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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론 외전

사회과학/인터넷
"어느 곳에서나 임금은 그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두 집단,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자는 더욱 많이 받으려 하며 사용자는 최소한으로 주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분쟁에서 어느 쪽이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따르게 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용자들은 수가 적기 때문에 쉽게 담합할 수 있으며, 또한 법률적으로도 사용자들의 담합은 정당하거나 최소한 금지되지 않는데 반해 노동자들의 단결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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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쟁에서 사용자들은 더욱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이는 대부분 일 주일도 버티지 못하며 한 달을 버틸 사람은 그다지 없고 일 년을 버틸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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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자기방위적 단결은 언제나 시끄러우며 ...... 어리석고 방종스럽게 행동한다. 이럴 경우 사용자들은 즉각 노동자들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그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제정된 가혹한 법규를 시행하라고 요구한다.

Adam Smith,《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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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론은 필자가 여러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운영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집필한 것이다. 일의 맥만 잡는다면 해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커뮤니티의 운영진들이 그 글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한다. 절대적으로 운영진에게 해법을 이야기하는게 목적이며 운영진에게 높은 기대를 걸다보니 정작 그 운영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영진들에게 이러한 운영이 옳다고 납득시키는것도 어려우나, 옳다고 인식한 뒤에도 이를 실재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이야기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현실과의 타협이라 명명하며 한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운영진들에게 고결한 품격과 뛰어난 인격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것은 어떤 면에선 과다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필자로서도 어쩔 수 없던 바이다. 커뮤니티라는것은 그 속성상 운영진이 아니면 도저히 어떻게 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흔히 말하는 오프라인의 세계에서라면 심각한 차별과 불합리한 정책, 혹은 공정치 못한 판결 등이 벌어지고 있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적하며 분노할 것이다. 심지어 지배층이 그 통치의 공정성을 상실하면 프랑스와 수많은 역사상의 중국 왕조등에서 그러하였듯이 사회구조를 파괴하려는 무력적 시도까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오프라인의 세계에서도 민중들이 사회체제의 파괴에 성공한 예는 그다지 없(으며 새로운 사회체제를 창출해낸 예는 더욱 드물)다..

심지어 온라인의 커뮤니티에서는 더더욱 그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들 공동체는 전적으로 운영자가 모든 권한을 지닌다. 경찰조직도 필요치 않고 군대도 요구되지 않는다. 그저 운영진으로서 가지는 권한만으로 모든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가입한 인터넷 팬카페를 불과 몇명의 운영진이 팔아치우는 기가 막힌 일까지 벌어진다.

이는 커뮤니티를 기존 소유권의 개념으로 정의하는게 불가능해지면서 생긴 문제이다. 커뮤니티의 주인이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커뮤니티의 운영권을 지닌 자인가? 커뮤니티가 제공되는 서버의 주인인가? 아니면 커뮤니티 내에 올라온 모든 컨텐츠의 소유권을 지닌 자인가? 우리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컨텐츠를 제공하는것은 이것을 운영진에게 주려고 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다른 사람이 함께 공유하여 즐기기를 기대하는 것이다(덤으로 글쓴이를 칭찬해주면 좋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컨텐츠에 대한 접근 권리를 설정하는것도, 이 컨텐츠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는것도 결국은 운영진이다. 이러한 컨텐츠에 접근하려면 글쓴이에게 물어봐야 하는게 아니라 운영진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저작자에게 속해야 하는 권리조차도 운영진이 행사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을 볼 수 있다.

물론 저작자가 컨텐츠를 투고하였을 때 운영진에게 어느 정도 관리의 권한을 맡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한편으로 이러한 권한을 주지 않았을 때 생길 혼란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들 운영진들이 그만한 권한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검증을 받았느냐이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지배층이 없는 사회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구하는것은 지배층이라는 존재를 소멸시키는게 아니라 마땅히 걸맞는 자가 그 지배층에 올라가서 바른 통치를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러한 요구는 대부분 묵살되며, 심지어 일부 평회원들조차도 부당한 지배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운영진들은 이들 평회원의 지지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고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증명받으며 가혹한 정책을 계속하여 밀고나간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은 결국 보다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으나 그 부분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