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

커뮤니티 운영론 (1)

사회과학/인터넷
한번 수도를 틀고 손으로 물을 쥐어 마시려 해보자.
만약 이러한 시도를 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무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이 손에서 계속 흘러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물이 먹히기 싫어서 도망가는게 아니라 그저 그 성질에 따라 아래로 자연스러이 흘러내려간 것일 뿐이다.

여기서 물을 마시고자 한다면 물이 아래로 흐름을 탓할 필요 없이 그저 컵을 들고 이에 물을 받으면 된다.

물은 그 본성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며 목마른 이는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모두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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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고운영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커뮤니티의 문제점들에 대해 일반 회원들 입장에서 가해진 비판은 매우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런 상황에서 운영진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요구한 경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본 글은 완벽히 운영진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운영자들이 어떻게 해야 커뮤니티가 원활히 돌아가는가? 운영진들이 무엇을 해야 회원들이 편안한가?...

이처럼 본 글에서 운영자를(특히 최고운영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커뮤니티에선 최고운영자가 가장 높은 권한을 지닌다. 백명을 교화하기보다 한명이 정신차리게 하는것이 쉽다. 또한 이미 권한이 있으므로 이를 적합하게 사용하는 방법만 안다면 각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전에는 커뮤니티의 개개 상황에 대해 분석하였다. 여기서부터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최고운영자가 해야하는 정책에 대해 다루려 한다.

①초기 커뮤니티
이 상황에서는 최고운영자가 다소 노동을 해주어야 한다. 우선은 커뮤니티가 무엇을 다루는지를 명확히 알려야한다. 커뮤니티의 소개글을 적절히 써주고, 공지사항, 컨텐츠게시판, 커뮤니티 게시판(자유게시판)을 만들면 우선 가장 먼저 채워야하는것은 컨텐츠이다. 이전 장에서 말했듯, 초기 커뮤니티들은 컨텐츠가 아니면 사실상 회원이 모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굳이 주의해야할 점은 자신의 인격이나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은 어쨌건 하지 말라는것이다. 트러블은 거의 없을 것이나, 간혹 발생하더라도 원만하게 처리할것이며, 자신의 가치관은 가급적 생략하고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혹은 사실fact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자(하긴 이것은 언제 어느곳에서나 대인관계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니 필자가 다룰 필요는 없는 부분인거같다).

유념할것은, 최고운영자의 존재감은 드러내되, 그 권한의 행사는 드러내지 않아야한다는것이다.

②전기 커뮤니티
이 시기에 중요한것은 간부회원의 조직/효율화이다. 간부회원들 사이에 수직적인 질서와 수평적인 질서를 부여하여 최종적으로 최고운영자에게 권한을 집중하고 동시에 간부회원들에게 그들의 적절한 의무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평회원들과 간부회원 사이의 갈등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이후 중기 커뮤니티에 일어나는 병목 현상을 쉽게 방지할 수 있다(이미 때가 늦어 ③의 상황에 이르렀다거나, 혹은 아예 발생하지 않는 커뮤니티라면 별문제겠지만).

우선 이 단계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간부회원층을 최고운영자의 수족으로 두어야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손안에 완벽히 넣도록 해야한다.


0. 간부회원들이 어떤 경우에 커뮤니티에 해악을 끼치는가?

간부회원들에게 좋은것은 그들에게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권위가 부여되는것이다. 그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양과 무관히 높은 등급을 지니길 바라며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득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회원들을 뉴비newbie와 올드비oldbie로 구분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입회원도 기존회원들보다 훨씬 많은 기여를 커뮤니티에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기여도에 따라 권한이 주어진다면 많은 올드비들은 그들의 권한을 상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입일에 따른 뉴비와 올드비의 구분은 마치 신분제 시대의 귀족과 농노의 구분과도 같은지라 무슨 수를 써도 이 암묵적 합의가 유지되는 한 신입회원들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이는 간부회원들이 태생적으로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이러는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간부회원의 자리에 오른다면 누구라도 별다른 요인이 없을 때 당연히 이렇게 행동하게 되어있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걸 보는것은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이 아니겠는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최고운영자들은 이러한 상태를 해소해야한다. 커뮤니티가 경직되어서는 안되며 낮은 자가 높아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높은 자가 낮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커뮤니티에 많이 기여하고, 뛰어난 인격을 지니고, 올바른 조언을 할 수 있는 자들에게 그만한 존중과 경의가 표해진다면 누가 커뮤니티에 기여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것이 봉건시대의 계급처럼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커뮤니티에 높은 기여를 했다 해도 높은 회원들이 낮은 회원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된다. 간부회원층에게는 컨텐츠의 제공 뿐 아니라 그들의 직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되는 당연한 의무가 있다. 그것은 간부회원 스스로의 도덕성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이끌려면 그만한 명분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사람을 사랑하라"와 같은 말도 연쇄살인범이 행하면 코메디가 된다. 반대로 깊은 수행을 쌓은 스님이나 사제가 말을 하면 얼핏 잘못 들리는 말도 고결한 의미가 있는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지극히 옳은 말도 말하는 자에 따라서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잘못된(듯이 들리는) 말도 말하는 자에 따라서는 흠모와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높은 직위를 믿고 날뛰는 회원은 즉시 그 계급을 박탈해야한다.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특히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간부회원과 운영진의 도덕성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친분을 믿고 날뛰는 회원이 있다면, 그리고 그 친분으로 인해 실제로 누군가에게 옹호를 받았다면 그러한 잘못된 옹호를 한 회원도 장기적으로 운영에서는 배제하거나 그러한 속성을 이해하고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러한 옹호를 하는 자는 친분과 대의의 구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가지 전제만 충족되고 적절한 조절만 이어진다면 간부회원층은 충분한 존경을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다. 간부회원층이 해악을 끼치는 이유는 이러한 제어가 없기 때문이지 간부회원층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1. 명예직과 업무직을 구분하라.

상당수 커뮤니티에서는 간부회원풀에서 운영진이 뽑히거나 혹은 간부회원들이 구분없이 운영에 직접 참여하기에 열심히 활동은 하지만 운영업무엔 적합하지 않은 회원이 운영에 참여하여 그 풍기를 어지럽히는 일이 있다.

필자는 등급을 다음과 같이 나눌것을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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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고운영자
2. 부운영자
3. 그외 스텝들
4. 자문을 받는 회원
-------------------------여기까지 업무직
5. 명예직 회원
-------------------------여기까지 명예직 ↓이하는 평회원

업무직이라 함은 실제로 커뮤니티의 운영 등에 참여하고 운영회의(가 열린다면)에서도 발언할 수 있으며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직위의 회원들을 말한다. 명예직이라 함은 커뮤니티의 운영에는 참여치 않고 그저 등급만 높은 회원을 말한다. 말 그대로 명예인데, 물론 이러한 높은 등급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기에 기실 평회원들보다는 높은 대접을 받게 되어있다.

이렇게 직위를 나누는 이유는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나 실제 운영에 참여시키기에는 부적합한 회원이 업무직에 들어가는것을 방지할 수 있으면서도 활동량에 따른 치하를 하는 의미로 그만한 권위와 명예를 부여할 수 있다. 등급만 올리는것이 무슨 효과냐 할 지 모르겠으나, 등급에 어떠한 권한이나 권리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자문을 받는 회원은 무슨 의미인가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두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 하나는 각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행정적 처리를 뒤에서 받쳐주거나 혹은 별개의(그러나 동일한 부분의) 업무를 맡는 것이다. 이를테면, 질문 답변 게시판에서 필요한 업무는 잘못 올라온 글의 삭제나 이동 처리 뿐 아니라, 올라온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도 포함된다. 이러한 부분에선 반드시 글 관리 권한이 없어도 누구나 답변을 달아줄 수 있으므로 자문의원이 대신 답변해줄 수 있다. 또한 토론용 게시판 등에서 트러블이 발생하면 자문의원이 행정의원과 공동 보조를 취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단 이러한 경우에는 이것이 업무의 방기를 낳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책임이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명백한 책임자가 존재하지 않아 혼선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운영진이 조금만 주의를 하면 쉽게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자문자들의 두번째 역할은 인재 풀pool이다. 이 자문의원들은 운영회의에서 이것저것 의견을 내기도 하고 자문에 응하여 좋은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필요할때 적재적소에 배치 가능한 인원이기도 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커뮤니티의 스텝들이 항상 커뮤니티에 상주하는것은 아니며, 심지어 몇주간 자리를 비울 일도 생긴다. 이럴때 자문의원들을 전면에 배치하여 공석이 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2. 간부회원을 뽑는 기준은 명예직과 업무직에게 다르게 적용하고, 공포하지 말아야한다.

우선 명예직과 업무직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이 둘에게 요구되는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직을 맡는 회원은 그 업무의 처리를 위한 권한이 부여되기 마련이므로 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지의 요소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명예직 회원은 활동량을 주로 보아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업무직 회원의 경우에는 단순한 활동량만 보아서는 안된다. 업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기에 따라서 요구되는 속성도 각각 다르다. 공개모집은 절대 엄금이며, 적합하다 생각되는 회원에게 직접 몇가지 사항을 질문하고 기용하도록 하는것이 좋다.

모든 업무직 회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것은 널널한 시간(..)과 꾸준함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업에 바쁘거나 입시가 다가와서 학업에 정진중인 사람이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활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널널한 생업을 지녔거나 아니면 입시가 멀은 학생, 혹은 입시과정이 지난 대학생 등이 좋다. 보통 이러한 조건은, 커뮤니티에서 자주 눈에 띄는 회원이라면 만족하고 있을것이나, 그래도 기용 전에 한번 이상 확인은 해두는 것이 좋다.

두번째로 요구되는것은 원만한 성격이다. '절대 트러블에 휩싸이지 않거나',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거나..) 아니면 '트러블에 잘 휩싸이지도 않지만, 만약 휩싸여도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며 무리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쓸데없이 논쟁벌이기를 좋아하며 토론을 일으키거나 이에 끼어들며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자는 절대적으로 피해야만 한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테면 네이버의 신입맞이 스텝이나 다음카페의 등업지기, 혹은 게시판 관리자 등은 자신의 주장이 회원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는거나 아니면 갈등을 잘 이해하는, 내지는 온화한(요컨데 가급적 트러블에 휩싸이지 않을)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들에게 해당 업무를 맡기면 매우 적절하게 커뮤니티가 돌아가는것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또한 주장을 잘 하거나 리플 토론 등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라도 트러블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거나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자라면 스스로 무언가 해야하는 일을 맡기면 적합하다. 다만 일을 할 의지가 있는지를 봐야하는데, 주장이나 의견이 많으나 행동은 적은 사람이 있는 한편 그 반대의 사람이 있다. 전자의 사람은 주로 조언을 얻는 쪽에 뽑고 후자의 사람은 운영진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두도록 하는것이 좋다.

이러한 사실들은 매우 당연하고도 타당하나 아쉽게도 상당수의 커뮤니티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나 두번째 조건(즉, 인격적 부분)은 거의 고려되지 않으며, 심지어 많은 경우 운영진과의 친분을 인격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러한 간부회원의 기용은 객관적인 기준(이를테면 글 00개, 리플 00개라던가)을 제시하지 않는것이 좋다. 이유는 간단한데, 객관적인 기준을 채우면 올라가는 시스템은, 열성적으로 활동하지만 불타는 개차반의 성격에 다른 사람을 통솔할 능력이 없는 회원이 당연하다는 듯 높은 등급의 회원이 되기 때문이다. 권리를 주는건 쉬워도 몰수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등업을 거부한다면 모를까 높은 등급에 일단 올라온 자들을 잘라내려면 부담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때문에 굳이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명예직에게 적용하는 것 이상은 아니될 것이다.

또한 간부회원의 공개적 모집도 하지 않는것이 낫다. 왜냐하면 이처럼 공개적으로 뽑은 회원은 이후 자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이러한 공개모집이 여러차례가 벌어지면 그 뒤에는 공개모집의 폐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비공식적인 선발이 코드인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최고운영자가 충분한 인격적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이 코드인사들이야말로 커뮤니티를 가장 적절하게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이다.

P.S 명예직 회원은 별 일이 없으면 손대지 않도록 하는게 좋은데, 그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일반회원보다는 높은 대접을 받겠지만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운영자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보아야한다. 명예직 회원은 말 그대로 일반 회원보다 '명예'로울 뿐이다. 명예는 명예로 둘 뿐 권한과는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명예직이 너무 남발되면 그 본연의 목적이 깨지므로 전체 명예직 회원의 수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3. 운영진간 의사소통과 의사결정구조.

운영진은 커뮤니티 내의 기준이 되는 존재들이여야 한다. 왜냐하면 운영진이 커뮤니티 내의 모든 갈등에 대한 최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운영진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터질 경우 회원들은 무엇이 옳은지 혼란해하며 저마다 맞다 생각되는 것에 찬동하고 틀리다 생각하는 것에 반대하여 갈등의 최종 해결로서 운영권을 마비시킬 수 있다. 무엇이 지켜야 할 것이고 무엇이 지키면 안 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고서 지키도록 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말은 운영진들이 의견을 내선 안된다는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운영진의 논의도 있을 수 있고 서로 의견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회원들에게는 단 하나의 기준이 제시되어 모두가 이를 따르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로인해 회원들에게 서로 다른 여러가지 기준을 제시해선 안될 말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이렇게 확보되어야 마당하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다양성의 부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1)장에서도 논했지만 다양성이 적고 서로간 크게 영향을 주고받는 집단의 경우 의사결정과정이 매우 단편적이고 또한 비공식적으로 이미 분위기상의 결론을 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우리가 다시 인식해야 하는것은, 해당 분야에 가장 잘 아는 사람만 모은 집단보다 여러 종류의 사람을 모은 조직이 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적인 사람을 배제하자는게 아니라, 전문적인 사람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을 모아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생의 경험과 지식이 많은 어른들조차도 아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전문가도 비전문가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처럼 전문가나 비전문가나 나름의 쓸모가 있다.

전기-중기의 커뮤니티에서는 인사권을 최고운영자가 주로 행사하기에 결국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은 최고운영자가 맡을 수 밖에 없다. 이전에 논한 바에 따라서 여러분은 편견없는 시선으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사람과 온화하고 조용한 사람들을 함께 뽑고, 가장 전문적인 사람과 가장 비전문적인 사람을 함께 뽑고, 다소 나이있는 사람과 다소 어린 사람을 함께 뽑도록 해야 한다.

다양성을 확보한다는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그 다양성을 유지하며 뛰어난 처리능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두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어떻게 '조직의 의사결정'이 내려지느냐이다. 서로 의견이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하나의 결론을 내도록 합의를 종용하는것은 그 자체로 이미 다양성의 파괴를 불러오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무위로 돌려버린다. 게다가 이런식의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의견을 낼 수도 없으니 조직의 효율성과 문제의 해결능력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합의'가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합의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의 생각과 이해를 반영하는 것일 뿐 조직 전체의 최선이 아님을 상기해야한다. 만약 어떻게든 다수에게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다면 그러한 협의제는 '회의에 회의를 끝없이 거듭하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그렇기에 최종결정권한은 단 한명, 최고운영자만이 지녀야 하며(부재시에 대행할 사람은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운영진 전체의 의사보다도 강해야한다. 만약 이러한 지휘계통이 부재하다면 한 운영진의 결정을 다른 운영진이 뒤엎는 등 운영진 사이의 불협화음이 항상 들려올 것이다.

우선은 안건이 올라오면 한동안 지켜보며 자유로이 토론할 시간을 주고 나올 의견들이 다 나오면 적당한 시간(커뮤니티마다, 그리고 사안별로 그 경중과 처리의 제한이 다르므로 어느정도의 시일이 필요한지는 적절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뒤에 최고운영자가 해당 토론을 판단하여 적합자에게 업무의 시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편 두번째 문제는 어떻게 회의의 참여자 사이에 흐르는 암묵적인 분위기를 타파하느냐이다. 직장이건 어디서건 회의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직급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우는 물론이고, 심지어 같은 직급의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발언을 행하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을 하기에 곤란함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반대자들이 잠시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보낸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기에) 더욱 의견을 말하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며 이것은 결국 다양성의 파괴와 사실상의 의견 억압-방기로 이어진다.

이것의 가장 큰 폐해는 이것이 문제임을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상황에서라면 '이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했을 사람도 운영회의에서 자신이 왜 반대발언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생각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그 변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것을 막는 방법으로는 여럿이 모이는 회의를 열지 않고, 최고운영자가 직접 각 간부들에게 1:1로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 등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조언해줄 것이며 눈치를 보거나 말을 아끼지 않을것이다(최고운영자 스스로에 관한 것이 아닌 한은 말이다).

최고운영자는 의견을 구할때 최대한 조언을 끌어낼 수 있는 말을 주로 하는게 좋다. 이를테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군요' 등과 같은 말이 적절하다. 상대의 주장이 말이 안된다 해도 의견을 막는 반론은 가급적 참는것이 좋다.

또한 1:1로 대화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채택하건 하지 않건 마지막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나 '잘 알겠습니다.'정도로 끝내길 바란다. 요컨데 의견을 채택하겠다고도, 하지 않겠다고도 표현하지 말라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조언은 조언일 뿐 그 조언을 항상 채택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채택하겠다는 표시를 낸다면 다음에 의견을 물어보았을때 그러한 표시를 봄으로써 최고운영자의 의사를 알 수 있고 상대가 이에 맞출 위험이 있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의 의견을 다 모으면 역시 적당한 시간 뒤에 업무의 시행을 명령하라. 회원들은 결과만 볼 뿐 최고운영자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하여 간섭할 수 없으며 그저 자신의 의견을 채택받기 위해서 더욱 설득력을 높이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고운영자는 스스로는 의견을 내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낼 일이 있더라도 가볍게 제시하는 것으로 족해야 하며 그것이 다른 회원들의 발언에 영향을 끼쳐서는 결코 안된다(여러분께서 아무리 가볍게 의견을 내도 다른 회원들에게는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최고운영자의 침묵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그렇지만 만약 최고운영자가 자신의 발언을 자주 하고 싶다면, 스스로의 발언이 위치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민감히 살피고, 직접 그 발언의 위치를 옮길 필요가 있다. 비슷한 논지의 발언이라도 혼잣말, 권고, 충고, 명령의 각각 다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운영자는 자신이 별 생각 없이 쓴 글도 공식적인 포고령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4. 업무직의 경우 지침을 명확히하라.

상당수 업무직 지기들은 '~~를 관리하라'정도의 지침만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관리라고 해도 무엇을 하라는건지 통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 주장을 거의 할 필요가 없는 단순 반복업무의 경우엔 지침을 명확히 하는것이 효율성을 높인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하여 필자가 몇가지 지침의 예시를 들어볼까 한다.

- '게시판지기 통합지침' -
게시판지기는 다음과 같은 일을 처리한다.
①게시판 내의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띄울 수 있는 게시글의 경우 푸른색으로 색칠하고 공지로 띄운다.
②축하할 일(생일이라거나, 어떠한 시험에 합격했다거나)이 있는 게시글의 경우 붉은색으로 색칠하고 공지로 띄운다.
③담당 게시판의 공지에 따라 알맞지 않은 글을 신속하게 알맞은 게시판으로 이전해야한다. ④전항의 집행에서 알맞은 게시판이 없는 경우 '휴지통'으로 이전해야한다.
⑤게시판 내에서 인신공격적인 분란이 발생하는 경우 게시판의 취지와 상관없이 게시판지기는 양쪽 회원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다음 각 호에 규정된 바에 따른다.
1. 양측이 이성을 잃었을 경우 분란 발생 글을 휴지통으로 이송한다.
2. 논점이 최초의 주제를 벗어났을 경우 분란 발생 글을 휴지통으로 이송한다.
3. 추가 문제의 발생 위험이 있을 경우 해당자(들)의 글쓰기 권한을 정지하고 운영회의에 보고한다.
⑥전항의 집행으로 글쓰기 권한이 정지된 회원들의 처분은 운영회의에 따라 3일 이내로 결정된다.
⑦전항의 집행에서 3일 이내로 아무런 처분이 내려지지 않으면 그 회원의 기존 권리를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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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단순 예시이긴 하지만 잠깐 설명해야할 것이 있다. ⑤항을 보면 회원들 사이의 트러블이 발생한 경우의 지침을 써놓고 있는데, 회원들에게의 경고 등은 아예 써놓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이성을 잃은 회원들에게 어떠한 경고를 주는것은 게시판지기가 지녀 마땅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게시판지기가 양측 사이를 중재할 수 있거나 혹은 높은 권위와 신뢰를 지닌 사람이라면 매우 다행이나 대다수의 게시판지기에게 그런 능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또한 한 개인의 빠른 결론은 당사자의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한 개인 게시판지기에게 회원을 제재할 권리를 주는 것은 사태의 확산 방지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운영진은 판결이 한 개인의 손에 달린게 아니라, 운영 기구에서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임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게시판지기는 직접 판결을 하기보다 운영회의에 이를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또한 지침은 해당 지침을 받는 사람이 수행하는데에 무리가 없어야 하며, 따라서 최고운영자가 주어야 할 지침은 해당 글을 휴지통으로 이송하는 것 정도이다. 만약 글을 삭제했는데도 계속하여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3호에 써놓았듯이 해당자들의 글쓰기 권한을 중지시키고 그 처분을 상부에 물어보도록 지침을 내리면 될 일이다.

또한 각 게시판지기는 담당하는 게시판이 다르며 게시판마다 성격이 다르다. 질문/답변 게시판과 자유게시판, 혹은 기타 컨텐츠용 게시판 등은 이용하는 방법이 다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각 게시판지기들을 위한 지침을 따로 마련해주는것이 좋다.

- '문화산책 게시판지기의 지침' -
1. "문화산책"게시판은 추천하는 음악, 요리, 명소,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느끼는 것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상기의 목적에 맞지 않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경우 해당하는 게시판으로 보낸다.
ex)질문글은 질/답 게시판으로.

3. 해당하는 게시판이 없는 경우 휴지통 게시판으로 보낸다(혹은 삭제한다).
(삭제해도 별 무리는 없겠지만 요즘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글을 보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휴지통 게시판을 따로 만드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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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명확하게 규정해놓아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시판지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편 업무직을 통솔하는 임무를 맡은 회원(부운영자라 할 수 있다)의 경우에는 딱히 지침을 주기보다는 업무직 사이를 조율하거나 최고운영자의 단순한 명령을 세부화하는 임무를 맡겨라. 이들은 스스로 행동과 생각이 있는 타입이므로 지침을 그다지 줄 필요는 없다.


5. 친분과 커뮤니티 업무는 구별해라.

이상한 일이지만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채팅방의 이용을 권장하는 한편 아예 이에 관련된 규정까지 따로 마련해서 지니고 있다.그만큼 이들은 채팅방을 중요시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좋지 않은 관행이다. 게다가 운영진/간부회원의 상당수를 채팅방 멤버에서 뽑는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그런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채팅방은 커뮤니티 전체 멤버중 극히 소수만이 이용한다. 이러한 소수를 위한 방이라는 오명을 없애기 위해 회원들에게 채팅방의 이용을 권장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짓으로 채팅방은 다수가 이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난장판이 되어 그 시끌벅적함을 감당할 수가 없다. 요컨데 채팅방은 언제나 '소수'를 위한 공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소수의 회원을 죽돌이-_-로 만든다고 해도 전체 커뮤니티의 이용량에 크게 도움이 될 리 없으며, 이전이라면 게시판에서 이야기했을 일도 채팅으로 해버리기에 차라리 마이너스 요소가 되면 됬지 플러스요소는 될 수가 없다. 게다가 채팅방은 게시판에 비해서 실시간으로 일이 진행되기에 운영진이 개입/처리하기도 매우 곤란하다. 그렇기에 채팅방은 커뮤니티의 '부속'이지 커뮤니티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채팅방을 소중히 여기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매우 간단하다. 운영진/간부회원의 상당수가 채팅방을 이용하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채팅방이 활성화될수록 회원간의 채팅방 내 트러블은 점차 커지며, 이러한 트러블의 발생에 간부회원들과 운영진들은 자신들의 평화로운 채팅시간이 파괴당했다는 사실을 느끼고 분노를 표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욕구가 정리되어 간부회의 게시판을 통하여 채팅방 관련 회칙의 발포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다수 회원들은 거의 이용하지도 않는 채팅방이 커뮤니티의 메카 마냥 사용되는 괴상한 현상이 발생하며, 또한 채팅방은 간부진간의 친분을 크게 하는 한편 동질화 현상을 심화시키는데, 이러한 동질화 현상에서 대다수 회원은 소외되기에 간부진과 평회원 사이의 괴리는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다보면 채팅방이 커뮤니티와 사실상 분리되고 채팅방을 기반으로 이른바 고참 회원들은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새로 들어오는 회원에 대한 반감까지 지니며 적대시한다.

경우에 따라서 이 채팅방을 자주 이용하는 운영자들은 채팅방 내의 의견이 커뮤니티 전체의 의견인것처럼 착각하기도 하고 혹은 채팅방 내의 고참회원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커뮤니티 전체의 정책을 설정하기 쉽다. 커뮤니티에선 그다지 활동하지 않으면서 채팅방에서만 활동하는 회원을 간부진으로 뽑는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명예직으로만 뽑는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대다수 커뮤니티는 명예직 회원과 업무직 회원의 구분이 없다!).<

거듭 말하거니와 채팅방은 회원간 괴리를 양산시키며 트러블을 만들고 운영자의 판단력을 흐리는 존재다. 물론 운영진에게 채팅방에 출입하지 말라는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채팅방을 패쇄하라는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채팅방에 출입하여도 회원들과의 트러블을 일으키지 말것이며, 업무직 회원들에게는 이러한 점을 적극 숙지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채팅방을 굳이 홍보 하는것은 결코 필요하지 않은 행위이며, 채팅방 관련 규정을 만들어 공포하는 일은 권장하지 않는다.

굳이 채팅방 내에서 사용될 회칙이 필요하다면 채팅방 내에서 생긴 일에 대한 처벌을 채팅방 내에만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이를테면 커뮤니티 내의 등급은 상관없이 채팅방에 대한 출입을 금지한다던가). 특히나 채팅방의 의견을 전체 커뮤니티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아니된다.

운영자 개인적으로는 채팅방에 출입하여도 좋지만 거기에서 운영자로서의 권위는 행사하되 권한과 권력은 행사하지 않도록 하자. 또한 친분이 생겨도 그것이 공적인 일로 번지게 하는것은 곤란하다. 채팅방 내의 사건은 절대 커뮤니티에 번져서는 안되고, 만약 운영진이 얽힌 트러블이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번진다면 운영자의 권위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운영자가 어떤 이유로건 다른 회원과 싸웠고 그것이 커뮤니티에 알려진다면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분과 공무가 혼재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뭐, 여러분께 훌륭한 아부를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면 명예직 정도를 주는것까지는 허용될 수 있겠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