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

간수의 법칙. Zimbardo, 1971

사회과학/심리학
이전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도 지적했듯이 사람은 환경에 따라 태도와 행동이 바뀐다. 짐바르도는 이에 더 나아가서 보다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이에 들어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이 바뀌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실험목적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도소는 참으로 비인간적인 환경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감옥은 왜 그렇게 험악한 환경인가? 범죄자가 가는 곳이라서 험악한 자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가? 아니면 환경이 사람을 그처럼 험악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직접적인 환경은 사람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가?

실험방법

실험자들은 대학의 심리학 건물 지하에 가짜 감옥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은 복도에 10미터짜리 섹션을 구획하여 조립식 벽으로 감방을 만들었다. 실험실을 개조하여 가로 약 2미터, 세로 3미터의 조그마한 감방 세 개를 만들어 쇠창살을 달고 검은 색 칠을 한 문을 만들어 달았다. 또한 벽장을 처벌 독방으로 만들었다.

이 감옥에 들어갈 사람들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간수로서 책임지고 감옥의 질서를 지키는 자들이다. 다른 한 쪽은 죄수로서 간수들에 의해 구금되며 통제당하는 자들이다.

참여자들은 지역 신문의 광고(미국에선 심리실험의 참여자들을 이런 식으로 모집하는 일이 자주 있다)를 통해 지원한 사람들이었다. 지원자 75명 중 심리테스트를 통해 보다 정상적이고 건전하다 판단되는 21명을 선발했다.

이들 중 무작위로 뽑힌 절반이 간수가 되었다. 그들에겐 제복과 검은 안경이 배당되었다. 남은 절반은 죄수가 되었다. 짐바르도는 팔로 알토(샌프란시스코 실리콘 밸리의 부촌) 경찰서의 경찰관들에게 이들을 각자의 집에서 '체포'하여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연행하게 했다. 그런 다음 엉터리 죄목을 씌우고 눈을 가린 채 심리학부 지하실에 있는 감방으로 데려왔다. 그 다음에 죄수들의 옷을 벗기고 수인 번호가 앞귀로 적힌 죄수복을 입혔다. 이 죄수복은 구금되어 있는 동안 그들을 식별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관찰자들은 이후 약 2주간 이 가상의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할 것이다.

실험결과

엄밀히 말해 이 실험은 제대로 끝마쳐지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험은 어디까지나 실험으로 끝나야 하며 실험실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이전과의 연계가 끊어져야 했다. 특히나 실험자들은 결코 심리 실험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그들은 방관자로서 실험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은 어느 순간 실험실을 벗어났다.

간수들 중 일부는 이전에 자신을 평화주의자로 자처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단시간에 혹독한 감독관의 역할에 빠져들었다.

첫날 밤 그들은 새벽 2시에 죄수들을 깨워서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벽에 일렬로 정렬시킨 다음 다른 과업을 수행시켰다. 이튿날 아침 죄수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찢어내고 감방 안에 바리케이트를 치며 반발하자, 간수들은 그들을 발가벗겨 소방전을 뿌렸으며 반란의 지도자를 독방에 처넣었다.

"우리는 종종 권력을 남용했죠. 예를 들면 그들의 면전에서 고함을 질렀거든요."

간수 중 한 사람이 회상했다.

"그건 완전히 공포 분위기였어요."

실험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간수들은 조직적으로 점점 더 잔인하고 가학적이 되었다.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은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변화의 강도와 속도였습니다." 간수들은 죄수들에게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시키고 수갑을 채우고 머리에 종이 봉투를 뒤집어씌운 채 복도를 행진하도록 시켰다.

또 다른 간수는 회상했다.

"지금의 내 행동과는 완전히 정반대였어요. 난 적극적으로 잔인한 것들을 고안해냈던 것 같습니다."

서른여섯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한 죄수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곧 석방시켜야만 했다. 그 뒤 '극도의 정서적인 우울증 증세인 울음과 분노와 격렬한 불안' 등으로 4명 이상이 석방되었다(이들은 실험참여비도 받지 않고 떠났다).

짐바르도는 원래 이 실험을 2주간 계속하려고 의도했었다. 그러나 그는 엿새 만에 실험을 중단했다.

실험이 끝나고 난 뒤 한 죄수는 말했다.

"이제야 저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게 나야'라고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죄수로서의 제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죄수는 말했다.

"저는 그때까지 '이게 나야'라고 불렀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감옥에 자원해서 나를 집어넣은 사람(왜냐하면 그것이 감옥이었고 아직까지도 내개는 감옥이니까요. 난 그게 실험이라고나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은 나와는 전혀 별개였으며, 마침내 내가 그 사람이 전혀 아닐 때까지 나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나는 그저 416번 이었어요. 내가 바로 그 숫자였고, 사실상 416번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있더군요."

갈수록 교도소 내의 상황이 격해지자 실험자들은 수인들을 통제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논했다. 이 때 문을 열고 들어온 다른 실험자가 말했다.

'자네들 뭐하는거야? 이게 무슨 실험이지? 목적이 바뀌었나?'

그 순간 실험실 내의 실험자들은 깨달았다.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야 할 자신들조차도 본래 실험의 목적을 잊고 가혹한 조치들을 당연시 여기고 있던 것이다. 짐바르도는 우리의 내적 기질은 특정한 상황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짐바르도가 말하는 상황이란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외부적인 요소가 아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우리를 키운 것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다닌 학교가 어떤 종류의 학교인지, 우리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 또는 우리 이웃이 우리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의 요점은 훌륭한 학교와 행복한 가정과 좋은 이웃 출신인 정상적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단지 그들이 처한 상황의 세부적인 것들을 직접적으로 약간만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그들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