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운영론 (2)
사회과학/인터넷③중기 커뮤니티
전기 커뮤니티 단계가 간부회원층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 목적이었다면 중기 커뮤니티는 평회원들을 필요한 방향으로 이끌어 전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것이 중요 목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이것은 전기 커뮤니티에서도 해야 할 일이며, 또한 커뮤니티가 중기 커뮤니티의 단계에 이른다 해도 전기 커뮤니티에서 하던 일을 멈춰선 안된다. 요컨데 양자를 적절히 이용하는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이용 능력은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이미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시작하기전에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인식해야하는것은 '대다수 신입회원에게 악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여러분들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만들거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신입회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들이 커뮤니티를 나쁘게 만들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이 있겠는가? 물론 안티 사이트가 있다거나, 이전에 무슨 좋지 않은 트러블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다수의 경우에는 그것이 하면 안되거나 혹은 좋지 않은 일임을 인식하지 못한것이 주요 원인일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자 여러분께서 해야될 일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그리고 커뮤니티와 그 하부의 각 게시판 내에서 무엇이 적절한, 혹은 적절치 않은 행위인지를 전달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규칙을 전달 할 것인가? 이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공식적formal인 공지이며 다른 하나는 비공식적informal인 분위기, 관습이다.
1. 공지사항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
공지사항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① 회원들이 아는것이 도움이 된다 판단되는 정보를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② 운영진이 결정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①번의 경우는 이벤트나, 혹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베스트글 등을 말한다. 이런 공지는 일종의 단발성 공지일 경우가 많은데, 정보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동하고 만약 그 가치가 인지자원 소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더 이상 공지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는것은 ②번인데,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커뮤니티의 공식적인 이용안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다루며 커뮤니티 내에서 운영진이 지니는(그리고 나아가 회원들이 따라야 할)가치관을 제시하는 공지이기 때문이다.
아마 운영자들은 가급적 많은 이용정보를 회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아무리 내용을 많이, 길게 써놓는다 해도 대다수 회원은 이러한 공지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며 오랜 시간을 소모하여 읽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원들에게 알리고자 작성하는 공지가 그 본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운영진이 해야 할 일은 전달해야 하는 정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혼재되어 회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정작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혹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운영진은 모든 회원들이 모든 게시판의 이용법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자. 혹시 커뮤니티 내에서 여러분들은 모든 게시판을 다 한번씩 둘러보시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주로 이용하는 게시판이 있고 그 게시판들을 주로 다른 게시판들은 가끔 둘러보는 정도이다.
이것은 하나의 중대한 힌트를 준다. 특정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 게시판 이용법을 알려주어야하는가? 역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시판 이용법은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우나 그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그다지 띄지 않는곳에 공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게시판마다 공지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일일이 그것을 클릭해서 보려고 하지 않으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해당 게시판 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회원들이 볼 수 있는, 혹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인지량의 수는 제한되어있으므로 공지는 필요한 곳에 최소한 만큼만 존재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별다른 의미도 없는 내용들이 카페 전체 공지로 띄워지는것은 굉장한 인지공간적 손실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게시판을 클릭했을 때 공지의 수가 3개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것은 무엇이 회원들에게 공지로 전달되어야 할 정보냐는 것이다. 커뮤니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지로 전달하려고 해선 안된다. 말했듯이 그것은 굉장한 낭비이며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이는 간단히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운영진이 게시판에 써야 하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해서 가장 세심한 부분부터 서술하려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책 한권을 쓸 수가 있다(결코 농담이 아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되는 부분조차 언어화하려고 하니 생기는 문제인 것이다.
2. 회칙(법法)은 어떠해야 하는가.
커뮤니티에서 회칙이란 당위이다. 회칙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지켜질 수 없는 회칙은 애초에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회칙은 실제 집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하며 동시에 회원들이 가능한한 어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기는 자가 늘어나고, 법의 권위가 없어지며, 이것은 법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운영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행하지도 못하는 어렵고 빡빡한 회칙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운영이야 말로 회칙의 권위를 파괴하는 가장 큰 범죄이다. 지켜지는 것과 지켜지지 않는것이 혼용되어 올라가 있으니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이것이 회칙을 무조건 지키기 쉽게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회칙의 각 항과 각 호에서 시행하는게 진정 '문제를 방지(혹은 필요한 요소를 촉진하게)할 수 있는지를 수십번 다시 생각해야한다.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목적이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답건 간에 그 회칙이 실제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회칙의 원래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보복적 성격의 법. 요컨데 형법과 같은 처벌법은 시행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해야한다. 그 보복적 성격은 어디까지나 범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것이며, 따라서 범죄의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형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 글에서 말하는 범죄의 방지라는건 범죄를 아예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은 마치 헌법과도 같이 해석의 여지가 넓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실의 성문법이 엄청나게 두꺼운 법전에 빼곡히 기입된 내용과 수많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과 해석에 계속하여 의문을 주고 있음을 상기하라. 이처럼 두꺼운 현실법도 그러할진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날림으로 만든 법이 이보다 더 정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쓸데없이 정밀하게 만들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틈새가 넘치게 된다.
지적할것은 법이 아무리 빼곡하게 되어있어도 쓰레기 같은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많다는 것이다.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이러한 쓰레기 같은 판정을 내려놓고 그 근거로 이전에 정한 법전을 들이댄다. 법이란게 어떻게 되어있어도 판결을 내리는 자들이 인격적으로 덜 되어 있으면 쉽게 아전인수격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법을 만들기 전에 인치人治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커뮤니티법은 기존의 관습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지 법 자체가 주가 되어선 안된다. 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암묵적인 합의는 생긴다. 커뮤니티에서의 법은 그러한 관습적 합의를 구성하거나 보충하는 요소이지, 그 자체가 곧 합의로서 기능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물론 이는 법을 통하여 합의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다). 한국 법전 등에서는 성문법을 중심으로 관습법이 보충하지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것은 수백명의 법관과 교수들이 달라붙어서 저나마 의견을 내고, 하물며 거대한 사법기구가 존재하며 웹상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커다란 이익이 대립하기에 그나마 가능한것이다. 그런 오프라인의 세계에서조차 그러한 빽빽한 성문법으로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인터넷은 오죽하겠는가?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행정력과 집행력은 현실에서의 그것보다 강하나 그 강제력은 현실에서의 강제력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회칙만으로 모든 문제를 판결하거나 해결하려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부동산 등을 거래할때 관련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막무가내로 상대와 1:1 거래를 진행하겠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한다면, 아니 알더라도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료를 지불해가면서 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 등을 확보하며 안전한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관련법에 신경쓰는 이유는 그러한 법을 모르고 일을 진행했을때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수천만원에서 수억을 날릴지도 모르는 거래가 아닌가?).
그러나 커뮤니티에서는 그렇지 않다. 회칙을 어떻게 정하건 간에 회원들은 그것을 항상 보려고 하지 않으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아무리 명시해놔도 꼭 어기는 회원이 생긴다. 심지어는 커뮤니티의 회칙상 위법임을 빤히 알고서도 '내가 여기서 영구 IP차단(혹은 강제탈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 회원도 있을 것이다(경우에 따라선 '난 유동 IP인데?'라거나, '세컨 아이디로 가입하면 되지'등으로 법을 완전히 조롱하는 일도 있다).
저러한 행위를 하면 분명 그 회원들은 커뮤니티에서 추방될 것이다. 그러나 저런 회원이 백에 한명만 있어도 회원수 1만짜리 커뮤니티에서 백여건 이상의 저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처벌이 회원 개개인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커뮤니티상의 법의 강제력은 심히 낮으며, 또한 그렇기에 커뮤니티 법에게 집행수단이 있건 없건간에 강제적 조항을 수백개를 박고 오타 하나에도 강탈을 내리는 혹형을 가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만약 이런 바보짓을 한다면 이야기지만 말이다).
물론 저러한 회원들을 그냥 놔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영진의 권위와 회칙의 당위를 무시하는 회원은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되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표준으로서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것은, 법적으로 금지시키는것만으로 효과가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서 사용하는 금지란게 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금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이 기존에 형성된 합의를 기본으로 보충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까닭이 이것에 있다. 이러한 관습의 강제력은 약하지만 반발을 주지도 않고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지키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필자는 조금 전에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보가 곧 관습적 합의를 말한다. 이러한 합의는 강요당하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고도 지켜지기에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쓰기 적합하다.
만약 법의 제정자들이 이러한 점을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면 법의 권위는 땅으로 추락할 것이다. 왜냐면 개나소나 법을 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위가 바닥을 해매는 법을 운영하면서 '법을 안지키다니!'라고 외쳐봐야 별다른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3. 게시판 분위기 유지
위에서 말한 게시판에서 정보를 추출한다는게 어떠한 의미인가? 회원들이 게시판을 이용하실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것은 엄밀히 말해 게시판 공지보다도 현재 게시판에 보이는 글들의 성격이다. 위에서도 논하였듯이 이러한 합의는 공지나 운영진이 정한 회칙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이들과는 별도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DC-Inside의 갤러리가 회칙과 관습의 분리가 가장 심한 예이다.
이러한 관습적 합의는 그냥 게시판만 만들어두고 거기에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생긴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생겨나진 않는다. 따라서 운영진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적절한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강제로서만 성립할 수 있는것이 아니며, 강제는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한 한 요소로서만 작용해야지 그 자체만으로 게시판을 제어하려 해서는 안된다.
운영진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그 개입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일을 처리해야 하며 대다수 회원들이 저도 모르게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위해 적절한 행위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① 간단한 모범.
여기서 말하는 모범은 뭔가 도덕적인 일을 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표창을 받거나 주위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으라는 의미로 하는게 아니라, 곧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의사소통 수단, 요컨데 기준의 제시이다. 이를테면 흔히 말하는 '예문'의 역할을 하는것이다.
물론 새로 게시판을 창설할 때엔 이용안내까지만 쓰고 손을 놓아도 괜찮긴 하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회원들은 글을 쓰기 전에 그 게시판에 맞는 주제인지 고민을 한다. 그들이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릴때 가장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공지가 아니라 기존의 글들이다. 공지가 잘 써져 있어도 스팸글들만 올라와있다면 그들 또한 게시판을 무시할 것이다. 관리가 되고 있는 게시판이라고 해도 공지와 게시판 내에서 허가된(그러니까 올라와있는) 글들이 다르다면, 일반적으로 후자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용 안내의 가이드라인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거나 회원들이 정말 헷갈릴까 걱정이 된다면 몇몇 간부회원들에게 미리 게시판에 알맞은 글을 쓰도록 부탁해보자('1빠!' 같은 글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러면 이후에 다른 회원들은 게시판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적절한 글을 쓸 것이다.
② 게시판 이용안내를 해당 게시판 공지에 둔다.
매우 쉬운 일이나 아쉽게도 매우 많은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다. 위에서 필자가 논했듯이, 공지가 없더라도 회원들은 게시판 내의 이미 허가된 글들을 기준으로 게시판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다(또한 이것이 오히려 공지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쉽다). 그럼애도 불구하고 공지는 필요하며, 관습이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기 쉬운 인터넷 환경에서 중요히 작용한다.
요컨데 갈등이 생길 때 운영진이 어떤 방침을 기준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회원들에게 공시하는 것은 이처럼 이용 안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해당 게시판을 담당하는 게시판지기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용 안내를 직접 쓸때엔 간결하면서도 쉽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50세 드신 분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쓸 수록 좋다. 또한 게시판에 맞지 않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글이 무통보 삭제/이동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게시판 이용 중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이 있다면 운영진에게 통보하기를 부탁한다는 말도 쓰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하는게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이드라인임을 유념하라.
③ 처벌자 목록을 고지해야할까?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처벌당한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올린다. 이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여러분이 한번 생각해보자. 각 신문과 언론에서 매일매일 범죄자, 전과자, 수감자들의 목록을 보도하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관해서 떠들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지 않길 바라는게 가능할까? 그렇진 않을것이다. 실제 범죄율이 높건 낮건 간에 범죄자들의 목록을 나날이 보도하면 그 보도를 보는 사람은 '이곳은 무법천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필자는 비밀주의로 처벌하라는게 아니다(실용적 측면에서 봐도 처벌자 목록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생각하긴 하지만 필자가 여러분에게 그걸 요구할 이유는 없다). 굳이 그 목록을 공개한다면 열람하고자 하는 사람,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두면 그만이다. 그것을 반드시 모든 회원들에게 고지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행위가 아니다.
아마 필자 생각에 저것을 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듯 하다.
하나는 일벌백계의 효과를 기대하는것이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 글쎄, 현실사회라면 일리가 있는 일이다. 이전 독재시기에 그렇듯이 군화소리가 나면서 이웃사람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면야 누가 입을 안다물겠는가? 비록 불만도가 오르고 사회는 흉흉하겠지만 공포조성의 효과는 충분히 얻을 것이다.
그렇지만 커뮤니티처럼 강제력이 약한 곳에서 그러한 일을 한다 해서 운영진이 원하는대로 회원을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처벌자 목록을 고지한다 해도 불만도가 오르는 효과 외에는 얻을 수 있는게 없을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커뮤니티의 운영진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합리화를 시키는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게 많은 사람들의 동조다. 실제로 처벌자에 관한 글을 올리면 개미 회원들은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분들 참 수고하시네요' 식의 말을 하면서 운영진들의 결정을 찬양할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합당한것도 아니고 합리화시켜주는것도 아니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이처럼 무작정 찬양하는 회원들이다. 이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력을 흐리고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며 거짓된것을 진실된것으로 혼란케 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어떤 커뮤니티의 운영자라면 한번 분란이 발생했을때 부당한 판결을 내리고 처벌을 공지해보길 바란다. 판결을 내린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 잘못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운영진의 결정을 찬양하는 회원이 있을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회원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회원들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운영진 자신에게 있다. 운영진이 자신의 행동을 회원들에게 공지하여 평가를 얻으려 하니 당연히 호불호가 나오지 않겠는가?
④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위에서 말한 모든걸 다 해도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드는 회원은 있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이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럴까? 커뮤니티에 테러를 가하려고? 아니면 운영진을 물먹이려고? 글쎄 대다수의 경우엔 이렇지 않다. 보통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일 뿐, 무언가 악의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그게 짜증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따라서 대다수의 경우 해당 회원을 처벌하지 않아도, 그 회원에게 좋지 않은 표현이었음을 인식시키면 이후 동일회원에 의해 그러한 문제가 재발하는 일은 없다(요컨데 반드시 처벌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인식시킬것인가? 필자의 답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보고있으라는것이다. 이러한 회원들은 다른 회원들에 의해 알아서 깨닫게 될 것이다.
단, 절대 주의해야하는 것은 운영진은 결코, 절대로 사적으로 저러한 회원과 관계되서는 안된다(그러니까 게시판에서 충돌한다던지). 왜냐면 이러한 사람들이 끼어서 한마디를 하게되면 순식간에 이지메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설령 그런게 아니더라도 운영진이 분란에 끼는 것 자체가 죄이다. 사람들이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 판결을 내린 자가 피고 내지는 원고의 이익과 무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원고이면서 판사가 되면 그런 권위가 유지되겠는가?
물론 운영진이 제대로 갈등의 최종역할을 한다면 회원들은 운영진을 찾아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판결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분란이 발생했을 때 당해 회원들이 운영진을 찾지 않고 스스로 무장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일단은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상급자가 양자 모두에게 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권한(요컨데 글 쓸 권한이나 리플을 달 권한)을 강제적으로 박탈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중재 등은 의미가 없으며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식으로 운영진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회원에 대한 제재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개 무리가 다른 사람들을 린치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된다. 올바른 행동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데도 린치한다면 당연히 죄이고, 준수하지 않았다면 운영진이 나서 제재하면 그만이다. 강제력을 운영진이 독점해야만 운영권이 갈등의 최종 해결방법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이 스스로 무장하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분위기를 여러분이 잘 만들어 놨다면 저런 분위기 흐리는 회원이 나돌아다녀도 웬만해선 커뮤니티 내의 사람들이 용인해줄 것이다. 키배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회원에 대해서는 운영진이 미리 제재를 가하는 것 또한 필요할 수 있다.
⑤ 처벌의 종류
성격이 상당히 모나서, 혹은 인지능력이 다소 부족해서 다른 평회원들에게 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계속하여 뻔뻔하게 행동하는 회원도 있다(이런 경우 꽤 겪어보셨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분위기와 암묵적 합의를 잘 잡아놓았다면 다른 커뮤니티에선 진작에 다굴당해서 쫒겨날 회원이 자 커뮤니티 내에선 생각보다 잘 돌아다니는걸 볼 수 있다.
아예 욕설을 퍼붓고 다닌다거나 하는게 아니라면 그냥 구경이나 하길 바란다. 특히 이 무신경한 회원들의 불유쾌한 농담 등에는 너무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유머에는 유머로 대응하거나 방관으로 일관하도록 하자. 물론 아예 게시판 곳곳에 오버하여 이용을 방해할 정도라면 (갱생시키려 해도 말리지는 않겠지만) 활동중지를 걸고 해당자에게 쪽지로 통보할것을 권고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가장 관대한 커뮤니티조차도 처벌에 관한 조항은 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쓰는 처벌의 규칙들을 보긴 했지만 필자 생각에는 다소 아쉬운 맛이 있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처벌종류를 제시한다.
1)주의 : 행정상 제재는 없다. 발효 즉시 소멸된다.
2)경고 : 전항보다 강력한 제재로써, 누적시 본조 ③항, ④항 ⑤항의 성립에 영향을 준다.
3)강등 : 회원의 등급을 기존보다 낮추어 권리를 박탈한다.
4)활동중지 :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킨다.
5)제명(접근차단) : 회원을 카페에서 탈퇴하도록 한다.
우선 1번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이전에 말했듯이 '악의는 없는'회원들에게 일깨워주는 용도이다. 경범죄가 일일이 전과로 남게 된다면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주의는 행정상 제재도 없고 공식적으로는 누적되지 않도록 발효 즉시 소멸된다. 주의는 쪽지 등의 발송을 통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주의만으로 다 되는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고와 같은게 필요한데, 상당수 커뮤니티에서는 그 경중을 가리지 않고 '*개 이상이면 강탈'식으로 하였다. 물론 이것이 불공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경중을 나누어서 1급경고 2급경고 식으로 하는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명확한 이후 처벌 수를 정하지 않고 '성립에 영향을 주는'정도로 하는것이 좋다 생각한다.
강등이라 함은 곧 권리의 박탈을 뜻한다. 왜냐하면 등급은 권리와 연계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1)장 참조]. 보통은 강등을 하면 다시 등업신청해서 올라올 수 있기에 커뮤니티에선 잘 쓰지 않는것 같다.
활동중지는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영구히 활동중지를 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강제탈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용도로 쓰기는 별로 좋지 않다 생각하니, 활동중지는 '잠시 생각해보는 기간' 정도로 하는게 어떨까 싶다. 최장 7일을 넘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생각한다.
강제탈퇴는 단일 커뮤니티 내에서만 보면 해당 회원에 대한 사형선고다. 가급적이면 그 시행을 자제하도록 하는것이 좋겠다.
이러한 제재를 한 뒤에는 쪽지로 간단한 이유와 내용을 통보하길 바란다. 이런 경우 주의를 주는 주체는 '운영진 A씨' 가 아닌 '운영진'이어야하며, 책임 소재는 운영진 내에서만 명확해야 한다. 즉, '운영진 A의 결정'이 아니라 '운영진의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간단히 말해 일반회원이 특정 운영자에게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도록 하라는 거다).
⑥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의 이익을 따라서
처벌은 주로 법을 따라서 하게된다. 그런데 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란게 있다. 요컨데 유죄임이 증명되지 않는 한은 무죄라는 뜻이다. 혹시 어떤 회원의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니면 처벌을 한 뒤에 회원들의 일부나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식의 말을 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은 판결을 부적절하게 내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처벌을 해야하는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 혹은 무거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가벼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의심스럽다면, 이 경우에는 피고의 이익을 따르는게 맞으며 그렇게 하는것이 온당하고 또한 적절하다. 회원들이 강경한 처벌을 요구할 때 조차(그런데 회원들이 이런 요구를 한다는게 이미 커뮤니티에선 막장이긴 하다) 만약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운영진은 가급적 처벌을 피해야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법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했듯이, 법이란 당위이며, 당위란 곧 정의이자 올바름이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법이다. 만약 이러한 구분을 하지 못한다면, 법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은 강제력일것이고 그것은 곧 폭력과 압제에 지나지 않다.
4. 등급제도
(1)장에서 다루었듯이, 등급은 일반적으로 권리와 많이 연계된다. 이를테면 준회원은 게시판을 열람할 권리는 있지만 글을 쓸 권리는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필자 생각엔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회원제를 시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혹시 커뮤니티 운영진 여러분께서는 본래 정회원제가 어째서 생긴것인지 아시는지? 인터넷 커뮤니티 초창기에 흔히 말하는 '스팸'이 많이 나돌아다녔었다. 이 스패머들은 다음 카페는 물론 네이버 지식IN 등 수많은 곳에 진출(?) 하여 활약(!) 하셨는데 이러한 스패머들을 막기 위하여 커뮤니티들에선 처음 가입한 회원을 '준회원'으로 설정하고 간단한 규약을 맞추어 등업하면 '정회원'으로 인정하여 스팸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다수의 스패머들이 '프로그램'이었기에 이것은 매우 적절한 수단이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것이 요즘 커뮤니티들이 쓰는 정회원제의 시초다. 물론 돈을 입금하면 정회원으로 올려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있긴 하지만 이건 다소 예외적인 경우이며, 본래 대다수 커뮤니티들은 저러한 간단하고도 공개적인 절차로 정회원제를 실시했다.
참으로 아쉬운것은 스패머들이 이미 많이 사라진 현재까지도 정회원제가 남아 크게 변질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회원제는 신입회원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되었고, 수많은 커뮤니티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할것을 요구하며 신입 회원들에게 온갖 복잡한 요구를 가한다(이것도 스패머들의 탓으로 돌려야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우울한 유산임은 틀림없다).
놀랍게도 이처럼 복잡다난한 요구를 시행하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들에게 '등업 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면 하는 말이 아마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 쉽잖아?'정도의 응답일 것이다. 글쎄 그렇게 따지면 학교도 쉽고 군대도 쉽고 직장도 쉬울것이다. 쉽다/어렵다로 따지는게 무리이니 질문을 바꾸어보자. '정말 이것이 필요한가?'
우선 이러한 복잡한 등업절차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지원하는 명분이 몇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요구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라 함은 무엇을 뜻하는가? 필자는 커뮤니티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크게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컨텐츠요, 다른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물론 상당수 커뮤니티에선 컨텐츠건 커뮤니케이션이건 딱히 나누지 않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다.
'자료만 받고 떠나지 말고 글을 쓰고 리플을 달아라'
이것이 다음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의미임은 분명하다.
1.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회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2.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니들이 컨텐츠를 제공해라'
만약 1번의 요구라면 정말 기가 차지 않을 수가 없다. 1번과 같은 논지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돈을 줄테니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철없는 졸부집을 연상케 한다. 묻겠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사교적인 교감인가 아니면 실제적 이해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인가?
의사소통이란 당연하게도 서로가 서로를 느끼는 것이며, 반드시 지식적인 것일 필요가 없다. 아마 이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무슨 뜻인지 모르고 요구하는것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하긴 한다.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적으로 논리적 모순에 지나지 않다[정말 알고도 이러한 요구를 말짱히 하는 사람들(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은 진정으로 성장 중 정체성 형성의 어딘가 장애가 발생했음에 틀림없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오도록 컨텐츠로 낚는거까지야 괜찮은 일이다. 말했듯이 처음 오는 회원들은 컨텐츠를 보고 찾아오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신입회원들의 뒤이은 행동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것은 이미 커뮤니티 내에 있는 기존의 회원들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린 일이지 신입회원들에게 강제로 요구한다해서 성립하는것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생각치 않고 이득을 내거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려 한다면 각각의 리플과 글에 소통의 의미가 부여되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그저 몇몇 회원끼리의 소통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얻기위해 공허하고 형식적인 말만 나오는 인형극으로 전락할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2번은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이러한 호혜주의의 원칙은 여러 시대, 다양한 공간에 걸쳐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있는 유래깊은 전통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컨텐츠는 아무리 나누어도 그 양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컨텐츠를 개방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가능한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것이 더욱 컨텐츠를 늘이는데에 도움이 된다. 만약 회원들이 컨텐츠를 거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아마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받으면 더이상 커뮤니티에 기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컨텐츠 저장고로만 볼 것이다.
물론 등급업의 조건으로 컨텐츠의 거래를 요구하는 종류의 커뮤니티에서도 수많은 회원들은 거의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에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것은 이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컨텐츠적 요구를 벗어나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만들수록 컨텐츠 또한 크게 증진된다(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컨텐츠에 대한 거래대상으로 제공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위에서도 말한 바가 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하면 컨텐츠의 증가량 또한 감소한다.
어쨌거나, 이처럼 등급절차를 간소화하면 운영진 여러분께서 등급업 문제로 격무에 시달릴 일도 없고 회원들도 만족할것이며 컨텐츠는 더욱 늘어나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져 모두에게 더욱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주 : 필자가 이 글을 썼을 때는 스팸 방지 기술이 크게 강력해진 때이다. 그러나 현재엔 그렇지 않음이 실망스럽다. 만약 스패머가 많다면 정회원제의 시행은 필요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컨텐츠의 호혜성 원리를 요구하며 컨텐츠를 찾아서 오는 평회원들에게 컨텐츠의 제공이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것은 성공할수도 없고 실제로도 실패한다.
신입회원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커뮤니티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전혀 알지 못하는 집단에 갑자기 투신하여 친하게 지내려 할리가 없는것이 아닌가? 컨텐츠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여 오는 회원이 대다수인것은 합리적이다 못해 당연한것이다.
혹시 여러분이 어떤 자료를 찾아서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분위기가 영 안좋고 컨텐츠를 찾아서 온 신입회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해보자. 이 경우에 가장 좋은 대처법은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그냥 원하는 내용을 찾고 쏙 빠져나가는게 상책이다. 존재 자체를 알리지 말아야 한다. 리플도 달지 말고 글도 쓰지 않는다. 그냥 볼 수 있는거만 보고, 정히 등급업이 필요하면 '형식적이고 공허한' 리플과 글을 달고 등업만 한다음에 역시 볼 수 있는거만 보고 나가게 된다. 이는 평회원들이 성격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이 상책이기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컨텐츠를 찾으러 오는 회원에 대한 공격은 글과 리플을 다는 회원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회원은 그냥 두는 역차별로 발현된다. 요컨데 강제적으로 활동을 하도록 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의미다(다만, 전기 커뮤니티에선 컨텐츠를 늘이기 위해 호혜주의를 사용하는 방법이 어느정도 먹힌다. 물론 이것도 기존에 컨텐츠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지만).
상당수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매우 불합리하고 당황스러운 제약을 회원에게 가하면서 오히려 회원의 탓을 하는것은, 컴퓨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컴이 고장났을 때 컴퓨터 탓을 하는것과 같은것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니 자신이 컴을 잘못 다룬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 회칙에 관해 다룰때 말했듯이, 회원을 금제함으로서 통제하려는 시도는, 금제만으로서 할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조건에도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할 것이다.
전기 커뮤니티 단계가 간부회원층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 목적이었다면 중기 커뮤니티는 평회원들을 필요한 방향으로 이끌어 전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것이 중요 목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이것은 전기 커뮤니티에서도 해야 할 일이며, 또한 커뮤니티가 중기 커뮤니티의 단계에 이른다 해도 전기 커뮤니티에서 하던 일을 멈춰선 안된다. 요컨데 양자를 적절히 이용하는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이용 능력은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이미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시작하기전에 최고운영자 여러분께서 인식해야하는것은 '대다수 신입회원에게 악의는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여러분들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면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만들거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신입회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들이 커뮤니티를 나쁘게 만들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이 있겠는가? 물론 안티 사이트가 있다거나, 이전에 무슨 좋지 않은 트러블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다수의 경우에는 그것이 하면 안되거나 혹은 좋지 않은 일임을 인식하지 못한것이 주요 원인일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자 여러분께서 해야될 일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그리고 커뮤니티와 그 하부의 각 게시판 내에서 무엇이 적절한, 혹은 적절치 않은 행위인지를 전달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규칙을 전달 할 것인가? 이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공식적formal인 공지이며 다른 하나는 비공식적informal인 분위기, 관습이다.
1. 공지사항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
공지사항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① 회원들이 아는것이 도움이 된다 판단되는 정보를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② 운영진이 결정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게시판에 들르는 모든 회원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①번의 경우는 이벤트나, 혹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베스트글 등을 말한다. 이런 공지는 일종의 단발성 공지일 경우가 많은데, 정보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동하고 만약 그 가치가 인지자원 소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더 이상 공지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는것은 ②번인데,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커뮤니티의 공식적인 이용안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다루며 커뮤니티 내에서 운영진이 지니는(그리고 나아가 회원들이 따라야 할)가치관을 제시하는 공지이기 때문이다.
아마 운영자들은 가급적 많은 이용정보를 회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아무리 내용을 많이, 길게 써놓는다 해도 대다수 회원은 이러한 공지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며 오랜 시간을 소모하여 읽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원들에게 알리고자 작성하는 공지가 그 본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운영진이 해야 할 일은 전달해야 하는 정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혼재되어 회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정작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혹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운영진은 모든 회원들이 모든 게시판의 이용법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자. 혹시 커뮤니티 내에서 여러분들은 모든 게시판을 다 한번씩 둘러보시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주로 이용하는 게시판이 있고 그 게시판들을 주로 다른 게시판들은 가끔 둘러보는 정도이다.
이것은 하나의 중대한 힌트를 준다. 특정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 게시판 이용법을 알려주어야하는가? 역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게시판 이용법은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우나 그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그다지 띄지 않는곳에 공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게시판마다 공지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일일이 그것을 클릭해서 보려고 하지 않으며 때문에 이 경우에도 해당 게시판 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회원들이 볼 수 있는, 혹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인지량의 수는 제한되어있으므로 공지는 필요한 곳에 최소한 만큼만 존재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별다른 의미도 없는 내용들이 카페 전체 공지로 띄워지는것은 굉장한 인지공간적 손실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게시판을 클릭했을 때 공지의 수가 3개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것은 무엇이 회원들에게 공지로 전달되어야 할 정보냐는 것이다. 커뮤니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지로 전달하려고 해선 안된다. 말했듯이 그것은 굉장한 낭비이며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이는 간단히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운영진이 게시판에 써야 하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해서 가장 세심한 부분부터 서술하려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책 한권을 쓸 수가 있다(결코 농담이 아니다). 비언어적으로 소통되는 부분조차 언어화하려고 하니 생기는 문제인 것이다.
2. 회칙(법法)은 어떠해야 하는가.
커뮤니티에서 회칙이란 당위이다. 회칙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지켜질 수 없는 회칙은 애초에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회칙은 실제 집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하며 동시에 회원들이 가능한한 어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기는 자가 늘어나고, 법의 권위가 없어지며, 이것은 법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운영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행하지도 못하는 어렵고 빡빡한 회칙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운영이야 말로 회칙의 권위를 파괴하는 가장 큰 범죄이다. 지켜지는 것과 지켜지지 않는것이 혼용되어 올라가 있으니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이것이 회칙을 무조건 지키기 쉽게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회칙의 각 항과 각 호에서 시행하는게 진정 '문제를 방지(혹은 필요한 요소를 촉진하게)할 수 있는지를 수십번 다시 생각해야한다. 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 목적이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답건 간에 그 회칙이 실제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회칙의 원래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보복적 성격의 법. 요컨데 형법과 같은 처벌법은 시행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해야한다. 그 보복적 성격은 어디까지나 범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것이며, 따라서 범죄의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형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 글에서 말하는 범죄의 방지라는건 범죄를 아예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은 마치 헌법과도 같이 해석의 여지가 넓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실의 성문법이 엄청나게 두꺼운 법전에 빼곡히 기입된 내용과 수많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과 해석에 계속하여 의문을 주고 있음을 상기하라. 이처럼 두꺼운 현실법도 그러할진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날림으로 만든 법이 이보다 더 정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쓸데없이 정밀하게 만들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틈새가 넘치게 된다.
지적할것은 법이 아무리 빼곡하게 되어있어도 쓰레기 같은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많다는 것이다.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이러한 쓰레기 같은 판정을 내려놓고 그 근거로 이전에 정한 법전을 들이댄다. 법이란게 어떻게 되어있어도 판결을 내리는 자들이 인격적으로 덜 되어 있으면 쉽게 아전인수격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법을 만들기 전에 인치人治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커뮤니티법은 기존의 관습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지 법 자체가 주가 되어선 안된다. 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암묵적인 합의는 생긴다. 커뮤니티에서의 법은 그러한 관습적 합의를 구성하거나 보충하는 요소이지, 그 자체가 곧 합의로서 기능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물론 이는 법을 통하여 합의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다). 한국 법전 등에서는 성문법을 중심으로 관습법이 보충하지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것은 수백명의 법관과 교수들이 달라붙어서 저나마 의견을 내고, 하물며 거대한 사법기구가 존재하며 웹상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커다란 이익이 대립하기에 그나마 가능한것이다. 그런 오프라인의 세계에서조차 그러한 빽빽한 성문법으로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 인터넷은 오죽하겠는가?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행정력과 집행력은 현실에서의 그것보다 강하나 그 강제력은 현실에서의 강제력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회칙만으로 모든 문제를 판결하거나 해결하려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부동산 등을 거래할때 관련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막무가내로 상대와 1:1 거래를 진행하겠는가? 그렇진 않을것이다.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한다면, 아니 알더라도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료를 지불해가면서 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 등을 확보하며 안전한 거래를 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관련법에 신경쓰는 이유는 그러한 법을 모르고 일을 진행했을때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수천만원에서 수억을 날릴지도 모르는 거래가 아닌가?).
그러나 커뮤니티에서는 그렇지 않다. 회칙을 어떻게 정하건 간에 회원들은 그것을 항상 보려고 하지 않으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아무리 명시해놔도 꼭 어기는 회원이 생긴다. 심지어는 커뮤니티의 회칙상 위법임을 빤히 알고서도 '내가 여기서 영구 IP차단(혹은 강제탈퇴)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 회원도 있을 것이다(경우에 따라선 '난 유동 IP인데?'라거나, '세컨 아이디로 가입하면 되지'등으로 법을 완전히 조롱하는 일도 있다).
저러한 행위를 하면 분명 그 회원들은 커뮤니티에서 추방될 것이다. 그러나 저런 회원이 백에 한명만 있어도 회원수 1만짜리 커뮤니티에서 백여건 이상의 저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처벌이 회원 개개인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커뮤니티상의 법의 강제력은 심히 낮으며, 또한 그렇기에 커뮤니티 법에게 집행수단이 있건 없건간에 강제적 조항을 수백개를 박고 오타 하나에도 강탈을 내리는 혹형을 가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만약 이런 바보짓을 한다면 이야기지만 말이다).
물론 저러한 회원들을 그냥 놔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영진의 권위와 회칙의 당위를 무시하는 회원은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되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표준으로서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것은, 법적으로 금지시키는것만으로 효과가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서 사용하는 금지란게 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금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법이 기존에 형성된 합의를 기본으로 보충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까닭이 이것에 있다. 이러한 관습의 강제력은 약하지만 반발을 주지도 않고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지키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필자는 조금 전에 "대다수 회원들은 수백줄에 이르는 정보 없이 가장 기본적인(=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만 적어주어도 게시판 자체에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여 판단할 수 있게된다."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보가 곧 관습적 합의를 말한다. 이러한 합의는 강요당하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고도 지켜지기에 커뮤니티 등에서 가장 쓰기 적합하다.
만약 법의 제정자들이 이러한 점을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면 법의 권위는 땅으로 추락할 것이다. 왜냐면 개나소나 법을 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위가 바닥을 해매는 법을 운영하면서 '법을 안지키다니!'라고 외쳐봐야 별다른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3. 게시판 분위기 유지
위에서 말한 게시판에서 정보를 추출한다는게 어떠한 의미인가? 회원들이 게시판을 이용하실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것은 엄밀히 말해 게시판 공지보다도 현재 게시판에 보이는 글들의 성격이다. 위에서도 논하였듯이 이러한 합의는 공지나 운영진이 정한 회칙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이들과는 별도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DC-Inside의 갤러리가 회칙과 관습의 분리가 가장 심한 예이다.
이러한 관습적 합의는 그냥 게시판만 만들어두고 거기에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생긴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생겨나진 않는다. 따라서 운영진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적절한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강제로서만 성립할 수 있는것이 아니며, 강제는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위한 한 요소로서만 작용해야지 그 자체만으로 게시판을 제어하려 해서는 안된다.
운영진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그 개입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일을 처리해야 하며 대다수 회원들이 저도 모르게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위해 적절한 행위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① 간단한 모범.
여기서 말하는 모범은 뭔가 도덕적인 일을 하여 타의 모범이 되는 표창을 받거나 주위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으라는 의미로 하는게 아니라, 곧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의사소통 수단, 요컨데 기준의 제시이다. 이를테면 흔히 말하는 '예문'의 역할을 하는것이다.
물론 새로 게시판을 창설할 때엔 이용안내까지만 쓰고 손을 놓아도 괜찮긴 하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회원들은 글을 쓰기 전에 그 게시판에 맞는 주제인지 고민을 한다. 그들이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릴때 가장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공지가 아니라 기존의 글들이다. 공지가 잘 써져 있어도 스팸글들만 올라와있다면 그들 또한 게시판을 무시할 것이다. 관리가 되고 있는 게시판이라고 해도 공지와 게시판 내에서 허가된(그러니까 올라와있는) 글들이 다르다면, 일반적으로 후자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용 안내의 가이드라인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되거나 회원들이 정말 헷갈릴까 걱정이 된다면 몇몇 간부회원들에게 미리 게시판에 알맞은 글을 쓰도록 부탁해보자('1빠!' 같은 글을 말하는게 아니다). 그러면 이후에 다른 회원들은 게시판의 성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적절한 글을 쓸 것이다.
② 게시판 이용안내를 해당 게시판 공지에 둔다.
매우 쉬운 일이나 아쉽게도 매우 많은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다. 위에서 필자가 논했듯이, 공지가 없더라도 회원들은 게시판 내의 이미 허가된 글들을 기준으로 게시판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다(또한 이것이 오히려 공지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쉽다). 그럼애도 불구하고 공지는 필요하며, 관습이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기 쉬운 인터넷 환경에서 중요히 작용한다.
요컨데 갈등이 생길 때 운영진이 어떤 방침을 기준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회원들에게 공시하는 것은 이처럼 이용 안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해당 게시판을 담당하는 게시판지기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용 안내를 직접 쓸때엔 간결하면서도 쉽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50세 드신 분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쓸 수록 좋다. 또한 게시판에 맞지 않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글이 무통보 삭제/이동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게시판 이용 중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이 있다면 운영진에게 통보하기를 부탁한다는 말도 쓰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하는게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이드라인임을 유념하라.
③ 처벌자 목록을 고지해야할까?
상당수 커뮤니티들은 처벌당한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올린다. 이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여러분이 한번 생각해보자. 각 신문과 언론에서 매일매일 범죄자, 전과자, 수감자들의 목록을 보도하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관해서 떠들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지 않길 바라는게 가능할까? 그렇진 않을것이다. 실제 범죄율이 높건 낮건 간에 범죄자들의 목록을 나날이 보도하면 그 보도를 보는 사람은 '이곳은 무법천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필자는 비밀주의로 처벌하라는게 아니다(실용적 측면에서 봐도 처벌자 목록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생각하긴 하지만 필자가 여러분에게 그걸 요구할 이유는 없다). 굳이 그 목록을 공개한다면 열람하고자 하는 사람,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두면 그만이다. 그것을 반드시 모든 회원들에게 고지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행위가 아니다.
아마 필자 생각에 저것을 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듯 하다.
하나는 일벌백계의 효과를 기대하는것이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 글쎄, 현실사회라면 일리가 있는 일이다. 이전 독재시기에 그렇듯이 군화소리가 나면서 이웃사람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면야 누가 입을 안다물겠는가? 비록 불만도가 오르고 사회는 흉흉하겠지만 공포조성의 효과는 충분히 얻을 것이다.
그렇지만 커뮤니티처럼 강제력이 약한 곳에서 그러한 일을 한다 해서 운영진이 원하는대로 회원을 통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처벌자 목록을 고지한다 해도 불만도가 오르는 효과 외에는 얻을 수 있는게 없을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커뮤니티의 운영진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합리화를 시키는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게 많은 사람들의 동조다. 실제로 처벌자에 관한 글을 올리면 개미 회원들은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분들 참 수고하시네요' 식의 말을 하면서 운영진들의 결정을 찬양할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합당한것도 아니고 합리화시켜주는것도 아니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이처럼 무작정 찬양하는 회원들이다. 이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력을 흐리고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며 거짓된것을 진실된것으로 혼란케 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어떤 커뮤니티의 운영자라면 한번 분란이 발생했을때 부당한 판결을 내리고 처벌을 공지해보길 바란다. 판결을 내린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 잘못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운영진의 결정을 찬양하는 회원이 있을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회원들은 운영진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회원들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운영진 자신에게 있다. 운영진이 자신의 행동을 회원들에게 공지하여 평가를 얻으려 하니 당연히 호불호가 나오지 않겠는가?
④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위에서 말한 모든걸 다 해도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드는 회원은 있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이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럴까? 커뮤니티에 테러를 가하려고? 아니면 운영진을 물먹이려고? 글쎄 대다수의 경우엔 이렇지 않다. 보통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일 뿐, 무언가 악의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그게 짜증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따라서 대다수의 경우 해당 회원을 처벌하지 않아도, 그 회원에게 좋지 않은 표현이었음을 인식시키면 이후 동일회원에 의해 그러한 문제가 재발하는 일은 없다(요컨데 반드시 처벌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인식시킬것인가? 필자의 답은 매우 간단하다. 그냥 보고있으라는것이다. 이러한 회원들은 다른 회원들에 의해 알아서 깨닫게 될 것이다.
단, 절대 주의해야하는 것은 운영진은 결코, 절대로 사적으로 저러한 회원과 관계되서는 안된다(그러니까 게시판에서 충돌한다던지). 왜냐면 이러한 사람들이 끼어서 한마디를 하게되면 순식간에 이지메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설령 그런게 아니더라도 운영진이 분란에 끼는 것 자체가 죄이다. 사람들이 판결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 판결을 내린 자가 피고 내지는 원고의 이익과 무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원고이면서 판사가 되면 그런 권위가 유지되겠는가?
물론 운영진이 제대로 갈등의 최종역할을 한다면 회원들은 운영진을 찾아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판결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분란이 발생했을 때 당해 회원들이 운영진을 찾지 않고 스스로 무장하여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일단은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상급자가 양자 모두에게 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권한(요컨데 글 쓸 권한이나 리플을 달 권한)을 강제적으로 박탈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중재 등은 의미가 없으며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식으로 운영진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회원에 대한 제재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개 무리가 다른 사람들을 린치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서는 안된다. 올바른 행동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데도 린치한다면 당연히 죄이고, 준수하지 않았다면 운영진이 나서 제재하면 그만이다. 강제력을 운영진이 독점해야만 운영권이 갈등의 최종 해결방법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이 스스로 무장하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분위기를 여러분이 잘 만들어 놨다면 저런 분위기 흐리는 회원이 나돌아다녀도 웬만해선 커뮤니티 내의 사람들이 용인해줄 것이다. 키배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회원에 대해서는 운영진이 미리 제재를 가하는 것 또한 필요할 수 있다.
⑤ 처벌의 종류
성격이 상당히 모나서, 혹은 인지능력이 다소 부족해서 다른 평회원들에게 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계속하여 뻔뻔하게 행동하는 회원도 있다(이런 경우 꽤 겪어보셨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분위기와 암묵적 합의를 잘 잡아놓았다면 다른 커뮤니티에선 진작에 다굴당해서 쫒겨날 회원이 자 커뮤니티 내에선 생각보다 잘 돌아다니는걸 볼 수 있다.
아예 욕설을 퍼붓고 다닌다거나 하는게 아니라면 그냥 구경이나 하길 바란다. 특히 이 무신경한 회원들의 불유쾌한 농담 등에는 너무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유머에는 유머로 대응하거나 방관으로 일관하도록 하자. 물론 아예 게시판 곳곳에 오버하여 이용을 방해할 정도라면 (갱생시키려 해도 말리지는 않겠지만) 활동중지를 걸고 해당자에게 쪽지로 통보할것을 권고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가장 관대한 커뮤니티조차도 처벌에 관한 조항은 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쓰는 처벌의 규칙들을 보긴 했지만 필자 생각에는 다소 아쉬운 맛이 있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처벌종류를 제시한다.
1)주의 : 행정상 제재는 없다. 발효 즉시 소멸된다.
2)경고 : 전항보다 강력한 제재로써, 누적시 본조 ③항, ④항 ⑤항의 성립에 영향을 준다.
3)강등 : 회원의 등급을 기존보다 낮추어 권리를 박탈한다.
4)활동중지 :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킨다.
5)제명(접근차단) : 회원을 카페에서 탈퇴하도록 한다.
우선 1번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이전에 말했듯이 '악의는 없는'회원들에게 일깨워주는 용도이다. 경범죄가 일일이 전과로 남게 된다면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주의는 행정상 제재도 없고 공식적으로는 누적되지 않도록 발효 즉시 소멸된다. 주의는 쪽지 등의 발송을 통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주의만으로 다 되는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고와 같은게 필요한데, 상당수 커뮤니티에서는 그 경중을 가리지 않고 '*개 이상이면 강탈'식으로 하였다. 물론 이것이 불공평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경중을 나누어서 1급경고 2급경고 식으로 하는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명확한 이후 처벌 수를 정하지 않고 '성립에 영향을 주는'정도로 하는것이 좋다 생각한다.
강등이라 함은 곧 권리의 박탈을 뜻한다. 왜냐하면 등급은 권리와 연계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1)장 참조]. 보통은 강등을 하면 다시 등업신청해서 올라올 수 있기에 커뮤니티에선 잘 쓰지 않는것 같다.
활동중지는 회원의 모든 활동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영구히 활동중지를 풀지 않는다면 그것은 강제탈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용도로 쓰기는 별로 좋지 않다 생각하니, 활동중지는 '잠시 생각해보는 기간' 정도로 하는게 어떨까 싶다. 최장 7일을 넘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생각한다.
강제탈퇴는 단일 커뮤니티 내에서만 보면 해당 회원에 대한 사형선고다. 가급적이면 그 시행을 자제하도록 하는것이 좋겠다.
이러한 제재를 한 뒤에는 쪽지로 간단한 이유와 내용을 통보하길 바란다. 이런 경우 주의를 주는 주체는 '운영진 A씨' 가 아닌 '운영진'이어야하며, 책임 소재는 운영진 내에서만 명확해야 한다. 즉, '운영진 A의 결정'이 아니라 '운영진의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간단히 말해 일반회원이 특정 운영자에게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도록 하라는 거다).
⑥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의 이익을 따라서
처벌은 주로 법을 따라서 하게된다. 그런데 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란게 있다. 요컨데 유죄임이 증명되지 않는 한은 무죄라는 뜻이다. 혹시 어떤 회원의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아니면 처벌을 한 뒤에 회원들의 일부나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식의 말을 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은 판결을 부적절하게 내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처벌을 해야하는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 혹은 무거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가벼운 처벌을 해야하는지 의심스럽다면, 이 경우에는 피고의 이익을 따르는게 맞으며 그렇게 하는것이 온당하고 또한 적절하다. 회원들이 강경한 처벌을 요구할 때 조차(그런데 회원들이 이런 요구를 한다는게 이미 커뮤니티에선 막장이긴 하다) 만약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운영진은 가급적 처벌을 피해야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법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했듯이, 법이란 당위이며, 당위란 곧 정의이자 올바름이다.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법이다. 만약 이러한 구분을 하지 못한다면, 법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은 강제력일것이고 그것은 곧 폭력과 압제에 지나지 않다.
4. 등급제도
(1)장에서 다루었듯이, 등급은 일반적으로 권리와 많이 연계된다. 이를테면 준회원은 게시판을 열람할 권리는 있지만 글을 쓸 권리는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필자 생각엔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회원제를 시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혹시 커뮤니티 운영진 여러분께서는 본래 정회원제가 어째서 생긴것인지 아시는지? 인터넷 커뮤니티 초창기에 흔히 말하는 '스팸'이 많이 나돌아다녔었다. 이 스패머들은 다음 카페는 물론 네이버 지식IN 등 수많은 곳에 진출(?) 하여 활약(!) 하셨는데 이러한 스패머들을 막기 위하여 커뮤니티들에선 처음 가입한 회원을 '준회원'으로 설정하고 간단한 규약을 맞추어 등업하면 '정회원'으로 인정하여 스팸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다수의 스패머들이 '프로그램'이었기에 이것은 매우 적절한 수단이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것이 요즘 커뮤니티들이 쓰는 정회원제의 시초다. 물론 돈을 입금하면 정회원으로 올려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있긴 하지만 이건 다소 예외적인 경우이며, 본래 대다수 커뮤니티들은 저러한 간단하고도 공개적인 절차로 정회원제를 실시했다.
참으로 아쉬운것은 스패머들이 이미 많이 사라진 현재까지도 정회원제가 남아 크게 변질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정회원제는 신입회원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되었고, 수많은 커뮤니티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할것을 요구하며 신입 회원들에게 온갖 복잡한 요구를 가한다(이것도 스패머들의 탓으로 돌려야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우울한 유산임은 틀림없다).
놀랍게도 이처럼 복잡다난한 요구를 시행하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들에게 '등업 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면 하는 말이 아마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 쉽잖아?'정도의 응답일 것이다. 글쎄 그렇게 따지면 학교도 쉽고 군대도 쉽고 직장도 쉬울것이다. 쉽다/어렵다로 따지는게 무리이니 질문을 바꾸어보자. '정말 이것이 필요한가?'
우선 이러한 복잡한 등업절차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지원하는 명분이 몇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커뮤니티에 기여를 할 것'이라는 요구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라 함은 무엇을 뜻하는가? 필자는 커뮤니티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크게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컨텐츠요, 다른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물론 상당수 커뮤니티에선 컨텐츠건 커뮤니케이션이건 딱히 나누지 않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쓴다.
'자료만 받고 떠나지 말고 글을 쓰고 리플을 달아라'
이것이 다음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의미임은 분명하다.
1.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회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2. '컨텐츠만 요구하지 말고 니들이 컨텐츠를 제공해라'
만약 1번의 요구라면 정말 기가 차지 않을 수가 없다. 1번과 같은 논지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돈을 줄테니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철없는 졸부집을 연상케 한다. 묻겠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사교적인 교감인가 아니면 실제적 이해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인가?
의사소통이란 당연하게도 서로가 서로를 느끼는 것이며, 반드시 지식적인 것일 필요가 없다. 아마 이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무슨 뜻인지 모르고 요구하는것이 대부분일거라 생각하긴 한다.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적으로 논리적 모순에 지나지 않다[정말 알고도 이러한 요구를 말짱히 하는 사람들(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은 진정으로 성장 중 정체성 형성의 어딘가 장애가 발생했음에 틀림없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오도록 컨텐츠로 낚는거까지야 괜찮은 일이다. 말했듯이 처음 오는 회원들은 컨텐츠를 보고 찾아오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신입회원들의 뒤이은 행동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것은 이미 커뮤니티 내에 있는 기존의 회원들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린 일이지 신입회원들에게 강제로 요구한다해서 성립하는것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생각치 않고 이득을 내거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려 한다면 각각의 리플과 글에 소통의 의미가 부여되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그저 몇몇 회원끼리의 소통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얻기위해 공허하고 형식적인 말만 나오는 인형극으로 전락할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2번은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이러한 호혜주의의 원칙은 여러 시대, 다양한 공간에 걸쳐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있는 유래깊은 전통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컨텐츠는 아무리 나누어도 그 양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컨텐츠를 개방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가능한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는것이 더욱 컨텐츠를 늘이는데에 도움이 된다. 만약 회원들이 컨텐츠를 거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아마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받으면 더이상 커뮤니티에 기여를 하지 않고 단순히 컨텐츠 저장고로만 볼 것이다.
물론 등급업의 조건으로 컨텐츠의 거래를 요구하는 종류의 커뮤니티에서도 수많은 회원들은 거의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에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제공한다. 이것은 이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컨텐츠적 요구를 벗어나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만들수록 컨텐츠 또한 크게 증진된다(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컨텐츠에 대한 거래대상으로 제공받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위에서도 말한 바가 있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하면 컨텐츠의 증가량 또한 감소한다.
어쨌거나, 이처럼 등급절차를 간소화하면 운영진 여러분께서 등급업 문제로 격무에 시달릴 일도 없고 회원들도 만족할것이며 컨텐츠는 더욱 늘어나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져 모두에게 더욱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주 : 필자가 이 글을 썼을 때는 스팸 방지 기술이 크게 강력해진 때이다. 그러나 현재엔 그렇지 않음이 실망스럽다. 만약 스패머가 많다면 정회원제의 시행은 필요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컨텐츠의 호혜성 원리를 요구하며 컨텐츠를 찾아서 오는 평회원들에게 컨텐츠의 제공이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것은 성공할수도 없고 실제로도 실패한다.
신입회원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커뮤니티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전혀 알지 못하는 집단에 갑자기 투신하여 친하게 지내려 할리가 없는것이 아닌가? 컨텐츠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여 오는 회원이 대다수인것은 합리적이다 못해 당연한것이다.
혹시 여러분이 어떤 자료를 찾아서 커뮤니티에 가입했는데 분위기가 영 안좋고 컨텐츠를 찾아서 온 신입회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해보자. 이 경우에 가장 좋은 대처법은 무엇인가?
매우 간단하다. 그냥 원하는 내용을 찾고 쏙 빠져나가는게 상책이다. 존재 자체를 알리지 말아야 한다. 리플도 달지 말고 글도 쓰지 않는다. 그냥 볼 수 있는거만 보고, 정히 등급업이 필요하면 '형식적이고 공허한' 리플과 글을 달고 등업만 한다음에 역시 볼 수 있는거만 보고 나가게 된다. 이는 평회원들이 성격이 안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이 상책이기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컨텐츠를 찾으러 오는 회원에 대한 공격은 글과 리플을 다는 회원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회원은 그냥 두는 역차별로 발현된다. 요컨데 강제적으로 활동을 하도록 하는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의미다(다만, 전기 커뮤니티에선 컨텐츠를 늘이기 위해 호혜주의를 사용하는 방법이 어느정도 먹힌다. 물론 이것도 기존에 컨텐츠가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지만).
상당수 커뮤니티에서 운영진들이 매우 불합리하고 당황스러운 제약을 회원에게 가하면서 오히려 회원의 탓을 하는것은, 컴퓨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컴이 고장났을 때 컴퓨터 탓을 하는것과 같은것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니 자신이 컴을 잘못 다룬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 회칙에 관해 다룰때 말했듯이, 회원을 금제함으로서 통제하려는 시도는, 금제만으로서 할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조건에도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