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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론 (7)

사회과학/인터넷
 덕으로 교화하는 일은 위로부터 아래로 행해지며,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부터 나중에 태어난 사람에게로 베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인자하지 않으면 자식이 효성스럽지 않고, 형이 우애롭지 않으면 동생이 공손하지 않으며, 남편이 떳떳하지 않으면 아내가 순종치 않는다.
 아버지가 인자한데도 자식이 거스르고, 형이 우애로운데도 동생이 오만하며, 남편이 떳떳한데도 아내가 업신여긴다면, 이들은 천성이 흉악한 인간들로, 형벌을 가하여 두려워하게 해야지 가르치고 선도해서 태도를 바꾸어놓을 대상이 아니다.

『顔氏家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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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인간의 질병에 의한 사망률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게 암(癌 : cancer)이다. 본래 육체는 세포의 분열(탄생)과 성장, 그리고 (수명이 다하여) 사멸함을 반복함으로서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스러운 체계가 어떠한 이유로 손상되어 사멸되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과다 증식하게 되어 주위 조직을 파괴하면 육체가 이를 견디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암이라고 한다.

 가장 건강한 사람들조차 몸 속에 암을 지니고 살며 이들 암세포는 언제라도 다른 신체조직에 전이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암은 누구에게나 발병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으며, 기실 대부분의 인간은 암에 걸리지 않는다기보다는 암이 발생하기 전에 늙어 죽는 것이라 하는게 보다 사실에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이것이 세포 자체에 내재된 속성인 이상 이를 극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로 인하여 큰 문제를 겪지 않는데, 왜냐하면 신체에는 암세포가 발생하자마자 자체적인 신체 메커니즘을 통하여 상궤를 벗어난 세포를 파괴하도록 하는 자체 방어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진화는 암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온전한 수명을 누리고 나서 죽을 수 있도록 안배하는데에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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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커뮤니티에서 운영진이 제대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중심을 잡아 올바르게 처신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회원은 굳이 불만을 지니지 않으며 분란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모든 회원이 그런것은 아니다. 운영진이 아무리 훌륭하게 운영을 하고, 회원들이 얼마나 선량하건 간에 분란을 일으키는 회원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암이다. 커뮤니티를 개방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이러한 불의한 자들이 반드시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많은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저러한 회원들을 적절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예 새로운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도록 하여 커뮤니티의 입구를 좁히고 그 뒤 검문소를 설치하여 철저하게 암을 발본색원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강한 항암제는 신체도 손상시킨다. 암이 크게 진행되어 커뮤니티 전체를 감염시키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러한 제재는 정상적인 세포들을 쓸데없이 파괴하는 꼴이다. 만약 운영진이 이러한 태도를 계속하여 고수한다면 그들은 어느날 문득, 커뮤니티의 수명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저러한 흉악한 회원들이 들어오는것은, 커뮤니티가 그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운영진이 커뮤니티를 훌륭하게 운영하고 싶다면 결코 저러한 회원들을 회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진은 잘못된 회원을 구별해내어야 하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되는지를 생각해야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관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암은 그 최초의 진원지로부터 온 몸으로 퍼져 끝내는 모두에게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운영진은 이러한 잘못된 회원들을 교화하려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영진 스스로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고, 다른 회원들도 크게 무리치 않고 있음에도 흉악한 언행을 일삼는다면 그들을 인도하는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할 일이지 기업이나 동호회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영진이 이러한 잘못된 자들을 걱정하여 배려하면 수많은 선량한 회원들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불의를 띄우고 올바름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본本을 버리고 말末을 챙기는 것이다.

 암이 암인 이유는 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주변 세포들에게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존하며 타인과 관계치 않는다면, 혹은 관계터라도 피해를 주지 않고 반발치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이겠으며 누가 이를 따지겠는가? 그러나 거듭 이야기하거니와 피해를 줌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고려치 않을 것을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제약하여 당장 피해가 오지 않는다, 때가 아니라 말하면 도대체 누가 회원들을 지키고 누가 커뮤니티를 보호할 것인가?

 독기를 쐬면 독을 품는 법이다. 불의를 보면서도 참을 자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된 말과 지나친 행동이 쏟아짐에도 평온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적으며, 모욕 당하고 인격을 손상당하면서도 분을 억제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수모를 자주 겪으면 각박하고 깐깐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독이 흐르며 전염된다. 결국 이전에 극히 적게 존재하던 암세포는 무한으로 증식하게 되어 온 몸을 점할 것이니 그 지경에 와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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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멸진리

취미/게임

커뮤니티 운영론 (6)

사회과학/인터넷
하루는 제 경공齊 景公이 대에 올라가 재상 안영晏嬰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사람을 보고 말했다. "저 자는 (내가 말하는 것에 좋아하고 내 의견에 동의해주니) 나와 화합和한다." 이에 안영이 "그는 군주와 화하는게 아니라 동同합니다."라고 말하자 제경공이 '화함과 동함의 차이에 대하여 묻고싶다.' 하였다.

안영이 말하기를 "화함은 음식으로 말하자면 짠 맛, 단 맛, 매운 맛, 쓴 맛, 등이 함께하여 하나의 먹거리로 되는 것이며 음악으로 따지면 서로 다른 수많은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노래가 되는 것이니 그 조화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하는 것은 음식으로 따지면 오로지 짠 맛만 나는 것이며 음악으로 치면 오로지 하나의 음만 나는 것이니 즐길 것이 못됩니다. 지금 저 자는 자신의 의견이 없이 군주가 말하면 옳다 하고 아첨하며 스스로의 말을 하지 아니하니 이것은 스스로와 군주를 함꼐 망치는 것으로서 경계해야 마땅합니다."하고 함에 경공이 "좋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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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회원들에게 예를 강제하려는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큰 오류는 애초에 그들이 예라고 생각하여 요구한게 예가 아님에 있다. 커뮤니티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출생과 배경이 다르며 입장과 언행도 언행이 같을 수 없다. 이처럼 언행이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 그들에게 동일한 언행을 강제하여 통일시킬 필요가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회원의 언행을 평할지에 대해 논의치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기준은 마땅히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보편과 특수 사이에서 올바른 위치를 잡을 수 있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해악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선은 마땅히 조화和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의견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동일한 어체와 동일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것도 가능치 않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양성이 사라지고 단일한 시계視界에 의해 그 바라봄이 왜곡되면 그 폐해가 어디에 이를 것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양성을 추구한다하여 모든 종류의 맛을 아무렇게나 넣으면 그 음식은 도저히 먹을 것이 못 될 것이다. 연주에 있어서 잘못된 소리가 나타나면 전체의 맥이 깨져버리듯이 회원의 언행에도 다르나 조화로운게 있고 같으나 잘못된 것이 있다. 그렇기에 균형이 있고 조화가 있고 맥이 있다.

소금을 넣지 않는 이유는 소금의 짠 맛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소금을 더 넣으면 음식을 망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을 판정할 때엔 그 일 자체만을 잘라내서 판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주변과 중심을 함께 봐야만한다. 만약 그러한 치도를 모르고 관대함을 문약함과 착각하며 엄중함을 가혹함과 구별치 못하면 조미료와 음식을 다 같이 망칠 것이다.

조화를 알면 서로 다름이 공존케 할 수 있다. 조화를 모르면 다름을 거부할 것이니 그러면 일률적으로 동하거나 반대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 서로 다른 이가 함께 있게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본분을 따르고 해악을 걸러내어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