이 같은 방에 있는 경우엔 복종률이 반대로 30%까지 떨어졌다. 이로서 선생과 학습자가 정서적, 신체적으로 거리가 가까울수록 권위에 대한 반발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밀그램은 명령을 내리는 자, 즉 권위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것 또한 복종을 약하게 한다는것을 발견하였다. 실험자가 더 가까이 있을 수록 복종률은 올라갔고 실험자가 방 바깥에서 전화로 피험자에게 명령하는 경우의 복종률은 가장 낮았다(21%).

또한 선생들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였을 경우 대부분이 45볼트 이상의 충격은 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