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의도
사회과학요약 : 중국은 유사시 한반도 전체를 제압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이거에 방해가 되서 THAAD를 싫어하는거임.
I. 서설
최근의 국제정세 이슈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은 굳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리고 그 계기는 북한의 핵개발이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당황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었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은 매우 곤란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많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도끼 만행, 잠수함 침투, 미사일 발사, 연평 해전, 연평도 포격 등을 당한 한국의 입장에서 사실 북한의 도발은 그 자체로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주요 정치세력을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라, 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극심한 반발이었다.
당혹감에 휩싸인 한국 정부는 중국에 THAAD의 레이더 범위에 중국은 거의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또한 THAAD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다만 북핵에 대한 방어무기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THAAD는 중국이 미국을 타격하는데도 거의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 미국을 향한 중국의 미사일은 한반도를 지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설명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며, 다만 중국의 안보이익에 막대한 침해가 발생한다는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도에서 보듯 THAAD의 레이더는 중국을 위협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중국이 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고, 그 오해만 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한국은 이미 THAAD에 대해 중국에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굳이 그런 설명이 없더라도, 베이징이 THAAD가 어떤 체계인지 모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THAAD에 대해 아무런 오해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들을 모두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린 다음 두 명제를 말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2. 중국은 바로 그것을 싫어한다.
요컨데, 베이징은 한국의 방위능력이 강화되는것 그 자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바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행복회로를 돌렸고, 그게 바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다. 중국은 아무것도 오해하고 있지 않다. 오해하고 있는것은 한국이다.
II. A2/AD와 도련선
이미 중국의 이른바 A2/AD전략에서는 도련선이라는 개념이 제시되어있다. 이 도련선은 굉장히 패권주의적으로 그어져있다. 이 선은 중국의 영해와 영공을 한참 벗어나 여러 타국의 머리 위를 지나간다.한국인들은 이 도련선의 내부에 한반도가 들어있음을 보고 다소간 불쾌해했지만, 사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의 국방정책 역시 어디까지나 북한만을 주적으로 하고 있으며, 대중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 국가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아니한 이 A2/AD전략은 사실 중국이 정말로 진지하게 추구하고 있는 목표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다만 그 전까지는 중국의 힘이 그렇게 강력하지 아니하였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처럼 본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완충지대는 다른 국가에서도 추구된 바가 있다. 스탈린이 만들어낸 철의 장막이나 일본 제국의 주권선-이익선 개념이 그에 해당한다. 이 철의 장막 뒤에서 브레즈네프 독트린이 시행중인 동안 동유럽국가들의 주권은 크게 제약되었다. 소련은 언제든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의 수도에 땅끄를 보내어 무력진압을 시도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이는 프라하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의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일본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 바깥에 추가적인 어떤 세력권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립국인 조선을 이익선에 포함시켰고, 조선을 병합한 이후로는 만주까지 이익선을 북상시켰다. 이렇게 일본은 조선과 만주 두 곳을 모두 정복하였다.
이같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러시아나 일본이 문제되지 않는것은, 이 두 국가의 역량이 크게 약화되었기에 가능하다. 소련 붕괴 이후로도 러시아는 완충지대를 원했지만, 현 러시아의 국력상 한계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에게 실체적인 위협이 되지 못하니 문제가 적다. 일본 역시 더 이상 제국을 꿈꿀 수준의 국력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으며, 이후로 평화헌법이 폐지된다고 하여도 일본의 이같은 지위엔 큰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실질적으로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위협이 될 국력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자국이 주창한 도련선을 이들 국가들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주권 주장은 그들이 실제로 도련선 개념을 실행에 옮기고자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매우 잘 보여준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남중국해는 중국의 도련선에 매우 명확하게 포함되어있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역시 자국의 안전을 위해 양안, 즉 태평양과 대서양을 지배하려 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패권체제 하에서 미국의 동맹국들, 즉 태평양의 한국이나 일본, 호주 등은 오히려 수혜를 입었지 피해자라고 볼 수 없으며, 대서양 지역의 NATO동맹국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소련의 동유럽 지배나 일본제국의 식민통치와는 매우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현 미국의 패권에 대한 체제만족국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만들어나갈 패권체제가 한국에 만족스러울 것이라면, 사실 중국에 붙는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만드는 패권체제는 지금 미국이 제공하는 패권체제와는 매우 다른 형태가 될 것이고 그것이 타국에 어떻게 시현될 지는 공산당 치하의 티베트, 대만에 대한 위협, 근래의 사드에 대한 반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III.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
이 도련선이 타국의 머리 위를 마음대로 지나다니는 것은, 중국 수뇌부가 이를 그을 때, 외교적 고려 없이 철저히 군사적·지정학적으로 그었기 때문이다. 슐리펜 계획이나 지헬슈니트 계획에서 그러했듯, 이 선은 군사적인 유리함만을 따져서 그어졌을 뿐, 국제관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다. 요컨데 중국의 제1도련선에 한반도가 포함된 것은 남한이 친미국가라서(즉 중국의 잠정적 적이라서)도, 반대로 한국이 잠정적인 친중국가라서도 아니다. 한국의 스탠드와는 무관히 그저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중국에게 막대한 군사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중국에 의해 한반도가 제압되었을 때, 미일 연합군은 상륙작전 외에는 지상군을 투입할 수가 없으며. 현 상태에서 중국의 막대한 국력을 고려할 때 상륙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된다. 베트남 등 타국을 통해서 중국에 지상군을 투입할 수는 있겠지만, 베트남은 미국과의 동맹국도 아닐 뿐더러, 설령 베트남이 친미로 돌아선다 하여도 최소한 지상전에서 베트남 전역은 한반도 전역에 비하면 중국에게 큰 위협을 주지 못할 것임은 명백하다. 나아가 베트남이 아예 이를 거부하게 되어 제대로 된 지상 교두보도 없을 경우, 경우 미일 연합군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미중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핵전쟁이고, 둘은 한일해협을 사이에 두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다가 장기적으로 어쩔 수 없이 현 상태를 인정하고 다시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버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매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한반도를 지키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할 정치적 댓가가 감당할 수 없게 커진다면 – 이를테면 이미 함락된 한반도를 되찾기 위해 핵전쟁을 불사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남한의 군사적 역량이 남아있고 미일 연합군의 교두보가 확보되어 충분히 한반도를 지켜볼 만한 상황이라면 굳이 물러날 이유가 없겠지만, 이미 한반도 전역이 종결된 상황이라면 미국이 핵전쟁까지 감내하려 할지의 여부는 생각만큼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중국군의 몇몇 수뇌부는 전역을 이렇게 종결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한국인들은 수 십만의 재래식 병력과 수 백만의 예비군을 가진 남한이 중국에 의해 그렇게 쉽게 제압되지 않을거라고 반론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의 특성상 선제공격의 위력은 엄청나다. 이미 걸프전에서 무기체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이는지가 입증되었으며, 특히 중국은 걸프전의 전훈을 깊이 연구한 국가중 하나이다. 중국은 걸프전의 전훈에 입각하여 직접적 섬멸이 아니더라도 수 십만 이상의 대규모 군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영감을 받았을 것이며, 이를 한반도에서 재현하고자 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러나 중국의 육군력이나 해공군력으로는 한반도를 전면적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 공군 자체도 매우 강력하고, 유사시 미국, 나아가 일본 등이 참전하여 중국군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바로 비대칭 전력이며, 특히 중국 수뇌부는 탄도미사일을 해법으로 선택했다. 중국은 A2/AD전략에서 탄도미사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요컨데 중국은 미국의 해군력에 같은 해군력으로 맞설 수는 없으나, 탄도미사일을 배치함으로 도련선 내에 미국과 그 동맹국의 해군이 돌아다니는 것을 훨씬 저렴한 군비로 견제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무기는 한반도 내 공군기지와 주요 시설도 사거리에 두고 있을 것이며, 실제로 중국은 최소 60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한반도에 발포하기 쉽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탄도미사일 또는 이후에 도입될 최첨단 무기를 통한 선제공격으로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서 남한의 지휘체계와 통치기구를 조기에 파괴하여 무력화할 것이다. 이 공격과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대응하기 전에 압록강을 건너 지상군을 투입시킬 것이며(당연히 베이징은 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통행권을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던 받아들여지지 않던 압록강을 도하할 것이다)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통제한다.’ 이같은 시나리오에서 남한은 예비군을 동원할 시간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이상으로부터, 우린 다음의 시나리오가 중국 수뇌부 내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을 가능성을 검토해야한다.
2. 전자의 목표를 최소한의 희생으로 얻기 위해서 중국군은 미군의 증원이 있기 이전에 단기전으로 승부를 봐야되고, 그 단기전을 위해서는 다소간의 무리수를 두는 것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 무리수에는 전략핵은 없겠지만 확실히 탄도미사일은 존재하며, 어쩌면 전술핵의 사용까지도 고려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그리고 이것이 중국 수뇌부가 한국의 THAAD배치에 강경히 반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3. 중국은 한반도에 우선 최대한의 전력을 집중시켜 북한과 남한 모두를 제압한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의 해공군은 탄도미사일로 최대한 억제함으로 이동중인 지상군을 보호한다. 중국군은 다른 전선(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이 동요하기 전에 조기에 작전을 종결시키고, 이후 북한과 남한 모두에 친중적인 정권을 만들거나 군정을 실시하여 안정화한다.
4. 미일은 이미 제압된 한반도에 지상군을 투입하여 해방시킬 수 없을 것이며, 전술하였듯 핵전쟁을 택하거나 아니면 중국의 새로운 세력권을 장기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반도판 슐리펜 작전이 중국의 의도대로 될 지 어떨 지는 당연히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한반도에 자세력을 투사하고자 하는 이 계획이 중국을 파멸로 이끌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베이징이 이 ‘오판’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당장 지금 중국이 한반도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북한과 남한에 대한 양비론을 펴며 양측 모두를 견제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다. 런던 조약을 통해 사실상 비무장지대가 된 벨기에는 그 지정학적 이익을 얻고자 한 독일에 의해 침공당했다. 이는 군사적으로는 나쁜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벨기에의 저항에 맞닥뜨린 독일은 군사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이들을 잔학하게 학살했다. 이 레이프질에 비판이 쏟아지자, 독일군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태도로 답했다. ‘그들은 강대한 우리의 진격을 방해했다. 그들이 우리를 막는다고 해봐야 죽는건 그들 뿐인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자들인가!’
물론 독일의 이 군사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은 결국 영국, 나아가 미국의 참전을 불러왔다. 대전이 끝난 후, 누가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도 뒤바뀌었다. 그러나 당시 넘처흐르는 국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국뽕에 취해있던 독일인들은 벨기에가 죽을 것이 분명한데 저항에 나서는 것을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을 무지한 멍청이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수 세대가 지난 지금, 중국인들이 그다지 다르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서 문제는 그 오판이 중국에게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오판의 대가는 중국만이 치르지 않는다. 슐리펜 계획은 오판이었지만, 그 오판이 그저 실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벨기에는 막대한 희생을 치루어야 했다. 한미연합군과의 대결은 중국에게뿐 아니라, 한미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IV. 중국의 실제 행동
이 전제하에서 본다면 지난 수 십년간의 베이징의 행동과 최근 수 년간의 안하무인적 태도도 쉽게 이해가 된다. 남한이 중국에게 그다지 무례한 행동을 한 적이 없음에도 중국 수뇌부에서 공공연하게 미국만 없다면 남한을 손봐줬을 것이라는 황망한 소리를 한 것은, 중국에게 통제되지 않는 정권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거슬렸기 때문에 나온것이라고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중국이 자국에서 이미 레이더를 설치하여 한반도 전체를 살피면서도 THAAD의 레이더 범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의 가상적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이르쿠츠크에 조기경보 레이더를 배치하였음에도 중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보다는 미국을 신경쓰고 있다고 하여도, 그렇게 치면 이미 일본에도 MD체계를 강화할 만한 대형 레이더들이 설치되어있다. 혹자는 한반도에 배치된 레이더와 일본에 설치된 레이더가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하여도 저 정도의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중국이 일본에 설치된 레이더에 대해서 지나치리만큼 무감각한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의 이 요상한 태도는 본디 레이더 설치 그 자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보면 별 문제 없이 해석된다. 레이더는 그저 핑계고 남한에 THAAD가 설치되어 자국의 탄도미사일 무기가 지닐 위력이 반감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것을 반대하기 위해 적당한 아무 주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THAAD의 레이더 범위가 사실 중국 대륙에 거의 닿지 않음에도 중국이 저 난리를 치는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다.
(일본에 초대형 레이더를 설치하는 동안, 중국은 전혀라고 할 만큼 무반응이었다.)
중국 정부가 양비론을 펴며 남한 뿐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견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이 유사시에 한반도 전체를 제압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중국은 평양에 대한 세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베이징은 결코 북한을 좋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한미연합군과의 무력충돌이 현실화된다면, 눈치볼 필요가 없게 된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투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면 당연히 이같은 중국의 전략에 큰 방해가 된다. 국제적으로 어떤 비난을 받아도 북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중국이 일단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중국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중국이 통일 한국을 원하지 않는 이유도 쉽게 설명된다. A2/AD 전략 하에서 도련선 내부, 그것도 가장 핵심 지역인 제1도련선 내에 독자적인 자기이익을 가지는 통일한국의 존재는 중국에게 있어서 결코 기쁜 일이 아니다. 도련선 내에 북한과 같이 불안정하고 약소한 국가가 있는 것이 중국에게는 더 좋으며, 반대로 남한과 같이 내부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강소국이 중국에게는 더 불만스럽다. 이렇게 반토막난 남한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상태인데, 그들이 통일되어 인구와 국토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중국은 압록강에서 미군을 보는 것을 싫어해서 통일 한국을 반대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중국과 이해관계를 달리할 국가가 도련선 내에 등장하는 그 자체가 싫다는 것이다. 설령 이북에 미군을 단 한명도 진입시키지 않겠다고 하여도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첩보전에서 중국이 남한의 군사정보를 빼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한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정보부서가 한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벌인 공작은 결코 일상적인 수준의 그것이 아니라, 정말로 중국이 한반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행된 것이라 해석하면 어렵지 않게 풀린다. 요컨데 중국은 애초부터 남한을 언제든 군사적으로 제압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현 동북아 정책이 현상유지(Status Quo)에 가깝다는 사실은 현재까지의 가정에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중국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적어도 중국 수뇌부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전술한 것처럼 전격적으로 북한이나 남한을 정말 제압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약 10년에서 20년 뒤 중국군의 전력이 더욱 강화되고 첨단무기로 무장하게 된다면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원활하게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되며, 워싱턴이나 도쿄가 제대로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반도 전역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지금 현상유지를 원한다는 사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도련선에 한반도를 포함하려 한다는 사실과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중에 나온 시진핑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다’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한국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서 대체 그 말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일부는 트럼프가 시진핑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맥락에서 한 소리를 잘못 알아들었을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트럼프는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박약하고 한반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듣지도 않은 이야기를 상상해서 만들어내기엔, 그 상상의 재료가 되야 할 배경 지식이 사실상 없다. 그리고 그가 시진핑에게 별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도 않던 시점에서, 굳이 시진핑을 엿먹이려고 어떤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 즉, 시진핑은 정말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트럼프는 아무 생각 없이 인터뷰에서 그 소리를 지껄였을 것이다.
V. 결론
한국은 중국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계속 행복회로를 돌려왔다. 그 행복회로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 참피들은 한국은 중국이 북한보다 남한에 더 호의적이고, 장기 파트너로 북한보다 남한을 택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북핵 문제가 발생하고 남한이 이에 대응하자 중국은 외교적으로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을 남한에 퍼부었다. 중국은 그냥 원래부터 남한을 파트너로 볼 생각이 없었고 다만 말 잘 듣는 종속국을 바랬다고 보면, 혹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도록 만드는게 목적이었다고 보면, 이 문제는 아주 쉽게 설명된다.
두 번째 참피들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간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호혜관계이므로 신냉전과 같은 적대적 관계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반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게 그런 주장의 결론이었다. 물론 양측의 교류단절은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겠지만, 그러나 첫 대전의 사례에서 보듯 자유무역의 발전이 전쟁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최근 북한 문제가 꼬여가는 것만 보아도, 중국이 미국과 협력해서 주요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높지 않다. 마찬가지의 문제로, 최근 한국의 THAAD배치로 인해 동북아의 대립이 더 커진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이 주장은 마치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하지 않았으면 1차 대전이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과도 같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1차 대전의 시작은 이미 대부분의 유관국가가 전쟁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위기가 촉발되어 시작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한국이 동북아의 에피담노스라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갈등의 격화가 에피담노스의 탓이라고 주장하며 양국 사이의 충돌을 막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세 번째 참피들은, 설령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있다고 하여도 한국은 해당이 없으며 이 둘 사이에서 한국은 줄을 잘 타면 된다고 생각했다. THAAD배치 직전까지만 하여도 대륙이 일본을 적대할 지언정, 남한에 대해서는 별다른 구체적 적대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중국은 그냥 처음부터 한반도 전체를 제압하고 싶어하고 있으며 남한 정권의 존재 자체를 눈에 가시로 여기고 있다. 전술하였듯 남한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는 중국의 도련선 기반 사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문제에 있어 남한은 번외자가 아니라 당사자이며, 지리상 일본보다도 훨씬 위급한 처지에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균형외교로 나서 중국에게 기울면 중국이 남한을 아이고 이뻐라 해줄거라고 주장하는건 ㄹㅇ 답이 읎는 소리다.
한국인들은 그 동안 희안하리만큼 중국의 선의를 믿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짱깨라고 멸시할지언정, 그들이 한국에게 ‘실체적인 위협’이 될 거란 가능성을 거의 생각하지 아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고쳐져야만 한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가장 명백하고 강력한 실체적 위협이며, 그걸 그다지 숨기지도 않고 있다.
VI. 보론
1. THAAD가 미군만 지킬 것이라는 주장
THAAD및 그에 딸린 레이더의 배치를 두고 MD체계에 편입하려는게 고작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게 목적이면 다만 레이더만 설치하여도 상관없는 일이고 THAAD까지 배치할 필요는 없다(이 둘이 반드시 같이 움직여야 할 이유도 없고). THAAD는 실제로 한반도를 방어한다. 그러나 THAAD가 주로 미군 기지만을 보호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제대로 지켜주지는 못할(않을)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높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THAAD를 더 배치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는 있어도 있는 THAAD를 없애야 한다는 의미일 수는 없다.
또한 더 나아가, 미군에게 이익을 주어 중국이 쉽게 한반도를 제압할 수 없도록, 최소한 제압 과정에 큰 피해를 주게 만드는 그 자체로서 THAAD는 이점이 있다. 냉전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는 소련과 동등한 수준의 핵전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는 소련의 주요 대도시를 날릴 만큼의 핵능력을 보유하고 핵전쟁시 사용하겠다는, 이른바 ‘모스크바 기준(moscow criteria)’과 같은 전략을 택하고 이를 널리 공포했다. 이 전략은 핵공격이 있을 시 자국의 멸망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소련이 양국에 핵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 같은 원리로, 슐리펜 작전 당시 독일군의 진로에 독일군의 진격을 매우 둔화시킬 수준의 요새가 있었다면, 설령 그 요새가 결국은 독일에 의해 함락될 수준이라 하여도 전력집중을 통한 단기전을 저지하는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이는 영국의 참전가능성을 높여가면서까지 벨기에를 침공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독일의 입장을 변화시켰을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THAAD의 배치를 통해 민간인을 지키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을 포기시키는 것에 논점을 준다면 그 효과는 분명히 있다. 중국이 어떠한 전략적 이익도 얻을 수 없게 된다면 굳이 한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미사일을 투발할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을 택하여 베이징이 오판을 하지 않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2. 비용부담의 문제
THAAD나 주한미군에 대한 분담금을 두고 한국인들은 마치 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사안을 일일이 챙기는 자가 아니며, 그가 매우 진지한 태도로 실무라인과 협력하여 그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닌 이상 벌써부터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THAAD 비용을 내라는 구체적인 협상을 요청한것도 아닐 뿐더러, 설령 협상이 시작된다고 하여도 그 시점에서 양측은 아마 합리적 범위 하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차피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점점 쇠퇴하는 상황에서 패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동맹국들의 분담을 늘일 수 밖에 없다. 그 때 분담을 누가 얼마나 하느냐가 논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분담 자체가 논점이 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는 미국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부담을 점차 힘겨워하고 있었다는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야 이런 문제를 다룰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때문에 트럼프 집권기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분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이 공연히 큰 소리나 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말로 체계적인 방식으로 미군의 역할을 재조정하러 나설 가능성은 높다. 중국의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럽지역에서 전력을 빼내어 극동지역으로 더 많이 재배치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NATO 동맹국들의 부담도 늘어나겠지만, 아시아 동맹국들의 부담 역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분담을 어떻게 하느냐가 논점이 되는데, 이는 단순히 한국 혼자만이 미국과 1:1협상을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일본과 군사협력을 증진시키고 함께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즉 지금까지는 한국과 미국, 또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각각 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런 방식보다는 삼국의 협력을 보다 긴밀하게 만들어 효율적인 군사배치를 이루어 군비를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다만 이 부분은 정부의 협상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3. 동아시아 외교
유감스럽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운운할 시기가 아니며, 아베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군국주의적 주장을 일정 지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지게 된 군비부담이 결코 적지 않음을 생각하여 불평을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게는 오히려 좋을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 정도에 얼마나 한국이 찬성하느냐는 중국의 차후 행동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중국이 더 많은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더 많은 군비를 쓸 수록, 한국은 일본의 재무장에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한편 스스로도 군비를 증강시키고 미국에게 더 이익이 되는 행동을 취함으로서 중국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
만약 압력의 가중이 정말 심각해진다면, NATO와 같이 동아시아에도 새로운 군사동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의 친미 세력은 단지 미국과의 합동훈련만 할 뿐, 서로 협력하는 연합국이 아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더 많은 군사적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새로운 군사동맹은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극도로 낮출 것이므로 가급적 반대하는 편이지만, 중국의 오판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면 그런 것을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된다. 이 새로운 군사동맹이 가입국을 얼마나 늘이느냐가 중요하며, 한국과 일본, 호주를 중심으로 아마 필요하다면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도 가입시킬 수 있을 것이며, 정말 필요하다면 대만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은 한국이 중국에 맞서서 강경한 태세를 보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군비를 강화하며 동시에 중국을 상대로는 평화공세를 펴야 한다. 이 평화공세는 필요하다면 다소간의 비굴함을 띠어도 상관없다. 한국이 중국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고 베이징이 생각하게 해서는 안되며 중국이 실질적으로 힘을 빼는 제스쳐를 취한다면(이를테면 탄도미사일을 줄이는 식으로) 한국도 그에 호응할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베스트팔렌적 질서 하에서 주권국은 동등하지만, 현실이 그럴 이유는 없다. 생존이 달린 문제에는 당연히 기민함이 필요하다.
4. 북한 문제의 해결
북한 정권은 매우 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근래에 와서 북한이 핵무기를 다시 개발하고 도발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그들이 국외정세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10년 전에 북한이 이같이 행동했다면 북폭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한 지금 북한 정권은 두 대국의 틈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생존전략은 이미 과거 소련, 중국, 미국 등 대국 사이에서의 외교에서 보여진 것이며, 그들은 그 고전적 전술을 다시 활용한 것이다. 요컨데 북한의 핵실험은 이같은 변화한 국제정세에 대한 기민한 대응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행하게도 북한의 핵보유는 중국조차도 이익이 되지 않는 사안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정권을 최소한 당분간은 온존한다는 전제 하에 중국의 묵인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 유관국으로는 러시아도 있지만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러시아측이 동북아에 가지는 관심은 그렇게 크지도 않다. 때문에 중국만 협력한다면 러시아의 찬반은 현재로선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을 불가역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정지로는 충분치 않다. 설령 지금 정지한다 하여도 이후 상황이 바뀌면 태세를 전환하여 핵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던 그렇지 않던, 실제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북한에겐 큰 이익이 된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어떤 이유로 미국의 관심이나 여유가 줄었을 때 북한은 다시 핵을 개발할 것이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지속적으로 군사적 힘을 강대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국이 어떤 사유(이를테면 국제적으론 중동 문제가, 국내적으로는 산업의 재편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로 북한에 대한 압력을 일시적으로나마 중단하게 된다면,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하여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며, 한 발짝씩 나가며 적당한 기회에 핵을 보유하려 할 것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은 북한 정권의 소거로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의 반대가 아니라 중국의 찬성, 최소한 묵인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만약 중국의 정치상황이 어떤 이유로건 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과의 통일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한국은 물론 통일을 하는 것이 좋지만, 통일이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킨다면 그런 정책은 하지 않음이 낫다.
그러나 한국이 통일을 실질적인 정책으로서 추구하건 하지 않건, 북한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정권이 아니며 어떤 방식으로선 붕괴하게 되어있다. 이 짧은 순간에의 대응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며, 남한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 또는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기존 냉전적 프레임을 벗어나, 신질서의 도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5. 중국 문제의 해결
중국 문제는 남한이 어떻게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중국 내부에서 새로운 기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결코 중국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스스로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런 식의 후진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수 십년이 지나 현재의 중국 지도자들이 교체되고 신세대들이 정권을 잡으면 아마 그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에서도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새로운 동북아시아 파트너로 삼자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런 주장은 현재로선 소수파이지만, 장기적으론 다수파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로이 번영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북한같은 불안정한 정권보다는 통일 한국이 중국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문제로는 중국 내의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공의 강압적 통치에 인민들이 복종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는 인민의 수준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며 현재에는 공산당 치하의 경제발전이 그들에게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삶이 좋아짐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중공의 통치를 받아들일 충분한 유인이 된다. 많은 중국인들은 자신들도 곧 이 경제성장의 사다리를 타고 뒤이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멈출 것이고, 공산당 정부가 어떻게 노력하여도 해안의 부는 내륙까지 퍼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분열은 중국의 내부 정세를 극히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남한은 이 시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두가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더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힘은 결국 미국에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가진 장점은 교육받고 유능한 다량의 노동력과 집약적인 산업지대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은 기술의 발전에 의해 희석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인구는 점차 노화할 것이고 중국은 이들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 생각으로는 중국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연착률할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이지만, 어지되었건 정세의 급변이 없더라도 중국이 보다 더 많이 온순해지게 될 시간은 언젠가는 온다. 그리고 중국이 더 이상 패권을 추구하지 않게 되었을 때가 이 위험한 병목구간을 빠져나온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