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o

커뮤니티 운영론 (최종)

사회과학/인터넷
- 蜜柑 -

Steven Pinker,《Language instin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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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럽인들이 외부 세계를 향하며 최초로 상상한 그림을 보면, 매우 기이한(이를테면 눈이 하나밖에 없거나 머리가 없고 가슴에 얼굴의 형상이 달려있거나 하는) 생명체들이 존재했다. 아직 유럽이 세계를 알지 못했을때 그 미지를 향한 상상은 일찍이 존재하지 않던 가상의 생명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 그들이 도달한 미지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재잘거리며 다가왔다. 이 신세계의 주민들은 외눈박이도 아니었고 한 다리로 걷지도 않았으며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알 수 없는 전파를 보내고 있지도 않았다. 이들 사이에 최초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언어로 말하며 소통하고 사회에 사는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많은 사람은 서로 이야기하며 감정을 나누고 친구와 떠들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 반면 혼자 있고 따로 떨어져있다고 느낄때 고독해하고 두려워한다. 이처럼 인간은 함께 돕는 존재인 것이다. 세계 어느곳의 인간이라도 그러길 바라는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커뮤니티community란 무엇인가? 커뮤니티는 곧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소통이며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같이 있고자 하는 마음의 발현이다. 서로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끼리 모여서 만들어지는 공동체이며 탄생부터 내재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과 정보의 전달이다.

본 글은 커뮤니티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우기 위해 쓰여졌다. 처음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사람은, 잘못 회원을 괴롭히려고 한 게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알리길 바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렇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누구라도 악해지고 싶어하지 않으며 잘못된 길을 걷고 싶어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으며 소통치 않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으며 미움에 익숙해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이 그저 자연적으로 생겨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구조적 장치와 제도적 기반, 그리고 회원 개개인의 존중의 노력을 요구한다. 커뮤니티론은 오로지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며, 만약 본 글이 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즉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나도 말할 수 있게 하고 그대도 말할 수 있게 하라." 이것이 커뮤니티의 대원칙이다. 나 때문에 그대가 말할 수 없어서는 안되며 그대 때문에 내가 말할 수 없어서도 안된다. 커뮤니티의 죽음이란 대화가 없어지는 것이다. 소통이 끊기는 것이다. 모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모든 커뮤니티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