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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질서

사회과학/철학
자유라는 말은 흔히 통제와 반대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요컨데 자유는 오로지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으며 통제로부터 벗어나야만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길거리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하려면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이를테면 행인을 습격하는 강도라던)가 제거되어야만 한다. 자유는 방치함에서 탄생하는게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자유라는 말은 '누군가(혹은 무엇인가)'가 구속받지 않음을 의미하며, 여기서 그 누군가는 곧 주체(주관:主觀)이다. 정치사상이나 사회학에서 그 주체는 인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보면 자유는 인간의 본성(마음)대로 행동함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요컨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마음이 규정한 방향으로 행하는 것이 곧 자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는 결코 무질서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단어의 기의가 곧 엔트로피의 특정 방향으로의 역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명은 작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 유기체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인간은 설계도에 쓰여진 대로(질서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자유와 통제는 상충하는게 아니라 완벽한 동일선상에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통제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통제나 절제가 방향이 잘못되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적용되었거나 혹은 본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으나 결과가 실패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맨 처음의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행인을 습격하는 강도의 통제'를 다시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법자가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 자신이 통제당한다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도 해를 당할 수 있고 자기가 남을 해입힐 수도 있는 사회보다는 자기도 당하지 않고 자기가 남을 당하게 할 수도 없는 사회를 더 선호한다(당연하게도 내전중인 국가나 무정부상태인 국가는 여행이나 이민에서 기피 대상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보행자의 통행을 막거나 집에서 나서지 못하게 한다면 이 경우엔 대부분의 사람이 반발하며, 자신들의 당연한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느끼며 답답해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를테면 먹고 살 길)이 막힌다면 그저 답답해 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를 적대하기까지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 자유는 인간이 하려고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이며 그러지 않으려는 것을 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러한 원리를 모르는 자들이 그저 '사회엔 질서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하지도 않고 비용만 들며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통제를 강요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회엔 질서와 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질서와 어떠한 종류의 통제도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