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

간수의 법칙. Zimbardo, 1971

사회과학/심리학
이전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도 지적했듯이 사람은 환경에 따라 태도와 행동이 바뀐다. 짐바르도는 이에 더 나아가서 보다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이에 들어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이 바뀌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실험목적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도소는 참으로 비인간적인 환경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감옥은 왜 그렇게 험악한 환경인가? 범죄자가 가는 곳이라서 험악한 자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가? 아니면 환경이 사람을 그처럼 험악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직접적인 환경은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가?

실험방법

실험자들은 대학의 심리학 건물 지하에 가짜 감옥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은 복도에 10미터짜리 섹션을 구획하여 조립식 벽으로 감방을 만들었다. 실험실을 개조하여 가로 약 2미터, 세로 3미터의 조그마한 감방 세 개를 만들어 쇠창살을 달고 검은 색 칠을 한 문을 만들어 달았다. 또한 벽장을 처벌 독방으로 만들었다.

이 감옥에 들어갈 사람들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간수로서 책임지고 감옥의 질서를 지키는 자들이다. 다른 한 쪽은 죄수로서 간수들에 의해 구금되며 통제당하는 자들이다.

참여자들은 지역 신문의 광고(미국에선 심리실험의 참여자들을 이런 식으로 모집하는 일이 자주 있다)를 통해 지원한 사람들이었다. 지원자 75명 중 심리테스트를 통해 보다 정상적이고 건전하다 판단되는 21명을 선발했다.

이들 중 무작위로 뽑힌 절반이 간수가 되었다. 그들에겐 제복과 검은 안경이 배당되었다. 남은 절반은 죄수가 되었다. 짐바르도는 팔로 알토(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의 부촌) 경찰서의 경찰관들에게 이들을 각자의 집에서 '체포'하여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연행하게 했다. 그런 다음 엉터리 죄목을 씌우고 눈을 가린 채 심리학부 지하실에 있는 감방으로 데려왔다. 그 다음에 죄수들의 옷을 벗기고 수인 번호가 앞귀로 적힌 죄수복을 입혔다. 이 죄수복은 구금되어 있는 동안 그들을 식별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관찰자들은 이후 약 2주간 이 가상의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할 것이다.

실험결과

엄밀히 말해 이 실험은 제대로 끝마쳐지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험은 어디까지나 실험으로 끝나야 하며 실험실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이전과의 연계가 끊어져야 했다. 특히나 실험자들은 결코 심리 실험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그들은 방관자로서 실험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은 어느 순간 실험실을 벗어났다.

간수들 중 일부는 이전에 자신을 평화주의자로 자처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단시간에 혹독한 감독관의 역할에 빠져들었다.

첫날 밤 그들은 새벽 2시에 죄수들을 깨워서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벽에 일렬로 정렬시킨 다음 다른 과업을 수행시켰다. 이튿날 아침 죄수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찢어내고 감방 안에 바리케이트를 치며 반발하자, 간수들은 그들을 발가벗겨 소방전을 뿌렸으며 반란의 지도자를 독방에 처넣었다.

"우리는 종종 권력을 남용했죠. 예를 들면 그들의 면전에서 고함을 질렀거든요."

간수 중 한 사람이 회상했다.

"그건 완전히 공포 분위기였어요."

실험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간수들은 조직적으로 점점 더 잔인하고 가학적이 되었다.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은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변화의 강도와 속도였습니다." 간수들은 죄수들에게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시키고 수갑을 채우고 머리에 종이 봉투를 뒤집어씌운 채 복도를 행진하도록 시켰다.

또 다른 간수는 회상했다.

"지금의 내 행동과는 완전히 정반대였어요. 난 적극적으로 잔인한 것들을 고안해냈던 것 같습니다."

서른여섯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한 죄수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곧 석방시켜야만 했다. 그 뒤 '극도의 정서적인 우울증 증세인 울음과 분노와 격렬한 불안' 등으로 4명 이상이 석방되었다(이들은 실험참여비도 받지 않고 떠났다).

짐바르도는 원래 이 실험을 2주간 계속하려고 의도했었다. 그러나 그는 엿새 만에 실험을 중단했다.

실험이 끝나고 난 뒤 한 죄수는 말했다.

"이제야 저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게 나야'라고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죄수로서의 제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죄수는 말했다.

"저는 그때까지 '이게 나야'라고 불렀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감옥에 자원해서 나를 집어넣은 사람(왜냐하면 그것이 감옥이었고 아직까지도 내개는 감옥이니까요. 난 그게 실험이라고나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은 나와는 전혀 별개였으며, 마침내 내가 그 사람이 전혀 아닐 때까지 나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나는 그저 416번 이었어요. 내가 바로 그 숫자였고, 사실상 416번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있더군요."

갈수록 교도소 내의 상황이 격해지자 실험자들은 수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논했다. 이 때 문을 열고 들어온 다른 실험자가 말했다.

'자네들 뭐하는거야? 이게 무슨 실험이지? 목적이 바뀌었나?'

그 순간 실험실 내의 실험자들은 깨달았다.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야 할 자신들조차도 본래 실험의 목적을 잊고 가혹한 조치들을 당연시 여기고 있던 것이다. 짐바르도는 우리의 내적 기질은 특정한 상황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짐바르도가 말하는 상황이란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외부적인 요소가 아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우리를 키운 것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다닌 학교가 어떤 종류의 학교인지, 우리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 또는 우리 이웃이 우리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의 요점은 훌륭한 학교와 행복한 가정과 좋은 이웃 출신인 정상적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단지 그들이 처한 상황의 세부적인 것들을 직접적으로 약간만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그들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 Zimbardo, 1969

사회과학/심리학
사람들은 스스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를 바꾸기도 하지만 반대로 환경에 맞추어 유연성있게 대처하기도 한다. 특히 밀그램의 실험은 권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후속실험에서도 밝혀졌듯이, 권위있는 연구자를 두명으로 늘이고 둘 사이에 논쟁을 일으키면 스스로의 판단으로 참여자는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중지했다. 이처럼 권위와 명령이 없을때 상당수의 사람은 직접 올바른 판단에 따라서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실 권위와 명령의 중요도가 높은 군대 등의 조직에 족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들의 사회생활에서 명령으로 인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긴 하다 )

일반적인 경우 국가와 학교, 그리고 가정은 아이들이 태어날때부터 시작해서 도덕과 윤리를 가르친다. 전쟁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당연히 살인은 처벌받고 그 외 타인에게 해를 끼칠 만한 일은 금지되거나 최소한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며 왜 악행에 빠지는가?

지금부터 여러분이 볼 실험은 이와 관련이 있다. 감옥환경의 실험과 저서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로도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의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교수는 특정한 상황 하에서는 명령과 권위가 없이도 '자발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할 수 있음'을 테스트할 것이다.

이론적 가설

도둑질은 일반적으로 금지된다. 그 이유는 그것이 해당 재화를 소유한 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소유권이 불명확하거나 방치되었다면 당연하게도 해당 재화를 손에 넣거나 최소한 보호하려 하진 않을 것이다.따라서 만약 길에 놓여진 차에 방치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정보를 흘린다면 사람들은 이에 대한 침해를 시작할 것이다.

실험방법

짐바르도는 다소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보닛을 열은 두 대의 자동차를 두었다. 요소는 모두 통제되었으며 양쪽 차의 보존 상태는 동일했다. 그리고 이제 한쪽 차의 창문을 살짝 깨서 변수에 변화를 주었다. 실험자들은 앞으로 1주일간 양쪽 차에 일어날 변화를 관찰할 것이다.

실험결과

창문을 그대로 두고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 뒤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창문이 깨진 자동차에는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다. 불과 10분만에 배터리가 없어졌으며 타이어가 사라졌다. 이후 낙서, 투기, 파괴가 연이어 벌어졌으며 실험이 종료된 1주일 후에는 고철이 되어 폐기처분 직전의 상태로 전락했다.

이것은 유리창이 깨진 것을 통해서 해당 자동차가 보다 허술한 관리 하에 놓여있다고 행인들이 추정하게 만들었다고 추측된다. 처음엔 보다 눈에 띄지 않는 손상이 가해졌으나 해당 차가 버려진 상태라는것을 확인시키는 증거(낙서, 파괴흔적)가 늘어갈수록 차에 가해지는 행위도 더욱 심해졌다.

이를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의 법칙이라고 한다.

후속실험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원생 케스 카이제르가 이끈 연구팀은 주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주위 환경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 깨진 유리창 이론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6가지 상황을 놓고 주변 환경이 깨끗한 경우와 벽에 낙서가 된 지저분한 경우에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첫번째로 쓰레기통이 설치되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손잡이에 부착된 광고전단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관찰할 결과, 골목길 벽이 단일 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공간에서는 광고전단이 길바닥에 버려진 비율이 33%였다.

반면, 골목길 벽에 낙서가 된 공간에서는 광고전단 10장 가운데 7장(69%)이 길바닥에 버려졌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골목길 벽에는 "낙서금지"라는 경고문구가 쓰여 있었으며 이러한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낙서가 된 곳에서는 보통 사람들도 준법의식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또 주위가 말끔하게 정돈된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과 쓰레기가 널브러진 곳에 설치된 '깨끗한' 우체통, 지저분한 환경 속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을 각각 준비한 후, 이곳에 각각 5유로 지폐가 든 편지봉투를 걸쳐놓았다. 편지봉투는 수신자 주소가 적히는 부위의 투명비닐을 통해 봉투 안에 5유로 지폐가 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행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를 집어갈 수 있었다.

관찰 결과, 편지봉투를 집어간 비율이 깨끗한 주위 환경의 깨끗한 우체통의 경우는 13%였으나 지저분한 환경의 깨끗한 우체통에서는 25%로 높아졌고 지저분한 환경의 낙서투성이 우체통에서는 27%로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6가지 상황 관찰에서 모두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갖는다고 결론내렸다.

사회적용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이 ‘깨진 유리창 이론’에 근거하여 뉴욕 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겔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낙서를 철저하게 청소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운다는 놀랄만한 제안에 대해서 교통국의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낙서가 범죄율의 상승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는 모양이다. 직원들은 범죄를 막기 위해선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간 국장은 낙서를 지우는 것을 철저하게 행하는 방침을 단행했고, 지하철의 차량 기지에 교통국의 직원이 투입되어 무려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수행되었다. 낙서가 얼마나 많았던 지, 지하철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1998년, 드디어 모든 낙서 지우기가 완료되었다. 낙서 지우기를 하고 나서 뉴욕시의 지하철 치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낙서 지우기를 시행하고 나서부터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 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 범죄 사건은 놀랍게도75%나 급감했던 것이다.

그 후,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시 경찰에 도입했다.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 무시나 빈 캔을 아무데나 버리기 등 경범죄의 단속을 철저하게 계속한 것이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사회과학/심리학
한때 MSN메신져에 '심심이'라는 봇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이 봇은 흔히 말하는 채팅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말 그대로 심심할 때, 말을 걸면 대답을 해주는 그런 봇이었다. 메신져에 친구가 없다면 꽤 할 만한 일이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심심이와의 대화를 길게 지속하지 못했다. 심심이는 그저 유저가 거는 말을 어떤 장치에 따라 단어를 재배열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으며, 유저들은 심심이와 두세마디만 나누어도 그 어색함을 바로 느낄 정도였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유저들이 직접 심심이에게 특정 말에 대한 응답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더 나쁘게 되었다. 심심이에게 말을 가르치는 사람이 많다보니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 마다 유저들이 입력한 서로 다른 말투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처럼 말할 때마다 말투가 바뀌는 이 괴이한(…) 화자는 그다지 감동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다.

심심이가 나오기 수십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가 언젠가 사람과 대화할 날이 올거라 기대했으며 실제로 수많은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사람과 대화(주로 채팅 위주였지만)할 수 있도록 되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잊혀지거나 폐기되었으며 가끔씩 옛 자료실의 무덤에서나 발견되는 유물로 전락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소통과 대화는 단순히 단어와 글자, 소리의 모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 A.I.에 나오는 인간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로봇들, 역시 영화 매트릭스Matrix에 등장하는 인간을 점령하여 마음을 조종하는 기계들, 일본의 만화책 쵸비츠ちょびっツ, Chobits에 나오는 아름다운 로봇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사랑은 말 그대로 영화와 만화속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컴퓨터는 다음과 같은 아주 간단한 (정말로 간단한) 대화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 이제 그만 사귀자."
"어떤 자식이야?"

Steven Pinker,《Language instinct》

이 짧은 대화는 참 간단해보인다. 그러나 저 대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프로세스가 있었을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소통이란 무엇인가. 스피커와 마이크를 각각 한 쌍 준비하고 서로 소리를 나오게 하며 이를 마이크로 녹음할 수 있다고 해서 소통이라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저 소리의 집합을 더한 것이지 이를 해석하지도, 정보를 이해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해석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주옥같은 말이라도 그저 노이즈(noise: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해석과 이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글 등을 읽다가 한 글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그 글자가 단순히 선의 집합체로 보이며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긴다. 흔히 게슈탈트 붕괴라고 알려진 이 현상은 통일성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슈탈트 붕괴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통일성)를 잃게 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어떤 글자를 볼 때 그 글자들의 의미가 이해되려면 이들 선의 집합을 특정한 절차에 걸쳐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 프로세스를 우리는 기본적으로 켜놓고 있으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책을 보면 바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프로세스(당연한 전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 프로세스가 작동을 멈추게 되고 이것이 바로 게슈탈트 붕괴이며 통일성의 상실이다.

수신자의 첫 단계가 바로 이것이다. 타인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소리를 그대로 인식하는게 아니라, 그 의미를 프로세스에 따라 해석해내는 것을 말한다. 손상되지 않은 소리파일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가 말을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인간은 대화중 화자의 음성을 75%정도밖에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장의 해석만으로 대화가 끝나진 않는다. 그로서 얻은 정보를 평가 분석하여 자기 자신을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거절이라도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여 이를 자신이 가진 상식에 비추어 생각한 뒤에 옳지 않다 생각하여 거절하는 것은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다. 남의 말을 듣고 이해는 했으나 혼자의 아집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는것은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요컨데 누군가에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게 아니라 '당신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남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에 반드시 요구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는건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를 잃고 있다는 말일 수 밖에 없다.

소통이란건 수신修身을 기본으로 한다. 대화로 타인을 깨우치기 어려운 이유는 소통이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무력과는 달리 박수와 같이 양 손 사이 최소한의 맞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한 쪽이 높은 관용과 이해도를 지녀서 다른 쪽을 이끌어줄 수 있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상대가 최소한의 스스로를 평가하는 능력을 지녀야만 가능하다. 상대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어쩔 방법이 없다.

환경통제의 욕구. Rodin & Metcalf, 1979 / Sherrod, 1974

사회과학/심리학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면 청정기를 구입하여 이를 정화하려 할 것이며, 이웃에서 시끄러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그러한 행동을 중지하도록 요구하려 하듯이.

이러한 통제가 불가능하거나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불유쾌한 환경 뿐 아니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외출할 자유를 뺏으려 한다면 외출할 생각이 없던 사람이라도 이에 대한 반발심이 생길 것이며, 심부름을 시키면서 이를 거부하는것을 금지한다면 이를 편히 부탁받았을 기꺼이 해줄 생각이던 사람이라도 그럴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몇가지 연구가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 개인 영역Personal zone을 원하며 이 영역이 침범당하는 상황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이러한 불유쾌한 상황으로는 사람이 가득 찬 승강기에 탑승하는 경우가 있다. Rodin Solomon & Metcalf (1979)은 이 때 승강기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가면서 가급적이면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 앞에 서려고 하는 부분에 주목했다.


이론적 가설

이들은 사람들이 버튼 앞에 서는것이 단순히 그저 원하는 층수 버튼을 누르기 위해 그러는 것 정도가 아니라 버튼 앞에 서는것이 어떠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만약 이러한 욕구가 있고 버튼 앞에 서는것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라면 버튼 앞에 설 수 있던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보다 만족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고안했다.


실험방법

실험협조자들로 가득 찬 승강기에 피험자를 탑승시킨다. 이 때 한 집단은 버튼 가까이에 설 수 있도록(고통제조건) 허용하고 다른 한 집단은 그렇게 할 수 없도록(저통제조건) 막았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그 상황을 어떻게 느꼈는지를 확인했다.


실험결과

이미 많은 사람이 예측한 바와 같이 버튼 가까이에 설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비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보다 더 쾌적하다고 생각했으며 승강기 내에 보다 많은 여유 공간이 있다고 느꼈다. 이는 승강기 버튼에 쉽게 손을 뻗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통제력을 느끼게 했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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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딘 등의 실험은 상황에 대해 통제력을 지닌다는 사실이 그 통제를 원하게 만든 요인만큼이나 환경을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에 관련된 중요하고도 유명한 연구가 하나 더 있다(Glass & Singer 1972).

실험방법

피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은 소음에 노출한 뒤 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할 것을 요청했다. 다른 한 집단에게도 마찬가지의 환경을 부여했으나 이들에게는 소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 요청하며 견딜 수 없을 때 언제라도 소음을 멈출 수 있는 버튼을 함께 제공했다.

이 때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과제 해결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한다.


실험결과

소음을 멈출 수 있는 환경을 부여받은 피험자들은 그렇지 못한 피험자들보다 과제를 더 잘 수행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실제로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 소음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소음에 대한 통제력을 지닌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 것이다.

복종에 관한 행동의 연구.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사회과학/심리학
심리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이미 이것이 무슨 실험인지 다들 알 것이다. 스탠리 밀그램의 이 실험은 (비인도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결과의 심각성과 파급 때문에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논문이 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심리학 교재와 관련 대중서에는 모두 이 실험이 올라가있다.

밀그램의 연구계획은 당시까지도 그 영향력이 남아있던 2차 대전의 전쟁범죄war criminal의 행위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해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시기 나치NAZI 치하에서 자행된 수많은 잔학행위는 문명의 야만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드러내었다. 밀그램은 이에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이 명령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밀그램은 "사람들은 권위자가 명령할 때 그것이 평소 가지고 있던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더라도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적인 가설로부터 이를 실제로 실험해보기로 했다.


실험방법

이 실험을 위해서 밀그램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했다.



방은 둘로 나뉘고 여기에 사람들이 배치된다. 상단 그림에서 E는 실험자experimenter이다. 그는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T가 선생teacher으로 그의 앞에는 30개의 스위치가 있고 각각의 스위치에는 15볼트에서 450볼트까지의 전압이 15볼트씩 차이를 두고 표기되어 있다. 스위치에는 묶음별로 '약한 충격', '중간 충격', '위험:심각한 충격'을 적어서 실제 그 전압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험성을 알려준다. 이 버튼을 누르면 건너편 방에 있는 L, 즉 학습자learner에게 전기충격이 가해진다... 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이 장치들은 사실 가짜로,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피험자들에게 전압이 가해진다고 믿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그리고 이 연구의 피험자는 신문에 낸 광고:기억에 대한 연구(study of memory)에 참여할 자원자 모집을 보고 자원한 40명의 남성으로 구성되었다(미국에서는 심리학 관련 실험을 할 때 자주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어 자원자를 모집한다). 이들은 20세에서 50세의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직업군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피험자 개개인에게는 45달러씩을 지불하였으며 그 돈은 실험실을 방문한 대가이고 실험 자체와는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하여 실험중 돈의 보상과 관련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개개의 피험자와 별도로 두명이 더 들어가는데 한명은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로 그는 학습자의 역할을 받게 된다. 다른 한명은 실험자의 역할을 받아 선생 역할의 피험자에게 명령을 내린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이 연구는 학습에 대한 처벌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라고 (거짓으로)알려주고, 다른 한명의 가짜 피험자(말했듯이 그는 사실 피험자인 척하는 실험 보조자이다)와 제비뽑기를 통해 선생 역할과 학습자 역할을 정한다. 이 제비뽑기도 조작된 것으로, 진짜 피험자는 항상 선생 역할이 되고 가짜 피험자는 학습자 역할이 되도록 설정되어있다.

이제 학습자는 옆방으로 가서 피험자가 보는 앞에서 의자에 묶이고 전선으로 몸을 감는다. 이 전선들은 옆방의 전기충격기와 연결되어있고 학습자는 묶여있지만 선생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a, b, c, d로 표기된 4개의 버튼에는 손이 닿을 수 있다.

선생은 단어쌍의 목록을 읽어주며 학습자가 그것을 제대로 기억하는지 확인한다. 선생은 만약 학습자가 틀리거나 무반응을 보일 때 마다 점차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실험자에게 지시받는다.

실험이 진행되면서 점차 강화되는 전기충격에 학습자는 점차 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120볼트에 이르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선생에게 항의한다(방에는 인터폰이 있다). 150볼트에 이르면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 공포에 질린 학습자는 벽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일부 대사에서는 심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도 있다).

물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것은 아니다. 학습자는 다만 그러한 행동을 연기하도록 요청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피험자들에게는 그것이 연기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

일련의 상황에서 몇명이나 되는 선생들이 최고충격의 전기충격을 학습자들에게 가할 것인가?


실험결과

이 실험의 결과를 말하기 전에, 잠시 이를 예측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자. 밀그램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 이 실험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보도록 하였다. 높게 예측한 사람조차 기껏해야 3%정도가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리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40명 중에서 26명은 실험자의 명령에 따라 최고의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들이 거리낌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밀그램은 당시 선생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두었다.

"나이가 지긋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업가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있게 실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나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는 말을 더듬거리고 볼을 실룩거리며 희망을 잃고 폭발 일보직전이 된 신경 쇠약증세를 보였다. 그는 계속하여 귓불을 잡아당기고 몸을 꼬으며 주먹으로 이마를 치고는 "오 하느님! 제발 중단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충실히 그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p.377)."

선생들은 전기충격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 학습자가 고통스러워 할 때 뒤쪽의 실험자를 돌아보며 실험의 지속 여부를 물었다. 실험자가 사무적인 태도로 재개를 명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실험자에게 분노를 표하기도 하고 동시에 전기충격을 받는 학습자를 걱정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속하여 전기충격을 가했다.


추가실험

본래 밀그램은 미국에서 우선 실험을 한 뒤에 독일로 가서 한번 더 비슷한 실험을 행하려 했다. 독일인들이 특별히 권위적인 문화를 지녔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놀라운 결과를 본 밀그램은 이를 포기했다. 독일까지 갈 것 없이 이미 미국에서 충분히 권위의 위력을 보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복종의 강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요소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계속 진행하였다. 학습자의 모습이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선생이 복종할 확률은 가장 높아졌다(93%). 학습자와 선생이 같은 방에 있는 경우엔 복종률이 반대로 30%까지 떨어졌다. 이로서 선생과 학습자가 정서적, 신체적으로 거리가 가까울수록 권위에 대한 반발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밀그램은 명령을 내리는 자, 즉 권위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것 또한 복종을 약하게 한다는것을 발견하였다. 실험자가 더 가까이 있을 수록 복종률은 올라갔고 실험자가 방 바깥에서 전화로 피험자에게 명령하는 경우의 복종률은 가장 낮았다(21%).

또한 선생들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였을 경우 대부분이 45볼트 이상의 충격은 가하지 않았다.

비둘기의 미신. 스키너(B.F. Skinner)

사회과학/심리학
심리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자 중 하나로 스키너가 있다. 그가 심리학 세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며 오늘날까지도 심리학계에 논쟁거리가 되는 수많은 떡밥을 투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급진적 행동주의 학파로 거의 모든 행동을 함수화하여 조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간단히 말해 어떤 행동이건 보상과 처벌로 학습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이를테면 여러분의 애완견이 지정된 곳에 배변을 하면 간식을 주는 방법으로 배변습관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강화라고 한다). 가족들의 식사중에 식탁주변을 멤돌며 애절한 눈빛으로 먹이를 구걸하는 애완견들의 행동 등도 마찬가지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애완견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강화) 학습하게 된 것이다.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강아지가 식탁 주변을 멤돌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한 구걸에 대해 음식을 주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x라는 행동을 넣으면 y라는 보상이 나오는 함수와도 같다. 스키너는 인간의 수많은 고도화된 의식과 행동조차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함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인간을 그 외의 동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이러한 학설에 대해 수많은 인본주의자들은 상당히 불쾌한 입장을 보였고, 지금까지도 스키너의 학설은 논쟁거리로 존재한다.

스키너는 기존에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영역(이를테면 음악이나 그림)을 비둘기나 고양이와 같은 하등 동물들에게 학습시키는 실험을 통하여 이러한 반론들에 반박했다.

본문에서 다룰 내용은 이러한 스키너의 실험 중 하나로, 흔히 인간의 고유영역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미신적인 행동을 비둘기도 하게 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흔히 말하는 문지방을 밟고 서있으면 복이 나간다거나, 혹은 운동선수가 경기에 출장하기 전에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 등이 이러한 미신적 행동에 포함된다. 실제로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에 대해 마치 충분한 인과가 적용된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실험방법

흔히 스키너의 상자라고 불리는 장치가 이 실험에 사용되었다. 음식을 주는 접시를 빼고는 텅 비어 있는 심플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실험자는 언제 음식을 줄 지 결정할 수 있었다.

스키너는 여기에 8마리의 비둘기를 넣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것과 관계없이 15초 간격으로 소량의 음식이 접시로 떨어지게 장치했다. 즉 비둘기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음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비둘기들은 실험이 행해지기 며칠 전부터 통상보다 적은 음식을 주어 배고픈 상태가 되게 하였다.

결과

8개의 사례 중 6번의 경우에 매우 명백한 행동이 생겼다. 이러한 행동들은 다음과 같다.

1. 새장 안에서 시계의 반대 방향으로 두세번씩 돌았다.
2. 새장의 한쪽 모서리의 위쪽 안으로 머리를 연거푸 들이민다.
3.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기 밑에 머리를 두었다가 반복해서 들어올리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4. 두마리는 머리와 몸을 옆으로 흔드는 동작을 하였다.
5. 바닥을 건드리지 않고 바닥을 향해서 쪼거나 스치는 것으로 불완전하게 조건형성되었다.

비둘기들의 이러한 행동은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는 이것이 먹이의 제공과 관련이 있는듯이 행동했다.

스키너는 이어서 먹이의 배분 간격을 늘이면 어떻게 될 지를 실험했다. 머리를 까딱이는 비둘기에게 주는 음식의 간격을 1분까지 천천히 늘인 결과 비둘기는 더욱 독특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둘기의 움직임은 더 활동적이 되었으며 발동작이 현저하여 1분의 시간동안 마치 춤을 추듯이 깡총깡총 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비둘기의 이러한 미신적 행동을 소거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미신적인 행동이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미신적인 행동을 발생하게 한 강화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1분으로 배분 간격을 늘여 미신적 행동이 강화된 춤추는 비둘기는 완전히 행동이 소거되기까지 1천번 이상의 반응이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