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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론 (8)

사회과학/인터넷
 제 환공이 사냥을 떠났다가 길을 잃었다. 도중에 한 노인을 만나서 이곳이 어디냐 묻자 노인이 대답하기를,
 "제 이름을 따서 바보의 골짜기라 합니다."라 하였다.
 이에 환공이 기이하게 여겨 물었다.
 "전혀 그리 보이지 아니한데 어찌 바보라 불리십니까?"
 "이전에 소를 키워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시장에 가서 송아지를 팔고 망아지로 바꾸어 오니 이웃 청년이 '소가 망아지를 낳을 리가 없으니 이것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빼앗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러자 환공이 웃으며 "그게 사실이라면 노인은 정말로 바보요. 어찌 그러고도 관아에 신고치 않은게요?" 라고 하자 노인이 별 말 없이 나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환공이 이 이야기를 하자 관중이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그 노인은 바보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오?"
 "백주대낮에 남의 망아지를 빼앗아가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것은 관청이 백성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불온한 일을 신고치 아니함은 이미 백성으로부터 권위를 잃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소중한 망아지를 빼앗기고도 입을 다무는 일이 생기겠습니까? 한시바삐 관리들을 다시 다스려야겠습니다."

『說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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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권위라는 말은 고압적, 강제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쁜 의미로 쓰이기 좋다. 이를테면 권위적인, 권위주의인, 등이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은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보다 더 신뢰하며 가급적 보다 권위있는 사람이 자신의 일을 처리해주길 바란다. 왜 그러한가?

사전에 따르면 권위는 제도, 이념, 인격, 지위 등이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 또는 위력이라 되어있다. 이것은 권위라는 것이 단순히 위와 아래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부여 될 만한 자에게 부여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변호사를 믿는 것은 그가 단순히 변호사라는 명칭을 가졌임에 근거한게 아니라, 변호사라는 명칭과 자격증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법에 대해 더 잘 안다는 사실을 보장하기에 그러하다.

이러한 권위는 일의 능률적인 처리에 기여한다. 모든 일엔 전문가가 있으며 문외한이 있기 마련이다. 훌륭한 운전수가 그 자신의 뛰어난 운전실력 만큼의 법학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가? 그럴 필요가 없다. 운전은 운전수에게 맡기면 되며 법률은 변호사에게 맡기면 된다. 이처럼 권위가 부여받을 만한 자에게 부여된다면 사회는 매우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효능에도 불구하고 종종 권위가 비웃음의 대상이 되며 그 신뢰를 잃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권위와 실제 사이에 어떠한 불일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권위를 지닌 자가 권위에 마땅한 일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마땅하지 않은 자에게 권위가 부여된다면 무엇으로 그 부여된 권위를 믿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권위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뢰를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만약 여러분이 어떤 음식점을 갔는데 음식이 맛이 없었다면 이후로 그 음식점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자주 즐기던 단골 음식점에서 하루 잘못하여 맛없는 음식이 나온다고 해서 이후로 찾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전에 이미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에, 하루 정도 맛없는 음식이 나오는 것은 실수의 범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신뢰라는것은 한 번 잘했다고 쉬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한 번 못했다고 바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의 경중과 처리를 항상 적절하게 해야하며 필요한 자에게 필요한 만큼 주며 넘침에서 덜어서 부족함에 주며 실수는 해명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회원을 위한답시고 지나치게 모든 사항을 밝히려 할 것은 없다. 회원들이 특별히 궁금해하며 납득시켜야만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사항만 짚어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어야 한다. 전문가는 비전문가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는 다만 고객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떠맡길 것이라면 애초에 전문가가 무슨 소용인가?).

때문에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고객들에게 이해와 신뢰를 요구할게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끌어내야한다. 그 분야에서 권위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할 일은 자신이 해당 분야에 있어서 누구보다 잘 알거나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결과로서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과정을 일일이 세세하게 말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항을 짚어서 정리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능하면 변명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하나, 기실 변명할 일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때문에 변명할 일이 생긴다면 훌륭한 변명을 해야한다. 변명이란 책임의 회피를 위한 도구가 아니며 듣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해주며 잘못의 원인을 밝히고 후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변명은 회원이나 고객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상대가 이해해준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요행일 뿐, 어찌되었건 한번 실패한 것은 그것으로 끝이며 상대가 아예 변명을 듣지 않는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기실 실수는 어찌 되었건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다만 스스로 이후에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변명이 필요한 것이다. 상대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변명을 하여 필사적으로 이유를 찾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변명을 하여 반복치 않는 것이 진정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